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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신비의 하구
작성일
2023-09-26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456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신비의 하구 제주 서귀포 쇠소깍 제주도의 하천과 계곡은 대부분 건천이다. 구멍 숭숭 뚫린 현무암이 바닥에 깔려 있어 적은 양의 물줄기는 지표를 흐르지 못하고 곧장 스며들어 버린다. 한라산 남쪽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는 효돈천도 마찬가지다. 발원지에서 하류 쪽으로 한참을 내려가야 흐르는 물을 만날 수 있다. 그 물길의 종점에는 민물과 바닷물이 뒤섞인 신비의 하구 제주 서귀포 쇠소깍(명승)이 있다. 01.쇠소깍에서 한가로이 카약 체험을 즐기는 관광객들

사시사철 물이 마르지 않는 돈내코계곡

효돈천의 발원지는 한라산 백록담을 에워싼 화구벽의 남쪽 기슭이다. 흔히 ‘남벽’이라 불리는 이 절벽에서부터 효돈천 지류인 영천의 물길이 시작된다. 그러나 이 물길은 한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다. 옴팍하니 파인 흔적을 따라 줄지어 늘어선 수목, 간간이 만나는 나무다리 등을 통해 이따금 물이 흐르는 하천임을 짐작할 따름이다.


큰비가 오지 않아도 영천의 물길을 볼 수 있는 곳은 있다. 울창한 원시림에 둘러싸인 돈내코계곡이 대표적이다. ‘돈내코’는 ‘멧돼지(돈)들이 물을 먹던 하천(내)의 입구(코)’라는 뜻에서 붙여진 지명이다. 옛날부터 골짜기가 깊고 숲이 울창해서 야생 멧돼지가 많이 살았다고 한다. 돈내코계곡의 숲은 여전히 울창하다. 투명한 옥빛을 띤 계곡물은 얼음처럼 차갑다. 이곳 주민들은 매년 백중날(음력 7월 보름)에 돈내코계곡의 원앙폭포에서 물맞이를 하면 그해 여름의 무더위를 날려버릴 수 있다고 믿는다.


큰길(돈내코로)과 맞닿은 계곡 입구에서 원앙폭포까지 가는 길은 예사롭지 않다. 붉가시나무, 참식나무, 구실잣밤나무, 멀구슬나무, 예덕나무 등 이름조차 낯선 난대성 상록수들이 탐방로 양쪽에 빼곡하게 들어차 원시림을 이룬다. 한낮에도 어스레할 정도로 울창한 숲을 가로지르는 탐방로에는 나무 데크가 깔려 있어 걷기 좋다. 돈내코계곡의 멋진 산책로를 자분자분 걷노라면 맑은 물소리와 새소리가 쉼 없이 들려온다. 원시림 특유의 청신한 기운이 온몸 구석구석으로 스며들어 몸과 마음이 날아갈 듯 가뿐해진다. 자신도 모르게 오감이 즐겁고 발길조차 가볍다.


원앙폭포 아래 돈내코계곡의 숲에는 ‘제주 상효동 한란 자생지’가 있다. 한란 자생지로는 가장 북쪽에 위치한다. 한겨울인 12월에서 1월 사이에 개화하는 한란은 종 자체와 이곳 자생지가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자생지 내에 탐방로가 개설돼 있어서 한겨울 개화기에는 소담스레 피어난 한란을 감상할 수 있다.


02.서귀포시 하효동의 효돈천 하구에 위치한 하효쇠소깍해변과 쇠소깍의 겨울 풍경 03.효돈천 하구에 위치한 쇠소깍의 시작 지점

하늘 쪽으로만 열린 효돈천의 물길

돈내코계곡을 지나온 영천의 물길은 동남쪽으로 약 1.3km를 더 흘러서 한라산 동남쪽 기슭에서 발원한 효돈천 본류에 합류된다. 효돈천 본류도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의 외딴 산중에 자리한 효명사 부근에 이르러서야 가녀린 물줄기를 드러내 보인다. 이 물길은 근래 때 묻지 않은 생태 탐방로로 소문나기 시작해 탐방객들의 발길이 늘고 있는 ‘고살리숲길’과 나란히 흐른다. 이 효돈천 본류와 영천이 만나는 합수 지점은 영천악(274m)과 칡오름(268m)이 남북으로 마주보는 골짜기에 있다.


영천 물길을 보탠 효돈천은 몰고랑소, 예기소, 남내소 등의 커다란 소에 잠시 머물렀다가 마지막에 쇠소깍으로 흘러든다. 줄곧 암반지대를 타고 온 효돈천 물길의 지형은 한탄강 협곡을 닮았다. 상하좌우의 네 방향 가운데 하늘 쪽의 상부만 열려 있고, 나머지 세 면은 온통 바위로 뒤덮였다. 제주도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꺼칠꺼칠한 표면의 현무암 바위가 아니다.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전에 분출한 조면암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마치 솜씨 좋은 석공이 일부러 다듬은 것처럼 표면이 매끄럽다.


하양에 가까운 잿빛을 띤 효돈길 바닥의 바위에는 크고 작은 돌개구멍(포트홀, pothole)이 무수히 형성돼 있다. 둥그런 원통형이 대부분이지만, 드물게 하트 모양도 발견된다. 이곳에는 평소 물이 조금씩만 흐르거나 아예 흐르지 않는다.


04.한라산 남벽 전망대 아래의 영천 위에 가설된 나무다리. 평소에는 물이 없는 건천이다. 05.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 효명사 근처에 위치한 효돈천 최상류의 작은 폭포 06.효돈천 물길이 지나는 암반지대 곳곳에 형성된 돌개구멍(pothole) 07.효돈천 지류인 영천의 물길이 지나는 돈내코계곡의 원앙폭포와 아담한 소

효돈천을 흐르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형성된 깊은 웅덩이

‘쇠소깍’이라는 지명은 하효동의 옛 이름인 ‘쇠둔’, 움푹한 물웅덩이를 가리키는 ‘소’, 맨 끝을 나타내는 ‘깍’이 합해져서 붙여졌다. 이곳은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은 비경(秘境)이었다. 제주 토박이들조차 아는 사람이 드물었고, 관광지로 개발된 지도 상대적으로 오래되지 않았다.


쇠소깍은 효돈천 암반지대가 끝나는 지점부터 시작된다. 나지막한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쇠소깍의 잔잔한 수면에 연신 파문을 일으킨다. 언뜻 봐서는 옛날부터 인기 관광지였던 제주시의 용연을 닮았지만 규모는 훨씬 더 크다. 남북의 길이는 약 330m, 동서의 너비는 10~50m쯤 된다. 동력장치 없이 오로지 사람의 힘만으로 움직이는 제주도의 전통 뗏목인 테우나 카약에 몸을 싣고 유빙처럼 떠다니기에 안성맞춤이다. 오늘날 서귀포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답게 인터넷으로 예약하거나 아침 일찍 찾아가지 않으면 평일에도 이용하기 어렵다.


08.쇠소깍으로 흘러들기 직전의 효돈천 하류. 한탄강 협곡과 비슷한 지형을 보여준다.

쇠소깍의 옥빛, 에메랄드빛 물에는 민물과 바닷물이 뒤섞여 있다. 수심이 5~8m에 이르는데도 물빛은 유리어항처럼 투명하다. 보호색으로 위장하고 밑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이따금 눈만 깜빡거리는 대형 광어가 훤히 보일 정도이다.


쇠소깍의 양쪽 암벽에는 장군바위, 큰바위얼굴, 독수리바위, 사자바위, 부엉이바위, 코끼리바위 등의 기암괴석들이 즐비하다. 척박해 보이는 암벽에는 갖가지 상록수와 소나무가 울창해서 한겨울에도 삭막하거나 을씨년스럽지 않다. 눈에 들어오는 풍광마다 독특하고 색달라서 처음 보는 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연발한다.


쇠소깍이 끝날 즈음에는 검은 모래가 깔린 하효쇠소깍해변이 있다. 억겁의 세월 동안 냇물과 파도에 깎이고 부스러진 화산암이 이 검은 모래해변을 만들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서걱거리는 발소리가 참 듣기 좋다. 해변 끝에서는 북쪽의 한라산 정상과 남쪽 바다 위 무인도의 지귀도가 또렷이 보인다. 이처럼 쇠소깍은 계곡과 바다, 산과 섬 그리고 숲과 길이 한 앵글 속에 공존하는 제주도 남쪽의 최고 절경이다.


가볼 만한 곳 1.제주 천지연 난대림(천연기념물):서귀포 어항에서 물길을 거슬러서 천지연폭포로 향하다 보면, 탐방로 양쪽에 우뚝한 기암절벽이 줄곧 시야에 들어온다. 가파른 절벽인데도 구실잣밤나무, 담팔수나무, 조록나무, 후박나무, 참식나무 등의 난대상록수와 각종 양치식물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한여름에도 시원하고 야간 산책 명소로도 유명하다. -제주 천지연 난대림- 2.제주 서귀포층 패류 화석산지(천연기념물):서귀포잠수함 주차장 옆쪽의 깎아지른 해안절벽 아래에 위치한다. 바닷가에 나뒹구는 퇴적암 속에는 조개 화석뿐만 아니라 달팽이, 전복, 우렁이 등의 복족류, 성게, 해삼, 불가사리 등의 극피동물과 산호화석, 고래와 물고기 뼈, 상어이빨 등의 화석이 박혀 있다. 200만~300만 년 전에 생성된 화석산지로 보인다. -제주 서귀포층 패류 화석산지- 3.제주곶자왈도립공원:제주도의 독특한 생태환경을 간직한 곶자왈은 ‘제주의 허파’로도 불린다. ‘곶자왈’도 숲을 뜻하는 ‘곶’, 나무와 덩굴이 우거진 ‘자왈’이 합쳐진 말이다. 제주곶자왈도립공원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잘 보존된 곶자왈이다. 자연친화적인 탐방로가 개설돼 있으며, 5개의 탐방코스 가운데 4.5km, 100분쯤 소요되는 4코스가 가장 권할 만하다. -제주곶자왈도립공원- 국가유산 방문하고, 선물 받으세요! 가장 한국다움이 넘치는, 신비로운 우리 국가유산을 함께 만드는 길에 동참하세요. <문화재사랑> 10월호 ‘둘러보기’ 코너에 제주 서귀포 쇠소깍에 방문해 10월 15일까지 인증 사진을 보내주세요. 두 분을 선정해 선물을 드립니다. QR코드를 찍으면 이벤트 참여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인증사진을 첨부해 보내주세요. ※ 국가유산에 따라 출입이 제한된 곳도 있습니다. 소중한 국가유산의 보호를 위해 출입이 제한된 곳은 절대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글, 사진. 양영훈(여행작가, 여행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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