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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열린 광장에서 함께 즐기는 카리용(Carillon)
작성일
2017-05-31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1613

열린 광장에서 함께 즐기는 카리용(Carillon) - 무형유산을 보전하기 위한 향유와 전승 건반과 여러 개의 종을 연결한 악기 ‘카리용’은 17세기에 탄생했으며 그 문화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현재까지 벨기에의 76개 도시와 마을, 세계 20개국에서 카리용 문화를 보존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 도시의 중심부에 위치한 수많은 카리용 타워에서 흐르는 음악은 광장에 모인 불특정 다수에게 행복을 선물한다. 필자 역시 카리용의 아름다운 선율에 반해 네덜란드 유트레이트에서 전문 연주자 과정을 졸업하고 국내 최초 카리오너가 됐다. 전통을 전승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킴으로써 민족의 문화적 정체성과 사회적 결속력을 고취하는 그들의 행보를 들여다본다. (좌)수백년 동안 이어져온 카리용의 모습 ⓒ셔터스톡 (우)카리용 연주에 맞춰 광장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 ⓒ유네스코

유럽에서 시작한 악기 ‘카리용’

카리용이란 악기는 17세기 중엽, 수면보다 지면이 낮은 네덜란드를 비롯해 벨기에와 프랑스를 중심으로 ‘신호용 종’, 시간을 알리는 정도의 기능으로 사용됐다. 이후에 시간이 경과하면서 ‘신호용 종’에 음정이 더해지고 종의 숫자가 늘어남에 따라 반음계의 음정까지도 연주하는 새로운 악기로 발전했고 현재는 ‘탑에 매달려있는 종들과 건반의 연주 또는 기계장치에 의해 연주되는 건반 악기’로 통용된다.

탑에 매달려 있는 종만 보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종(Bell)이나 차임(Chime) 같기도 하고, 손 건반과 페달 건반이 있는 오르간과 유사하여, 사람들은 카리용을 일반적인 종이나 오르간과 혼동하기도 한다. 그러나 카리용은 이 모든 요소들이 결합되어 있는 고유의 악기이다. 카리용은 17세기 중반에 연주할 수 있는 악기로 만들어진 이래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중심으로 유럽 전역으로 확산됐으며 최근에는 미국으로까지 지평을 넓히고 있다. 유럽의 경우 도시 중심부의 타워에, 미국에서는 주로 대학 캠퍼스의 기념비적인 타워에 카리용을 설치한다. 그중 종의 숫자가 78개로 제일 많아 기네스북에 오른 카리용은 대전과학기술대학교 캠퍼스의 ‘혜천타워’에 있다.

문화재로서 카리용의 보존 노력

카리용 음악은 두 번의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총을 만들기 위해 종을 녹였던 정책과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위기로 악기 제작 자체가 위축되면서 쇠퇴했다. 하지만 20세기 초 벨기에 메헬렌 시(市)의 카리용 연주자 예프 데닌(Jef Denyn)이 카리용 연주의 전승과 대중적 지원을 이끌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오늘날까지 카리용 문화는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는 카리용 타워를 시 소속 건물로 지정했으며 특정 지역마다 위원회를 형성해서 카리용을 관리하고 있다. 카리용 위원회의 주관으로 목요일과 금요일은 학구적인 카리용 연주회가 있고, 벼룩시장이 열리는 주말에는 카리용으로 대중적인 곡들을 연주해 일반 시민들도 쇼핑을 하거나 카페에 앉아 감상할 수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나라의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북쪽 끝에서 남쪽 끝까지 동시에 카리용을 연주하기도 한다.

전문 카리오너를 양성해 내는 것도 보존에 중요하다. 카리용 연주 전승은 교육 정책을 통해 나타나는데 그중에서도 메헬렌 카리용 학교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어린이들은 핸드벨 연주로 카리용을 접하게 되고 그중 재능이 있는 학생은 지역 카리용 연주자들로부터 별도의 레슨을 받는다. 벨기에 메헬렌에서 개최되는 ‘퀸 파비올라 국제카리용경연대회(Queen Fabiola Competition)’와 같은 콩쿠르를 통해서도 전승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밖에 최초의 카리용 전문 교육기관인 제프 데닌 스쿨(Jef Denyn School)이 벨기에에 건립됐고 네덜란드에는 아메르 스포르트 카리용 스쿨이 있으며, 미국의 대학에서도 카리용 전문 연주자를 위한 학위과정이 개설됐다.

카리용 음악이 역사적으로 일부 유럽지역에서 그들만의 공동체적 취향을 반영했던 반면 오늘날에는 클래식, 대중음악, 세계음악 등과 어우러지며 점차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카리용으로 편곡·연주하고 있다. 메헬렌 카리용 학교에는 일본인·중국인·러시아인 학생들이 입학함에 따라 이들 국가의 노래들도 카리용 연주용으로 편곡하고 있다.

처음에 카리용은 몇 개의 종들이 신호용(종교 의식의 중요한 시점이나 행사 등을 알림)으로 시작되었으나 지금은 모든 장르를 연주할 수 있는 악기로 진화했다. 크고 높은 타워의 꼭대기뿐만 아니라 트럭을 개조해 연주대와 종을 이동하며 연주하는 모바일 카리용도 많이 개발됐다.

한 과학자에 의하면 ‘어느 정도의 진동은 사람을 건강하게 만든다’고 했다. 카리용을 쉽게 접하고, 오랫동안 향유해온 유럽 사람들이 건강하고 신체조건이 좋은 것도 그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카리용은 열린 공간 전체를 즐겁고 여유 있게 만들어,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음악회장으로 인도한다. 인종과 종교, 소득을 떠나 탁 트인 공간에서 카리용 음악을 들으며 사람들은 동일한 심미적 경험을 공유한다. 이것은 음악을 통해 사회적관계망을 형성하는 카리용 문화의 또 다른 가치라 할 수 있다.

 

글‧오민진(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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