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트위터 페이스북
제목
같음이 만든 다름
작성일
2017-04-04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1609

봄의 정취보다 더 짙은 한(恨)의 정서 - 등록문화재 제470-2호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진통을 앓던 1920년대, 그 치열했던 삶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우리 고유의 언어와 정서로 시를 써 내려갔던 김소월. 척박했던 겨울의 끝에 봄을 알리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때면 누구나 그의 대표작 ‘진달래꽃’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김소월 생전의 유일한 시집인 <진달래꽃>은 사무치고, 또 사무쳤던 당시 우리 민족의 한(恨)이 서려 있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지막이 김소월 시의 몇 구절을 읊조리다 보면 어느덧 가락이 따라붙어 노래로 흥얼거리게 된다. 절제된 가락과 토속적인 감성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작품이 그의 나이 고작 17~18세에 발표했던 것이라 하니 감탄할 따름이다. 고려가요 ‘가시리’가 품고 있는 이별의 정한(情恨)과 닮아 있는 작품은 진달래꽃뿐만 아니라 이 시집에 실린 ‘초혼’, ‘먼 후일’에도 짙게 그려져 있다. 유난히 노래로도 많이 불렸던 김소월의 시는 민요의 가락과 설화적 서사, 그리고 슬픔이 어우러져 시간이 흘러도 빛나는 명작이자 문화재로 남았다.

 
 
 

살아있는 듯 화폭을 뚫고 나오는 꽃의 자태 - 국가민속문화재 제60호 초충수병(草蟲繡屛) 나리꽃과 나비

풀과 꽃, 벌레 등을 묘사하고 있는 초충수병은 전체 6폭으로 구성되어 있는 병풍으로 가운데 4폭을 신사임당의 자수와 그림으로 구성하고, 양 끝 2폭을 허백련의 묵화(墨畵)로 배치했는데, 이 중 가운데 4폭이 국가민속문화재 제60호이다. 이 초충수병은 동아대학교가 소장하고 있는 신사임당의 초충도와 그 수법이 동일해 신사임당의 것이라는 해석에 무리가 없다. 신사임당의 작품은 마치 살아있는 것과 같은 섬세한 표현력을 가져, 그의 그림을 본 닭이 그림 속 곤충을 쪼아 종이가 뚫어질 뻔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그의 묘사력은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4폭의 작품에는 괴석과 꽃을 수놓고, 벌과 나비를 그려 넣었다. 나리꽃과 장미나무에는 나비를, 국화에는 벌을 그려 넣어 조화를 이뤘다. 꼰사(꼰실)의 색도 미색, 황색, 청회색, 자색, 밤색 등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어 자수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채색화에 비해 꽃의 빛깔은 덜 화려할지는 몰라도 자수만이 가진 입체감은 꽃에 또 다른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봄빛을 머금은 꽃송이로 가득한 밥상 - 온몸에 전해지는 전통 계절 요리 ‘화전(花煎)’

봄기운이 완연한 음력 삼월 삼짇날과 한식(寒食)에 꼭 해 먹기는 했으나, 사시사철 그 계절에 맞는 꽃을 얹어 즐겼기에 화전은 상시 즐겼던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찹쌀가루를 반죽해 동그랗게 빚어 기름 위에 지지다가 마지막에 형형색색의 꽃을 얹어주기만 하면 눈과 입이 즐거운 화전이 완성된다. 바삭하게 부쳐낸 화전에 꿀을 얹으면 꽃이 가진 그윽한 향을 온전히 맛볼 수 있다.

봄에는 진달래, 여름에는 노란 장미, 가을에는 국화, 겨울에는 대추와 쑥갓이 꽃의 자리를 차지했다. 독성만 없다면 화전에 올릴 수 있는 꽃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17세기의 『음식디미방』에 계절이 바뀔 때마다 지천에 피어 있는 꽃잎으로 화전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그 역사는 오래됐다. 또한, 삼월 삼짇날에는 화전을 다 부치고 나서 여성들이 모여 ‘화전놀이’를 즐겼다. 그날 하루만큼은 아낙들이 음주가무를 즐기며 평소 숨겨뒀던 재주를 뽐내기도 하고, 자유롭게 시댁에 대한 담화를 나눴다. 이날 꽃 싸움도 빠질 수 없는데, 진달래의 꽃술을 서로 마주 걸고 당겨, 먼저 끊어지는 쪽이 지는 형식이다. 이렇듯 화전은 계절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풍류 그 자체인 것이다.

 
 
 

은은한 꽃 향기로 새겨낸 해탈의 통로 - 우리 전통 건축의 미 ‘꽃살문’01.내소사 대웅보전 꽃살문 02.쌍계사 대웅전 꽃살문

산 중턱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사찰. 고요한 풍경 소리와 경내에서부터 번져오는 향 내음이 마음의 물결까지 잠잠하게 만든다. 장엄한 건축미를 자랑하는 대웅전을 향해 가까이 발길을 옮기다 보면 어느 무명(無名)의 목공이 심혈을 기울여 조각했을 꽃살문에 시선을 뺏긴다. 궁궐이나 민가의 亞자문, 띠살문 등이 단아하고 정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과는 달리 법당의 문살 장식은 꽃을 주로 다뤘기에 화려하고 정교하다. 문살에 새겨진 꽃의 종류는 윤회와 정화를 뜻하는 연꽃을 비롯해 모란, 국화, 해바라기 등이 있으며, 이름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관념적인 형태의 꽃들도 보인다. 극락정토로 통하는 문에 진리를 상징하는 꽃을 새김으로써 꽃살문은 미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성찰의 의미로 승화된다. 불심과 예술혼이 깃든 꽃살문은 그윽한 향기를 품은 해탈의 문인 것이다. 특히 부안군 내소사 대웅보전의 꽃살문은 깨우침의 단계를 표현하기 위해 꽃봉오리와 만개한 꽃을 함께 새긴 걸작으로 손꼽힌다. 세월이 지나 단청은 빛을 바랬지만 문양이 가진 조화와 화려함은 여전하다. 그 외에도 논산 쌍계사 대웅전과 강화 정수사 대웅보전의 꽃살문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만족도조사
유용한 정보가 되셨나요?
만족도조사선택 확인
메뉴담당자 : 대변인실
페이지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