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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석탑에서 볼 수 있는 목조건축木造建築 양식
작성일
2012-06-18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4331

목탑에서 석탑으로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는 불교전래 이후 사찰을 건립할 때 목탑을 조성했다. 그렇지만, 화재에 취약함은 물론 내구성이 약하다는 등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재료의 변환이 이루어진다. 이에 따라 중국은 벽돌로 만든 전탑塼塔, 한국은 석탑으로 탑을 건립하게 된다. 한국에서는 서기 600년경 백제시대의 익산 미륵사지 석탑을 시작으로 통일신라시대에 건립된 불국사 삼층석탑에 이르러 양식적인 완성을 이루게 되고, 고려는 물론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계속 건립된다. 이처럼 목탑에서 석탑으로의 전환은 삼국시대의 조탑공造塔工들에게 기왕에 축적된 석재를 다루는 기술적인 능력과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석재를 사용해 탑을 건립했던 경험이 전무했던 당시로서는 어떠한 형태로 석탑을 조성할 것인가가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었음은 당연했다. 이에 따라 기존에 축적된 목탑의 양식에 착안했고, 실제로 이를 완벽하게 재현함으로써 중국과는 달리 석탑이라는 새로운 불교문화의 한 축을 완성했다. 때문에 석탑을 구성하는 석재에 배어 있는 기본적인 요소가 바로 목조건축의 그것과 동일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기단부와 탑신부에 구현된 목조건축의 양식

석탑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는 기단부·탑신부·상륜부이다. 이중 목조건축의 요소가 짙게 배어 있는 부분은 바로 기단부와 탑신부이다. 석탑은 단층 또는 상·하층으로 구성된 2층기단 위에 탑신부를 올린 모습이다. 그런데 모든 목조건물 역시 석탑과 같은 양식의 기단 위에 건립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건축의 기단 면석에는 기둥이 표현되어 있다. 그런데 석탑의 기단에도 우주隅柱와 탱주로 불리는 그것이 표현되어 있다. 목조건축과 석탑의 기단에 새겨진 기둥들은 실제 상부에서 내려오는 하중과는 무관하지만, 전체 구조물에 대한 시각적인 안정감을 주는 중요한 요인이다. 아울러 목조건축의 기단 상면에는 면석보다 돌출되게 갑석이 놓여 있는데, 석탑에서도 기단의 상면에는 반드시 뚜껑돌로서 갑석이 있다. 이처럼 목조건축과 석탑에는 반드시 기단이 시설되어 있고, 이에 따른 구성요소 역시 동일한 방식과 기능을 가지고 조성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결국 석탑의 기단은 목조건축의 그것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임을 알 수 있다.


목조건축의 벽체에는 출입문과 창문을 개설하는 것이 보편적인 방법이다. 그런데 석탑에서는 탑신 내부에 공간이 있고, 이에는 사리가 있음을 암시하는 조식彫飾 등장한다. 감실(龕室, 신위 및 작은 불상 등을 모셔둔 곳)과 문비형門扉形이 바로 그것이다. 이로 인해 탑신은 단순한 돌덩어리에서 벗어나 내부공간을 지닌 건축물로서의 상징성이 부여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목조건축은 단층 또는 여러 층을 지닌 누각樓閣의 형태로도 건립된다. 그런데 다층 목조건물에서는 상층으로 올라갈수록 높이와 너비가 차츰 줄어드는 체감비遞減比를 지니게 된다. 이와 더불어 1층이 다른 층에 비해 높게 건립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 같은 목조건축의 특징은 석탑에 그대로 재현되어 체감비가 적용된 탓에 전체적으로 삼각형의 구도를 이루며 안정감을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1층탑신이 다른 층에 비해 높게 조성되어 있다. 이 같은 양식적 특징으로 보아 석탑은 바로 고층누각의 형상을 석재로 재현한 것임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목조건축에서는 기둥 위에 공포를 놓고 지붕을 구성한다. 이 때 처마와 합각선의 완벽한 처리로 인해 경쾌한 반전미와 더불어 날렵하고 장중한 지붕을 구성하게 된다. 석탑의 옥개석은 바로 목조건축의 지붕에 해당한다. 옥개석이 목조건축의 지붕과 일치하는 점은 처마와 전각에서 이루어지는 경쾌하고 날렵한 반전에 있다. 이 같은 조형미는 미륵사지석탑에서 구현된 이래 불국사삼층석탑에서 완성을 이루고 있다. 이 석탑의 옥개석에 구현된 완만한 경사면과 처마선, 이와 조화를 이룬 전각의 반전은 가히 목조건축의 지붕을 그대로 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완벽히 재현하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석탑은 신앙의 상징물임과 동시에 건축물이었다. 따라서 단순히 돌을 깎아 쌓아 올린 구조물이 아니라 일정한 규율에 의해 건립되었고, 내·외형적으로는 목조건축의 요소가 충실히 배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국의 조탑공들은 석재로 탑을 조성했지만, 실제로는 나무로 집을 건축하는 마음으로 단단한 화강암을 일일이 다듬어 건립했던 것이다.

 

글·사진·박경식 단국대학교 사학과 교수 그림·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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