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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통 회화 대가, 정선의 색채를 담은 <겸재정선화첩>
작성일
2016-02-02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5858

전통 회화 대가, 정선의 색채를 담은 <겸재정선화첩> 80여 년 만에 돌아오다! <겸재정선화첩>은 겸재 정선(謙齋 鄭敾, 1676-1759)의 진경산수화와 고사인물화 등 21점의 작품이 수록된화 첩이다. 정선은 한국의 전통 회화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한 사람으로 진경산수화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정선은 특히 198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 실재하는 산수자연, 즉 진경을 잘 그린 화가로 조명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진경산수화뿐 아니라 사의(寫意)산수화, 고사인물화, 영모 및 초충도 등 다양한 주제를 즐겨 제작하였음이 알려졌다. <겸재정선화첩>은 이러한 정선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금강내산전도

 

정선 특유의 화풍이 담긴 대표작

현재 <겸재정선화첩>이라고 명명되고 있지만 본래 화첩에는 제목이 기록되어 있지 않다. 이 화첩에는 진경산수화 또는 산수가 부각된 산수인물화로 분류될 수 있는 작품이 13점이 실려 있고, 나머지 8점은 고사화 또는 고사인물화로 분류되는 작품이 실려있다. 이 화첩에 실린 작품들은 일정한 시기에 제작된 것은 아니고, 서로 다른 시기에 제작된 여러 유형의 작품들이 19세기 말이나 20세기 초 즈음 함께 묶여져 하나의 화첩으로 꾸며진 것이다. 모두 비단 바탕에 그려져 있지만 비단의 크기가 조금씩 차이가 있고, 때로는 수묵화로 때로는 담채나 진채를 사용하였다는 점에서도 제작 시기가 다양한 것을 알 수 있다. 화풍의 측면에서도 몇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는 상태이므로 이 또한 서로 다른 시기에 제작된 작품들이 모여진 화첩임을 시사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정선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각양각색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는 화첩이고, 각 작품의 수준이 가장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정선 특유의 주제와 화풍을 유지하고 있는 점에서 정선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꼽히게 된 것이다.

이 화첩의 장첩 순서와 내용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견해가 존재하고 있다. 금강산을 그린 일련의 작품을 주목하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 작품은 일반적인 화첩과 달리 마지막 표지로부터 시작되는 순서로 보아야 한다. 필자는 이 화첩의 원소장자인 노르베르트 베버(Norbert Weber, 1970~1956) 신부가 금강산 여행을 기록한 책을 저술하였고, 그 책에 본 화첩의 금강산도를 수록하는 등 금강산에 대한 관심이 유난히 높았으며, 정선의 작품 중 금강산도는 가장 인기가 많았던 점 등을 감안하며 그러한 방식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여기는 입장이다. 한편으로는 화첩 오른쪽 표지부터 시작되는 고사인물화 부분에서 시작되는 방식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특히 외국인인 베버 신부에게 고사인물화는 역시 어렵고 낯선 화제이자 내용이었을 것으로 여겨지며, 정선의 작품 중 인물화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던 분야인 것을 감안하면서 보아야 한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보편적으로는 금강산도 그림으로부터 시작되는 화첩으로 보는 것이 보다 무난할 것이다.

 

국가와 민간교류를 통한 자발적 반환의 가치

이 화첩은 독일 쾰른에 소재한 오틸리엔 수도원에서 오랫동안 소장되다가 2005년 10월에 영구대여 형식으로 국내로 반환되었으며, 왜관수도원에 소장되게 되었다. 이 작품은 1911년과 1925년 선교를 위하여 한국을 두 차례 방문하였던 독일인 노르베르트 베버 신부가 금강산을 방문하였던 1925년경 구입하여 독일로 가져갔고, 오틸리엔 수도원에 옮겨져 보관되었던 것이다. 노르베르트 베버는 1927년 『한국의 금강산에서』 라는 책을 저술하였는데, 이 책 중에 본 화첩 중 8점의 그림이 도판으로 실려 있어서 1927년 이전에 독일로 건너갔음을 짐작하게 한다. 본 화첩은 1975년 독일에 유학 중이던 유준영 전 이화여대 교수가 오틸리엔 수도원에서 그 존재를 확인하면서 처음으로 한국에 알려지게되었다. 1980년 초에는 보존처리를 위해서 뮌헨의 바이에른주립 고문서연구소로 이관되었다 보존처리 후 다시 오틸리엔 수도원으로 돌아가 보관되었다. 1999년 케이 E. 블랙과 에카르트 데게가 공저로 쓴 논문이 『오리엔탈 아트 Oriental Art』라는 미술 전문지에 실리면서 영미 미술계에 이 화첩이 알려지게 되었다. 이후 이 화첩의 중요성을 인식한 왜관수도원의 선지훈 신부가 지속적인 접촉을 하였고, 당시 오틸리엔 수도원의 예레마이스 슈뢰더(2000~2012 재임) 총 원장 등이 전폭 지지하여 준 결과 한국 왜관수도원에 기탁 형식으로 보관되게 되었다. 2009년에는 베네딕도회 한국 진출 100주년을 기념하여 새로 건립된 왜관수도원 역사전시실에서 한국에서의 첫 전시가 이루어졌고, 2009년에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겸재 정선 서거 250주년 기념 특별전시에 출품되었다. 2013년에는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서 이 화첩을 전시하고 영인출판하였으며, 학술대회를 열어 국내외의 관심을 끌었다.

이처럼 왜관수도원 소장의 <겸재정선화첩>은 전통 문화재의 국외 반출과 반환의 전 과정을 추적할 수 있고, 소장했던 국가와 긴밀한 민간교류를 통해서 자발적으로 반환되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문화재 환수 사례로서 의미가 있으며, 무엇보다도 한국 전통 회화를 대표하는 화가 정선의 대표작 중 하나로서 높은 가치를 지닌 점 등에서 크게 주목할 만한 의의를 지닌 작품이다.

 

글‧박은순(덕성여자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 사진‧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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