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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의 문경새재 답사기
작성일
2005-07-05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3999




시 한 수가 저절로 읊어지는 쌍곡계곡을 지나
1박 2일의 문경 여행. 문경새재 찾아가는 길은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통해 문경새재IC까지 가면 쉽게 갈 수 있다. 문경새재 부근의 문화재와 관광명소를 찾다 보면 1박 또는 2박이 짧게만 느껴지는 곳인지라,  어떻게 가면 인적이 드물면서 가볼 만한 코스가 될까 고민하던 끝에 괴산의 쌍곡계곡을 지나 가은읍을 통과해 문경새재로 가기로 했다.
   토요일 오후 5시가 조금 넘어서 출발한 여행길, 중부내륙고속도로를 따라 충북 괴산의 쌍곡계곡을 찾았다. 속리산의 계곡 중에 쌍곡계곡은 산수가 아름다워 퇴계 이황, 송강 정철 등 많은 유학자와 문인들이 즐겨 찾던 곳이라고 한다. 쌍곡계곡에서 1박을 하면서 주변의 보배산, 칠보산, 군자산, 비학산 등에서 산행을 즐길 수도 있다. 울창한 노송 숲과 기암계곡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이 호롱소, 소금강, 떡바위, 문수암, 쌍벽, 용소, 쌍곡폭포, 선녀탕, 장암의 쌍곡구곡을 이루고 있다. 시원한 계곡물에 손과 발을 담그고 있으면 마음이 저절로 평온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강년 생가 터를 지나 조계종 특별수도원인 봉암사로
아침이 되어 다시 계곡길 따라 문경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수려한 계곡들이 도시에서의 스트레스를 한 번에 씻어주는 듯하다. 용추계곡은 8월 31일까지 어른 500원, 어린이 300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는데, 경기 가평의 용추계곡에 뒤지지 않는 수려한 계곡이라 할 수 있다.
   용추계곡을 지나면 이강년 생가 터가 나온다. 이강년은 1894년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나자 문경의 동학군을 지휘했으며, 을미사변 때는 문경에서 의병을 일으켰다. 이어 제천(堤川)으로 유인석을 찾아가 사제(師弟)의 의를 맺고, 유인석 의병부대의 유격장으로서 문경·조령(鳥嶺) 등지에서 활약하였다.
   이강년 기념관 다음에는 봉암사가 있다. 봉암사는 수행도량으로, 1년 중 단 하루 부처님오신날 외에는 관람객을 받지 않아 들어갈 수는 없다. 봉암사의 역사는 신라 후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증대사 도헌스님이 구산선문 중 하나인 희양산문을 이 곳에서 개창하였던 것이다 .이후 태조 18년 정진대사가 사찰의 소임을 볼 때는 이 봉암사에 3천여 대중이 머물러 동방장과 서방장으로 나누어 정진을 할 정도였다. 이러한 분위기가 계속 이어져 보우국사를 비롯한 많은 수행자들이 이 곳에서 정진하여 “동방의 출가승도는 절을 참배하고 도를 물을 때 반드시 이 곳 봉암사를 찾았다”고 한다. 1982년 조계종단은 봉암사를 조계종 특별수도원으로 지정하여 성역화 의지를 표명하였다. 그래서 희양산 봉암사 지역은 일반인의 출입을 막아 동방제일 수행도량의 분위기를 조성하였던 것이다.
   한편 봉암사 입구에는 서낭당이 있는데, 당나무와 당집이 같이 있는 형태의 마을신당으로, 우리 전통문화의 한 면을 만날 수 있다.



석탄박물관과 견훤 출생설화가 있는 아차마을
당집을 지나 문경 쪽으로 가다 보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석탄박물관이 있다. 이 곳은 한때 우리의 유일한 에너지자원으로써 국가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던 석탄산업의 변천사를 한 곳에 모아 귀중한 역사적 사료가 되도록 하고, 석탄산업 전반에 대한 학습장으로 활용하도록 만든 박물관이다. 어른 1000원, 청소년 700원의 입장료가 아깝지 않은 박물관으로, 1층 전시실은 석탄의 생성과정에 대하여 설명되어 있고 2층 전시실은 석탄을 캐내는 과정을 표현했다. 야외전시장에는 막장에서 석탄을 싣고 나오는 기차가 전시되어 있다. 석탄박물관에서 가장 멋진 곳을 찾으라면 실제 석탄을 채굴하던 은성광업소의 갱도를 이용해 만든 갱도전시장일 것이다. 약 230m 길이로 만들어 놓은 갱도전시장에는 광부들이 축전차를 타고 갱도로 들어가는 장면, 막장에서 채탄을 하는 장면 등이 모형으로 재현되어 있다.
   석탄박물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후백제를 세운 견훤의 출생설화가 있는 아차마을이 있다. 그 곳에는 견훤의 어머니와 관계를 맺은 지렁이가 살았다는 금하굴이 있다. 옛날 아차마을의 산속에는 아자개라는 큰 부자가 살고 있었다. 그 집에는 혼기가 찬 딸이 하나 있었는데, 어느 날 밤부터 이상한 일을 겪기 시작했다. 밤이 되면 한 남자가 자신의 방으로 찾아와서는 함께 잠을 자고 새벽이면 돌아가곤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상한 위력에 압도되어 거부하지 못하고 그 남자와 계속 동침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아자개의 딸은 처녀의 몸으로 아이를 갖게 되었고 이 사실을 안 아자개는 딸에게 실과 바늘을 주어 그 남자의 옷에 실이 달린 바늘을 꽂게 하였다. 새벽이 되어 아버지와 딸이 실을 따라가 보니 동굴이 있는데, 동굴 안에 집채 만한 지렁이가 바늘에 찔려 죽어 있었다. 딸은 열 달 후에 아들을 낳았는데, 그가 바로 견훤이다. 그래서 견훤을 지렁이의 아들이라고 한다.
   문경새재로 가면서 가족들이 즐길 만한 것은 철로자전거이다. 전국 최초로 운행되고 있는 문경 철로자전거는 문경시 마성면 진남역에 설치되어 있는데,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탑승하여 자연과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문경새재도립공원과 <왕건>촬영지
백두대간인 조령산을 넘는 문경새재는 예로부터 한강과 낙동강 유역을 잇는 연남대로 상의 가장 높고 험한 고개였다. 새재라는 이름은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 억새가 우거진 고개, 하늘재와 이우릿재(이화령) 사이 등 그 의미도 다양하다.
   문경새재도립공원에 들어가 처음 맞는 것은 새재박물관과 장승들이다. 새재박물관은 관문의 이름을 따서 주흘실, 조곡실, 조령실 등 3개의 전시실을 마련했다. 문경새재의 옛모습과 전설, 사진, 모형 등을 볼 수 있다. 장승공원의 장승 표정에는 해학과 정이 느껴진다. 공원입구에 들어서면 근래에 보기 드문 흙길이 펼쳐지고 맨발로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 3개의 관문을 따라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펼쳐진다.
   처음 우리를 맞는 문은 주흘관이다. 주흘관을 둘러선 성벽과 그 앞에 있는 전쟁도구들을 둘러보면 옛 선조들의 높은 과학기술에 다시 한 번 고개가 숙여진다. 주흘관에서 등산할 사람들은 주흘산 정상을 향해 올라갈 수 있으며, 산책을 위해서는 주흘관을 지나 KBS촬영장, 조곡관, 조령관까지 이어지는 흙길 산책로를 택할 수 있다. <왕건> 촬영장소로 만들어진 KBS촬영장은 드라마에서 보아 익숙한 건물들이다. 그러나 세트장이다 보니 겉보기와 다르게 플라스틱과 합판이 많이 쓰여서 아쉬움이 남았다.

   문경새재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향하던 길이며, 일제 때는 수탈의 대상이었던 흔적이 남아 있어 과거를 돌아보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올라가는 길에 들른 휴게소에서 좁쌀동동주를 들이키고 옛 선비를 흉내내어 시조를 읊어 본다.
   새재의 세 관문 중 제1관문인 주흘관에서 제3관문인 조령관까지의 거리는 약 6.5km. 3시간은 족히 걸어야 되는 길이지만, 맑은 물소리와 아름다운 새소리를 벗삼아 걷노라면 그 시간이 오히려 아쉽게 느껴지기만 한다. 돌아오는 길인 문경새재IC에서 동서울IC까지는 약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이영철 / 우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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