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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망자亡者의 넋과 산 자의 앞날을 위해 길을 닦다
작성일
2012-06-18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3241

 

 

10대의 역사, 온몸에 깃들다

진도씻김굿은 망자와 산 자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망자의 영혼이 이승에서의 한恨을 풀고 극락으로 갈 수 있도록 인도하고, 남은 이들의 복 또한 빈다. 우리가 잠에서 깨어 자리에서 일어나면 세수를 제일 먼저 하듯이, 망자 또한 이승에서 있었던 모든 것을 깨끗하게 씻어내고 다음 생에 더 좋은 모습으로 태어나라고 말로써 빌어주는 것이 진도씻김굿이다.

“이십 대 내내 판소리를 전공하다가 삼십 대에 접어들었을 때부터 대를 이어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진도씻김굿은 평생 가장 많이 접한 것이고, 태교음악이나 마찬가지일 정도였기 때문에 이 길을 걸어야겠다 결심한 것에 흔들림이 없었지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해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제 의무라고 생각해요.”

과거, 씻김 자체는 사람들에게 무시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 열악한 상황 속에서 굿으로 10대를 잇는 것은 그리 녹록치 않은 일일 터. 사람들의 애환이 녹아든 춤과 소리, 그리고 음악은 유구한 역사 그 자체다. 다른 무형문화재 종목과는 달리 오로지 세습으로만 이어지는 특성상 몇 백 년 동안 이어진 이 역사의 흐름은 그 자체만으로도 빛나는 기록이다.

다들 산에 가서 나무를 해와 아궁이에 불 때던 시절, 불쏘시개로 아궁이를 때려가며 할머니와 어머니가 했던 굿 장단을 따라하며 배웠다. 비손(두 손을 비비면서 신에게 병이 낫거나 소원을 이루게 해 달라고 비는 일)을 할 때에는 물 위에 함지박을 엎어놓고 숟가락으로 굿장단을 했는데, 이상하게도 장단 소리가 머리에서 뱅뱅 돌았다.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음音, 그것이 아마도 박미옥 전수교육조교에게는 운명으로 다가왔을 게다.


모두가 어우러지고 공감할 수 있는 예술

굿이라는 것 자체가 오로지 망자를 위한 것만은 아닌데도, 현대사회에서 굿은 사람들에게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다른 굿보다는 대중들이 가깝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 진도씻김굿이라고 할 수 있다.

“진도씻김굿의 핵심은 바로 ‘씻김’이라고 할 수 있어요. 씻김을 진도말로 ‘이슬털기’라고 해요. 이제 이승을 떠나는 넋의 마음을 달래어 묵은 한을 풀고 좋은 세상으로 갈 수 있게 하는 것이지요. 진도씻김굿에는 총 12거리(조왕, 안당, 초가망석, 손남굿, 제석굿, 조상굿, 고풀이, 씻김, 넋올리기, 희설, 길닦음, 중천)가 있는데, 이 과정에는 망자를 위한 굿도 있고 산 자를 위한 굿도 있어요.” 그 중, 사람들이 함께 공감하고 우는 대목이 씻김이다. 망자의 유품과 밥그릇, 누룩, 솥뚜껑으로 사람 형상을 만든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망자의 명복을 한마음으로 빈다. 애달픈 곡소리와 눈물이 있지만, 그것은 슬픔을 떨쳐버리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 “5거리인 제석굿은 산 사람을 위한 굿이에요. 이때에는 고깔을 쓰고 장삼을 입고 복을 의미하는 홍띠를 매지요. 산 사람들이 앞으로 잘 살아야 돌아가신 분도 마음이 편하니까, 그 부분을 어루만져 주는 것이지요.”

이렇듯 진도씻김굿은 기본적으로 망자를 위한 굿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남은 자와 떠난 자의 마음을 모두 어루만진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기본적으로 짜인 구성은 있지만 굿을 지내는 집안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정해진 각본도 대사도 없이 매번 새로운 이야기가 창조된다. 거기에 음악과 춤이 한데 어우러진다. 하이얀 소복에 장삼, 머리에 고깔을 쓴 모습은 소박하기 이를 데 없다. 초저녁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이어졌던 그 옛날의 굿을 지금 다시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안타깝다. 내리 굿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주와 조문객들이 먹고 놀고 함께 춤을 추며 슬픔을 떨쳤다. 이 과정이 우리네 인생사 희로애락이며 삶의 예술이다.


소통의 공간을 통해 진도씻김굿의 미래를 열다

진도씻김굿은 이제 수요가 많지 않아 공연 위주로 사람들과 소통한다. 문화가 많이 달라졌고, 사람들이 다양한 종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예전과 같이 장시간 서로 어울리는 것은 드물다.

“요즘엔 공연으로 최선을 다해 진도씻김굿을 보여주고 있어요. 저는 진도씻김굿이 내 것, 우리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모든 문화재가 그러하겠지요. 우리에게는 이것을 알려야 하는 사명이 있다고 생각해요. 일반 사람들에게는 굿이라는 게 어렵게만 느껴진다고 하는데, 본인들이 접해보기 전에는 그 선입견을 깰 수 없어요. 그것을 탈피하도록 만들고 싶은 것이 제 욕심이고 목표이지요.”

박미옥 전수교육조교는 앞으로 후진양성에 힘을 쏟고자 한다. 문화재가 앞으로도 탄탄한 걸음을 걷기 위해서는 대를 잇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린 세대들이 우리 문화를 보고 즐기고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수차례 공연을 하면서 언어는 통하지 않더라도, 음악만으로도 공감이 가능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씻김 음악에 담겨져 있는 메시지를 암묵적으로 읽어내는 것이지요. 비록 언어는 달라도, 사람의 심금은 한 자리에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공연을 하고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공감하다보면 진도씻김굿의 미래도 더욱 밝아질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글·박세란 사진·김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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