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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사랑

제목
인문학적 상상력과 스토리텔링으로 세계인의 감성과 만나다
작성일
2012-02-17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3507

한류의 드라마나 뮤지컬, K-pop, 한국어 붐이 세계에서 인정받는 데에는 한국 고유의 인문학적 상상력과 감성적 스토리텔링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일시적인 주목이 아니라 한국인의 탄탄한 전통적 저변에서 비롯된 결과다. 동이족의 음주가무를 즐기는 기질과 활 잘 쏘고 놋젓가락으로 콩 짚는 솜씨, 여건의 한계를 적절히 녹여내는 신바람 등 오랜 세월 한국인 특유의 축적된 유산이 그 바탕이다. 감성창조가 새로운 트렌드다. 감성 중심의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러한 흐름은 유무형 문화유산에 재미있고 진정성 있는 이야기 만들기, 곧 스토리텔링으로 살아나고 있다.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은 문화예술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문화감성시대에 수요자 마음을 움직이고자 지역의 문화관광을 포함한 다양한 산업 항목에서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강조되고 있다.



이야기의 힘, 인문학적 상상력
현대의 문화산업은 한국의 유수한 문사철文史哲유산, 독특한 의식주 전통문화, 인간다움의 설화와 우화 등에 대한 소스자원을 삶 속에 적절히 녹여내는 문화지식이 한 몫을 한다. 한글의 독창성, 강릉단오제의 신화성, 제주본풀이의 의례성, 택견의 유연성 등에는 한국인의 지식과 지혜, 감성이 흐른다. 슬픔을 웃음으로 날리고, 울력(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여 일함. 또는 그런 힘)으로 신명을 내고, 별을 노래하며 행복한 이야기의 결말을 짓는 오묘함이 있다. 스토리텔링은 각종 전통문화에 덧입혀 고전의 해학과 문학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한국문화의 우수성까지 알려 한류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유 문화유산의 가공과 재창작 사업은 새로운 대세다. 이러한 스토리텔링 사업은 여러 문화현장에서 큰 공감을 형성하고 있다. 세계인이 한국의 이야기 장독대를 기웃거리고 있다. 이야기 창고가 학제 간의 통섭通涉으로 마법의 돌처럼 호기심과 환상성을 유인하고 있다. 하나의 소스콘텐츠로 여러 유형의 상품을 개발함(SMU)으로써 지속가능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이게 문화강국으로 가는 길이다.

이야기의 힘은 세상을 바꾼다. 묵은 이야기가 발효되어 맛깔스런 명품으로 나타나 마음을 홀린다. 그 이야기에는 우리의 얼굴과 깊은 마음구석이 도깨비처럼 변신을 꿈꾼다. 계절감이 잘 나타난 한식과 감성적 영상산업의 세계화, 판소리와 아리랑의 세계화를 목적으로 한 사업에서 활용된 인문학적 상상력과 스토리텔링 기법은 한국 문화유산의 역사와 가치를 알리는 데에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다. 결국 역사적 통찰력 위에 인간의 본질과 지순한 속성에 대한 인문학적 소양이 더해져야 한다. 한국문화의 진국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세계적인 한류의 진면목도 기대할 수 없다.

한국 스토리텔링의 공감성, 킬러콘텐츠 만들기
그렇다면 한류의 원천은 어디서 오는가. 우리 삶 곁의 작은 기본에서 온다. 문화 내면의 신화적 켜와 결에서 비롯된다. 온돌의 온기, 흙벽의 생기, 한지의 훈기가 만들어내는 한옥은 공간의 활인活人 스토리텔링이다.

아울러 한복을 입은 손길이 보태질 때 구수한 이야기와 춘향가가 화로 위에서 끓는다. 여기에 때맞추어 소곡주와 황금조기의 술상이 선보이면 풍류의 그림이 된다. 계절에 맞게 밥상에는 인정과 사연이 차려진다. 바깥 담벼락 아래에는 철 따라 이야기꽃이 핀다. 마당에는 방 안의 멋과 맛을 엿듣는 가축의 귀들이 논다. 사람 소리와 들것 소리가 하나 되어 춤춘다. 이처럼 한복과 한옥은 시간의 어울림 스토리텔링이다. 정초 설 쇠면 나이 먹듯 해의 축복과 덕담을 먹는다. 정월 대보름에는 마을굿, 고을굿을 하며 달을 태우고 줄다리기 하며 물러섬의 신명을 느낀다. 한식에서 조상 이야기를 듣고 단오에는 씨름 하고 그네 타면서 논밭의 내력을 듣는다. 추석과 시향제에는 하늘과 조상 이야기를 고개 숙여 듣는다. 동지 팥죽 새알심, 섣달그믐 묵은 인사의 엉킨 매듭을 푼다. 금기의 근신과 어울림의 신명이 하나로 뭉쳐 나타난다. 이러한 한해살이의 세시정점에는 먹을거리와 놀거리, 굿거리가 맞물려 장만된다. 이와 같은 원리로 평생살이 역시 의례와 정성으로 라이프스토리를 만든다.

이러한 이야기 에너지 요소가 인문학의 창조적 읽기를 통해 새로운 문화상품으로 생산되고 있다. 이에 힘입어 드라마 <대장금>, 뮤지컬 <영웅>, 난타 공연, 애니메이션 <오늘이>, 독립영화 <워낭소리> 등을 스토리텔링한 것이다. IT강국 이미지에다가 가장 곰삭은 이야기가 숙성된 것이다. 종족과 국가의 경계를 넘어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김치의 시원한 감성 맛과 한글의 오묘한 감성 멋이 그들을 사로잡는다. 점차 공감대 확산이 지구촌화되고 있다. 이를 주도한다는 자체가 영광스럽지 않은가.

세계인의 감성 자극과 한국문화유산의 창조적 DNA
이제는 한류의 조건보다 세계인의 한국 문화 흡인력의 요건을 따져야 한다. 다른 종족에게 없거나 놓친 문화 항목의 매력과 미학을 통해 세계인의 감성을 자극하고 문화적 오르가즘을 느끼게 해야 한다. 인문학의 튼실한 검증과 상상력 발현을 통해 1차적으로 한국문화의 가치를 혁신적으로 봐야 한다. 2차적으로 유산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생산, 유통, 소비 등 동시다발의 스토리텔링 창작이 필요하다.

흉내, 짝퉁, 뻥튀기 등의 일회성 노림수는 금물이다. 내공, 품격, 역발상 등의 지속성 고수로 최상의 명품을 창안해야 세계인이 주목한다.

첫째, 융합적 기본 공부다. 인문학의 본질에 대한 안목과 IT를 포함한 인접 분야에 대한 한국적 사유가 상생되어야 한다. 최근 성공한 한류의 항목을 보면, 발상은 세계 다른 데에 있지만, 그 스토리텔링 과정은 너무나 한국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하고 있다. 예컨대 신화의 문학적 접근을 넘어서서 신화소(神話素, 역사적 사실을 신화로 바꾸는 것)의 문맥을 팩션(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새로운 장르) 시각으로 읽어내고, 애니메이션 작가처럼 시뮬레이션을 보듯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단군신화에서 사라진 호랑이를 산신당으로 상상해낸 한민족이다. 신화의 감성대를 융합적으로 흔들어야 한다.

둘째, 문화감성시대의 감성적 마음씨 발견에 집중해야 한다. 김치를 자랑하지만, 담그기와 지역별 종류의 홍보에 매달리고 있지, 정작 그 주체인 손길을 놓치고 있다. 손맛의 이야기성을 살리지 못했다. 솜씨의 입담을 팔아야 한다. 아리랑이 누구나 통하는 노래유산이라고만 하지, 그 주체의 삶에서 아리랑이 가지는 치유의 기능을 보지 못했다. 아리랑의 찡한 눈물을 팔아야 한다. 민족의 이야기 친연성親緣性과 대동성을 살려 세계와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 유무형 문화유산의 감성자원은 매우 많다. 두두리와 도깨비에서 <난타>를 만들어 냈다. 앞으로 초감성의 스토리텔링으로 깨워야 한다.

셋째, 지구촌 문화공동체를 위한 한류 명품화에 주력해야 한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축제판의 공동선을 위한 국제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세계인 누구나 모순 없이 문화적 자기존중감을 가져야 한다. 매체의 발달로 축제 같은 공동체사회가 가능해졌다. 한류의 호응과 확산의 여세를 몰아, 감성이야기 공동체를 주도하자는 것이다. 한국이 중심이 된 각 종족 고유의 놀이대회를 시작으로 문화감성올림픽을 하자는 것이다. 이제 과거처럼 육체나 기술의 겨루기를 통한 화합의 시대는 끝났다. 남사당과 택견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놀이의 상상력, 쌍방성의 재미, 미래우주에 대한 환상적 호기심 등이 세계인의 관심을 갖게 한 것이다.

한국인은 일찍이 고유의 원형질에 충실하면서 외래의 선진성을 수용해 왔다. 한국인은 앞서 말한 대로 자기체질화하는 열린 감성지수가 높다. 이 잠재된 창조 DNA가 21세기의 문화적 여건에 온전히 부합하여, 엄청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기세다. 한류식 감성 스토리텔링은 진행형이다. 한국문화 속의 창조 유전자는 미래의 힘이다. 이 힘을 발 빠르게 읽는 마니아들은 문화콘텐츠산업의 순기능과 진정성 있는 지구촌을 만드는 전사다. 이들의 꿈과 소통하면서 마음까지 행복감이 들 수 있게 해야 한다. 한류 스토리텔링은 미래 세계화의 창조적 표현이다. 2만 불에서 3만 불 시대로 가는 길목에서 인문학 관련 민족문화유산의 소스는 멀티유즈의 대표자원이다. 21세기 지구촌 문화감성 혁명을 창조적 스토리텔러로서 한국인이 주도하기를 바란다

 

글•이창식 세명대학교 미디어문학부 교수 사진•PMC프로덕션, 연합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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