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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비극적 역사, 시민이 함께 누리는 문화예술로 승화하다
작성일
2017-05-31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1951

 비극적 역사, 시민이 함께 누리는 문화예술로 승화하다 - 등록문화재 제580호 완주 구 삼례 양곡창고  전북 완주군 삼례읍은 군산, 익산과 더불어 일제강점기 당시 대표적인 양곡수탈의 중심지였다. 지리적 특성으로 비옥한 토지를 가진 완주는 1920년 일제에 의해 역사적 수난을 겪는다. 그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바로 ‘완주 구 삼례 양곡창고’이다. 해방 이후 양곡창고로의 기능을 이어온 삼례 양곡창고는 현대에 들어서면서 비극적 역사와 함께 기능마저 잊힌 공간이 되었다. 아픔을 딛고 2013년 ‘삼례문화예술촌’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문을 연 이곳이 어떠한 역사·문화적 철학을 담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완주 구 삼례 양곡창고 종합세미나실 ⓒ문화재청

수탈의 아픔이 서린 삼례 양곡창고

완주군 삼례읍은 조선시대 호남 최대 역참(공공 업무 수행용 교통 통신기관)으로서 쌀과 마필 관리, 물자 수송 등 중요한 지리적 역할을 해왔다. 역사적 비극은 1920년대 일제가 만경강 상류에 위치한 완주군에 대규모 관개용 수로를 건설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삼례 양곡창고는 일제강점기때 만경평야에서 생산된 쌀을 수탈하기 위해 만든 창고 중 하나였으며, 만경강 유역인 전라북도 김제시·군산시·익산시 역시 일제 수탈의 장소였다. 삼례 양곡창고는 1945년 해방 이후, 산업화를 거치면서 현대식 저장창고에 밀려 기능을 잃었다. 도시화가 됨에 따라 역세권 이동과 같은 복선화 사업으로 삼례 양곡창고가 위치한 삼례역 인근은 방치된 공간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 삼례 양곡창고가 재조명된 이유는 100여년 전 지어진 건축물임에도 불구하고 보존 상태가 양호하며 내부가 특이한 목재구조를 취하고 있어 건축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국가의 뼈아픈 기억을 후손과 공유하며 역사적 가치를 재생할 수 있어, 역사와 연계한 지역 문화 창출로도 이어질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좌)예술촌 입구 ⓒ완주군청 문화예술과 (우)문화카페 ⓒ완주군청 문화예술과

역사와 문화예술의 만남

삼례 양곡창고에 숨겨진 아픈 수탈의 역사는 문화예술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기억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새롭게 재탄생한 삼례문화예술촌에서 찾을 수 있다. 흔히 디자인이라고 하면 심미적 측면에서 외관의 변화만을 떠올릴 수 있지만 디자인에는 또 다른 역할이 있다.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가 흐르는 한 사회 안에서, 실재하는 사실들을 창조적 사고로 재형성하는 것 역시 디자인의 영역이다.

그 맥락에서 삼례문화예술촌은 역사박물관이자 문화공간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삼례문화예술촌이란 공간은 지역의 역사를 이해하고 있으며, 그 내용을 구체화해 문화·예술적 실체와 복합했다. 역사·문화·예술·도시재생 등 다양한 관점과 요구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삼례문화예술촌의 가치는 더욱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새롭게 태어난 시민의 문화 공간

삼례 양곡창고는 옛 선조의 애환과 지역민의 삶이 담겨져 있으며, 일제강점기때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축적된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다. 지역과 함께 살아온 오래된 건물의 가치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복원 과정에서 최소한의 수리만을 진행하며 창고의 원형을 살리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하며 건물의 옛 원형은 유지했고 내부에는 기획 전시와 교육, 문화 프로그램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담아 트랜디하면서도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어울릴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삼례문화예술촌은 총 7동으로 나눠져 있으며 각각 종합안내센터(1동), 미디어아트미술관(2동), 문화카페(3동), 책 공방 북아트센터(4동), 디자인뮤지엄(5동), 목공소(6동), 책 박물관(7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간이 갖는 기능과 의미에 부합하도록 디자인했으며 전체적인 통일성을 유지하는 데도 무게를 뒀다.

미디어아트미술관이 위치한 2동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예술과 접목한 뉴미디어 아트 작품을 전시하고 있으며, 3동에는 문화예술촌의 대표적인 휴식공간이 있어 방문객들이 음악과 전통차를 즐길 수 있다. 또한 바리스타교육 등을 진행하는 문화센터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특히 7동에 위치한 책 박물관에서는 고서와 옛 교과서를 보관하고 있으며 북 페스티벌도 진행함으로써 문화 기록에 대한 중요성을 재인식하게 한다. 이처럼 각 동별로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조성하고 있는 삼례문화예술촌은 지역 역사를 재조명하는 동시에 문화를 통해 사람들이 공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글‧정규상(협성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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