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트위터 페이스북
제목
소설 읽어주는 거리의 스트리머
작성일
2022-08-30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424

소설 읽어주는 거리의 스트리머 전기수(傳奇叟) 종로거리 연초 가게에서 짤막한 야사를 듣다가 영웅이 뜻을 이루지 못한 대목에 이르러 눈을 부릅뜨고 입에 거품을 물면서 풀 베던 낫을 들고 달려들어 책 읽는 사람을 쳐 그 자리에서 죽게 하였다고 한다. 이따금 이처럼 맹랑한 죽음도 있으니 참으로 가소로운 일이다 (鍾街烟肆, 聽小史稗說, 至英雄失意處, 裂眦噴沫, 提折草劍直前, 擊讀的人, 立斃之. 大抵往往有麥浪死, 可笑). - 『정조실록』 31권, 정조 14년 8월 10일 무오 3번째 기사 중 발췌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책 읽는 사람’이 읽어주는 『임경업전』에 과하게 몰입한 청중 한 사람이 간신 김자점이 임경업에게 누명을 씌워 죽이는 대목에 이르자 흥분해 담배 써는 칼을 들고 책 읽는 사람에게 달려들었다. 『정조실록』에 기록된 전기수의 맹랑한 죽음이자 그의 낭독 솜씨가 몹시 대단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사건이었다.


전기수가 본격적으로 출현한 것은 18세기에 들어서다. 소설의 대중적 기반이 마련됨에 따라 소설책을 읽어주는 일을 생업으로 삼는 전기수가 등장한다.


조선 후기 시인 조수삼(趙秀三)이 쓴 『추재기이(秋齋紀異)』에서는 ‘『숙향전』, 『소대성전』, 『심청전』 등과같은 전기를 구송하였다’라는 기록이 있어 낭독 대본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다. 또 돈벌이를 위한 나름의 방법으로 책에서 꼭 들어야 할 대목에서 읽기를 멈춰 사람들이 돈을 던지게 하는 ‘요전법(邀錢法)’이 있었다고 전한다. 전기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다리 밑, 담배 가게 등에서 낭독을 했는데, 김홍도 필 풍속도 화첩 속 담배썰기에서도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글을 몰라 책을 읽을 수 없었던 서민을 위해 소설을 낭독했던 전기수는 사대부 집안의 안채까지 드나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등장인물에 어울리는 목소리로 인물을 표현하고 몸짓을 곁들여 낭독했던 전기수 덕분에 서민, 양반집 부녀자 가릴 것 없이 소설의 재미에 빠졌고, 자연스레 소설 또한 발전할 수 있었다.


무적핑크
서울대학교 디자인과 졸업. 2009년부터 2014년에 걸쳐 「실질객관동화」, 「실질객관영화」, 「경운기를 탄 왕님자」을 연재했다. 2014년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올린 「조선왕조실톡」이 큰 관심과 주목을 받아 네이버 웹툰에 연재되며 톡 형식과 역사 장르의 대표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그 인기로 YLAB과 함께 웹툰업계 최초 레이블 ‘핑크잼’을 세워 저스툰에 「세계사톡」을, 네이버웹툰에 「삼국지톡」을 연재하며 톡 시리즈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00.『정조실록(正祖實錄)』은 정조 즉위년(1776)부터 24년(1800)까지 재위 24년 4개월간에 있었던 정치, 국방, 사회, 문화 등 다방면의 역사적 사실을 편년체로 기록한 책이다. 정식 이름은 『정종대왕실록(正宗大王實錄)』이었으나 1899년 정종의 묘호(廟號)를 정조로 추존한 뒤부터 ‘정조실록’으로 불리게 되었다. 정조 승하 6개월 뒤인 순조 1년(1800) 12월부터 편찬에 착수해 순조 5년(1805) 8월에 완성됐다.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정리. 편집실 일러스트. 무적핑크




만족도조사
유용한 정보가 되셨나요?
만족도조사선택 확인
메뉴담당자 : 대변인실
페이지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