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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풍요와 다산의 기원 황해도 평산 소놀음굿
작성일
2009-10-12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4667



개인의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주는 놀이

한국 무巫의 기능을 사제司祭, 점복예언占卜豫言, 무의巫儀, 오락예능娛樂藝能의 넷으로 나눈다면, 소놀음굿은 오락예능적 기능의 비중이 큰 것이며, 의례(ritual)에서 연희(drama)로 발전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황해도 평산平山소놀음굿은 경사慶事굿에서 놀아왔다. 농사나 사업, 장사 등의 번영을 빌거나, 자손의 번창을 비는 뜻에서 행하여 졌는데 이때는 온 마을의 축제가 되어, 이 굿을 통해 마을의 협동協同과 화합을 다지며 개인에겐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주는 놀이였다. 황해도 평산소놀음굿은 소놀이굿, 소놀음굿, 소굿, 마부타령굿 등으로 불리며, 경사慶事굿의 일부로서 제석거리에 이은 하나의 새로운 절차로 행해진다. 즉 환자가 생겨 악귀惡鬼를 쫓거나 달래는 우환憂患굿과는 달리 ‘잘 되라’고 하는 경사굿이며, 농사나 사업들이 잘되고 자손이 번창하기를 비는 굿이다. 소놀음굿이 끼어서 굿의 절차가 바뀌는 것은 아니고, 다만 그 규모나 비용이 커질 뿐이었다.

황해도 평산소놀음굿은 제석거리에 이은 것인 만큼 무가巫歌와의 밀접한 관계와 그 영향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소리 내용과 진행 형식은 무의巫儀 특히 제석거리에 종속된 일부가 아니고 독립된 하나의 연희이다. 그러므로 제석거리의 연장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독자적 형식을 갖춘 소놀음굿이라는 놀이가 경사굿의 제석거리와 결합되어 지금과 같은 연희 형태를 갖춘 것이다. 무의巫儀 거리 중에서 제석거리와 결합하게 된 이유로는, 제석거리가 자손의 창성昌盛과 수명壽命 장수長壽를 빌고, 또 제석항아리의 곡신穀神적 성격에서도 볼 수 있듯이 풍년을 비는 농경 의례적인 요소와 불교적 요소가 습합習合되어 있어, 소놀음굿과 유사한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공동체의  대동大同을 위한 놀이

소놀음굿은 경기도, 황해도, 평안남도, 강원도, 서울에 걸쳐 광범위하게 놀아졌고 1980년11월17일 양주소놀이굿이 지정된 후 갈림길에 놓인 평산의 소놀음굿이 1988년 지정되어 각 지역을 잇는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를  찾게 되었다

소놀음굿의 진행은 칠성님과 마부, 일곱 나졸과 칠성님, 악사(장구산)와 칠성님의 대화와 장단에 맞춰 부르는 칠성님과 마부의 타령과 덕담, 농사짓기, 지정닦이, 방아찧기등 집단적 동작과 춤과 노래,  등으로 이루어지는데, 특히 장구를 연주하는 악사(장구산)는 장단으로 놀이의 완급을 조정하기도 하며 문제를 풀어주고 해소시키는 진행자로서 대화를 통해 놀이에 중요하게 참여 한다. 이러한 특징은 전통연희의  중요한 극적 특징들을 두루 갖추고 있으며 대단히 세련되어 있다.

굿巫儀이나 판소리가 대개 무당이나 광대의 독연獨演 형태인 데 비하여, 소놀음굿은 칠성님과 마부, 칠성님과 악사(장구산), 칠성님과 주요 등장인물들과의  대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가장假裝한 소와 주요 배역들과 많은 구경꾼의 참가로 이루어진다. 연희자가 부르는 소리는 황해도 무가巫歌와  서도소리民謠 이며, 놀이 내용에 맞게 다듬어진 세련된 가사의 노래이다.

황해도 평산소놀음굿은 칠성제석거리가 끝난 후 놀이에 참가 하는 모든 연희자가 팔선녀를 앞세우고 소를 탄 칠성님과 마당으로 등장하며 시작된다. 먼저 옥황상제의 명을 받들어 칠성이 지상地上에 강림하여 인간을 탄생시키고 조선국朝鮮國을 개국開國한 내용을 장대한 서사 무가로 칠성이 노래 부르고 이를 나졸들이 만수받이로 받는다. 칠성님과 삼신제석, 시은제석, 복립제석, 마부, 신농씨, 지장보살, 애미보살, 장구산(악사)등 9명 등장인물의 대화에 의해 진행되며  논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김매기, 집을 짖기 위한 집터 다지는 지정 닦이, 농작물의 수확과 방아찧기 등이 많은 연희자들의 참여에 의해 노래와 춤과 함께 모방과 재현을 통해 집단적 놀이로 연희된다. 목화와 물레에서 옷감을 자아내는 묘사, 신발을 만드는 재료의 묘사, 여러 종류의 술과 나물 등 먹을거리의 묘사, 팔도의 이름 짓기, 천상의 명복 나누어주기, 소의 모양 치레, 송아지의 재롱 등이 이어진다. 또 소를 길들여 부리는 방법이며, 쟁기에 보습을 맞추는 법, 법法과 뜻을 알려주는 천자문의 해학적 풀이를 끝으로 다시 천상세계로 돌아가는 것으로 끝맺는다.

평산 소놀음의 ‘소’는 놀이의 중심에서 벗어나서 공동체놀이의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평산 소놀이는 농경사회의 전반적인 문제와 다양하고 폭넓은 소재를 표현하고 있는 놀이이며  공동체의 대동大同을 위한 놀이 정신을 강하게 보여 준다.




풍요와 다산의 기원

농경사회의 파종과 수확, 집짓기는 공동체의 집단적 노동력을 필요로 했고  장단에 맞춘 집단노동의 몸놀림(춤)과 소리(노래)는 놀이 속에서 재현 된다. 음주 가무를 통해 신명지고 신바람 나고 신들린(trance, possessed) 듯이 놀고 난 후에는 새로운 생명력과 활력이 생성되며 집단의 결속력이 강화되고  생산력이 향상되는 것이 놀이의 기능이다.

농경사회에서 땅은 논밭이고 생명을 기르는 자궁인 여성성의 상징이며, 하늘은 비雨이고 생명을 잉태하게 하는 물(정낭)을 지닌 남성성의 상징이다. “<봉알산> 하나를 쑥 뽑아다 보습이라 대놓고 이랴 마랴 직접 갈아보니 천년도 갈만하고 만년도 갈만 하고 춘추 만대가서 만백성이 좋다고 합니다”라는 마부의 재담 속에 <봉알산>은 남성의 생식기이고 보습은 논밭을 가는 쟁기에 부착되는 삽 모양의 농기구이며 쟁기는 남성의 생식기와 닮았다.

<봉알산>으로 보습을 만들어 논밭을 가는 것은 생식의 비유이며 이를 통해 풍년이 지속되길 바라는 기원이 담겨 있다.

이는 땅(여)과 하늘(남)이 조화를 이루어 종의 존속과 번영을 위한 생산성 향상(다산)과 안정(풍요)을 염원하는 원초적이며 근원적인 집단 의식세계가 집적되어 형성된 농경민족의 신화적 상징체계가 반영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선비 명인의 삼현춤

중요무형문화재 제90호 황해도 평산소놀음굿의 보유자 이선비 명인은 평생을 전통문화예술의 보존과 전승에 기여해온 전통문화예술의 지킴이였으며 특히 명인의  삼현춤은 오랜 삶의 현장에서 우러난 깊이와 신명을 지니고 있고 황해도 춤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황해도 굿춤이 겉으로 보기엔 활달함을 표방하는 무방비상태의 동적인 춤인 것 같지만 속에는 무거운 짐을 지고 움직이는 것과 같은 활동 폭이 한정되어 있으며 정적인 춤이다. 그러므로 상당한 억제가 필요한 춤이다. 이러한 춤 형식은 오랜 경륜으로 자연스럽게 숙달되어야만 표현될 수 있는 춤, 즉 춤 맛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춤이라고 할 수 있다.

이선비 명인의 여러 춤사위 중 백미로 꼽히는 삼현춤은 대감거리, 신장거리, 때에 따라선 칠성·제석거리에서 추어지는 춤으로 삼현장단에 맞춰 흥겹게 추는 춤이며 삼현장단이라는 것은 허튼타령 장단을 말한다. 삼현춤을 출 때는 구음이 뒤따르며  주로 어깨춤이 많고 춤을 추면서 여러 인물(신령)의 흉내를 내기도 한다.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예술성과 오락적 기능을 지닌 황해도 평산소놀음굿은  1988년 8월 1일 중요무형문화재 제90호로 지정되었으며 초대보유자 고 장보배 선생의 뒤를 이어 현 예능보유자 이선비 선생께서 보존회를 이끌며 국내외에 황해도 평산소놀음굿을 소개하는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글·사진 | 이상희 한국전통극연구소(KOTTI) 대표, 황해도평산소놀음굿 이수자
사진·황해도평산소놀음굿 보존회 사무국,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서헌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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