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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옛 곡성역과 기찻길, 섬진강을 따라 흐르다
작성일
2012-04-16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3152

시간과 풍경이 머무는 옛 길을 달리다
섬진강蟾津江의 아름다운 풍경을 싣고 강변을 따라 과거로 달리는 기차. 1940년대의 증기기관차를 모델로 제작한 섬진강 기차마을의 관광기차가 그것이다. 1967년 디젤기관차의 등장으로 정기운행이 중단된 이래, 철도박물관과 영화·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유물이 된 증기기관차. 그래서인지 증기기관차를 빼닮은 외관에 객차 3량을 연결한 관광기차는 과거를 추억하고 체험하기 위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삶은 달걀과 사이다를 운운하며 한껏 들떠있는 사이, 기적을 울리며 기차가 서서히 움직인다. 옛 곡성역谷城驛에서 출발한 기차는 30km로 속도를 유지하며 섬진강과 나란히 달린다. 종점 가정역까지는 불과 10km 남짓. 길지 않은 거리를 30분 동안 달리니 봄의 기운을 내뿜는 바깥 풍경을 오랫동안 눈과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관광 기차가 달려온 길은 현재의 전라선이 아닌, 1990년대 말 폐선廢線이 된 옛 기찻길. 큰 반원을 그리며 곡선으로 흐르는 섬진강을 제대로 보는 호사豪奢를 누릴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섬진강 사람들의 삶을 실어 나르던 기찻길은 이제 과거의 시간을 찾으러 곡성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만나고 있다.

새 역사驛舍와 옛 곡성역, 복선 기찻길과 옛 기찻길
섬진강이 흐르는 길을 따라 낸 도로와 기찻길, 이 세 개의 길이 함께 달리는 진풍경을 간직한 곳, 전라남도 곡성. 인근에서 나고 자란 사람에게서 사시사철 아름다움을 품은 기차 창 밖 너머의 섬진강 이야기를 듣기란 어렵지 않다. 그만큼 기차를 타고 다니며 피워냈을 수많은 이야기를 섬진강이 만들어 냈고, 기차가 실어 날랐다.

그러나 옛 철길에는 잡초가 뒤덮이고, 옛 곡성역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져 그간의 오랜 이야기를 묻어두게 된다. 인근 광양지역 컨테이너항의 물동량이 증가하자 전라선의 직선화와 복선화 사업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곡성역에서 압록역까지의 약 17.9km는 기차가 달리지 않는 폐철도로 남게 되었고, 신 역사인 곡성역이 만들어지면서 1933년에 건립된 곡성역은 ‘구舊 곡성역(등록문화재 제122호)’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새로운 철길은 직선화를 위해 긴 터널을 만들었기에 더 이상 섬진강과 도로가 함께 달릴 수 없게 되었다. 기차를 타고 곡성읍이나 인근 도시로 통학했을 학생들의 꿈도, 곡성장날(3일, 8일) 농산물을 내다 팔던 농부의 꿈도 점차 잊혀지게 될 것이었다.

섬진강 사람들의 잃어버린 시간 되찾기
곡성역에서 가정역까지 10km의 폐선을 매입하여 관광기차를 운행하게 된 것은 2005년의 일이다. 근대문화재로 등록된 구 곡성역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차가 달려야 하며, 기차가 달리기 위해서는 폐선 된 철도를 개발해야 했다. 역사와 철도시설을 정비하고 그 주변을 공원으로 만들어 ‘섬진강 기차마을’을 조성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로써 섬진강 사람들은 추억을 되찾고 그들의 이야기를 관람객들과 공유하게 되었다. 곡성역은 신 역사로 옮긴 뒤 전라선 중심역사로서의 기능은 잃었지만, 폐선된 철길이 되살아나고 관광기차가 운행되자 구 곡성역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역사의 뒤안길로 묻힐 뻔한 자원을 장기적인 안목에서 되살린 노력을 통해 옛 곡성역과 기찻길은 역사와 이야기를 담고 섬진강물처럼 다시 흘러간다.

 

글·류호철 안양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사진·김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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