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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의 경희궁 답사이야기
작성일
2012-06-18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3487

가장 사랑하는 문화재를 떠올려보라고 하면 정말 많은 문화재들이 떠오르지만 요즘 내 마음속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경희궁(사적 제271호)이다. 경희궁이란 이름을 듣고 물음표가 아닌 느낌표로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 또한 경희궁이란 이름을 듣고 느낌표로 대답을 할 수 있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경희궁과 내가 만나게 된 것은 운명적인 일이였다.


나는 운 좋게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주관한 여름캠프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여름캠프의 주제는 ‘조선왕조의 궁궐과 외규장각의궤’였다. 일주일 동안 조선의 5대 궁궐을 답사하고 강의를 듣게 되었다. 그러나 답사기간 중에 경희궁에는 가볼 수 없었다. 궁궐에 대해 열심히 배우고 나니 궁궐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은 너무 커졌다. 그래서 가보지 못한 경희궁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 혼자 찾아가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 작아 볼 것도 없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알 수 없는 이끌림에 경희궁에 가게 되었다.

처음 간 경희궁에서 정문인 흥화문을 보고 정전인 숭정전, 편전인 자정전을 보았다. 사전공부가 되지 않은 상태라서 경희궁에 대해 아주 자세히 알 수는 없었고, 많은 전각들을 놓쳤다. 그렇지만 그 덕분에 경희궁에 대해 개인적인 감정을 떠올릴 수 있었다. 경희궁은 다른 궁들과 비교해서 정말 작고 박물관에 막혀 있으며 빌딩 숲속 사이에 답답하게 갇혀있다. 또 조선의 궁궐이었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어서 너무 안타까웠고, 더 관람객 하나 없는 경희궁은 너무 쓸쓸했다.


 

그렇게 경희궁에 다녀온 뒤 집에서 자료를 더 조사해보니 다시 한 번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름캠프에서 만났던 친구와 약속을 잡고 경희궁에 대해 조사를 하고 다시 경희궁으로 향했다. 공부를 한 덕분에 각 전각들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궁의 역사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경희궁은 광해군이 짓기 시작했는데 정작 광해군은 그곳에서 지내보지 못했다고 한다. 왠지 광해군에게 경희궁에 대한 안타까움이 남아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광해군의 영혼이 경희궁에서 떠다니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이번에 가서는 전에 보지 못했던 금천교와 영조의 어진이 보관된 태령전, 바위샘이라 불리는 서암을 볼 수 있었다. 서암은 그냥 바위 같아서 찾는데 애를 먹었다. 이 날은 눈이 내려 경희궁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다. 눈이 오면 궁궐이 정말 예뻐 보인다는 사실을 덤으로 알게 된 답사였다.

경희궁에 두 번 다녀오면서 경희궁은 나에게 있어 그냥 궁궐이 아니다. 자꾸 눈에 밟히는 곳이다. 많이 훼손된 모습 때문에 사람들에게 외면 당하는 경희궁의 모습을 바꿔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경희궁의 한 문화재 한 지킴이 활동을 해보려고 했으나 궁궐은 개인에게 허가를 내주는 곳이 아니어서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경희궁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내가 찾은 방법은 친구들을 데리고 가는 일이였다.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친구에게 경희궁의 아름다움에 대해 열심히 설명해주었다. 친구들이 나만큼 경희궁에 관심을 갖게 되거나 다른 궁들보다 경희궁이 좋다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경희궁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고 서로 경희궁에 대한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경희궁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모습을 보며 흐뭇했다. 이 글을 읽게 되는 분들도 쓸쓸해하고 있을 경희궁에 한 번쯤 들러보았으면 좋겠다.

언젠가 경희궁도 복원사업을 진행시켜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서 경희궁 터가 아니라 경희궁이라고 당당히 불릴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른 궁들처럼 관람객들이 넘쳐나는 활기찬 궁이 되었으면 좋겠다. 경희궁의 본래의 모습을 찾아주기 위해 나도 도와야겠다.

 


글·사진·최은비 백석고등학교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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