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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주 해녀 한명자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순 없다
작성일
2014-02-13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6773

제주 해녀 한명자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순 없다 - 삶의 풍랑을 겪어본 사람들은 안다. 세상 그 어떤 일이 그리 만만하고 녹녹하던가. 물질만 58년째. 자식들 먹이고 가르치느라 반대로 자신의 목숨은 바다에 내어놓았다. 그런데도 그녀, 불평이나 푸념 대신 감사의 미소만 띄운다. 해수와 해풍, 그리고 세월이 조각해놓은 주름들 하나하나가 훈장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얼굴이 또 있을까.

 

임금의 심금까지 울린 바다의 어멍, 제주 해녀

제주 섭지코지에 위치한 ‘아쿠아플라넷 제주’ . 마이크를 잡은 직원이 200명 가까운 관람객들에게 반가이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네, 여러분은 제주 하면 뭐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전 ‘바다의 어멍(어머니의제주방언)’이라 불리는 해녀가 생각나는데요,『 조선왕조실록』에는 해녀에 관한 흥미로운 일화가 전해져 옵니다. 정조 임금께서는 궁에 공물로 진상된 전복이 실은 한 해녀의 목숨과 맞바꾼 것임을 알고 몹시 안타까워하셨대요. 그리고는 ‘그 고통을 알고 나서 그 귀한 것을 어찌 먹겠느냐’하시면서 이후로 전복을 드시지 않았다고 해요.(중략) 해녀는 기량에 따라 대상군, 상군, 중군, 하군으로 나뉘는데요, 대상군은 평균 15~20m까지 잠수해서 2~3분 간 숨을 참을 수 있다고 합니다. 대단하죠? 어떠세요, 여러분도 같이 한 번 숨을 참아볼까요? 네, 그럼 지금부터 하나, 둘, 시작!”

이어 가로 23m, 세로 8m, 깊이 10m, 수량 5,000톤에 달하는 초대형 수조 속에서 한명자 씨(73세)의 모습이 나타나자, 관객석에서는 일제히 탄성이 흘러나온다. 대부분이 산소통 하나 없이 오로지 맨 숨으로만 물질하는 장면을 처음 접하는 만큼 신기함은 배가 된다. 물고기처럼 유연하게 바닥으로 내려와 커다란 전복을 따 바구니에 넣고서는,관객들에게 손을 흔들며 수면 위로 부상하는 그녀를 향해 여기저기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

“미 해군 잠수연구소가 우리 제주 해녀의 잠수능력에 커다란 관심을 가지고 수차례 제주를 방문했다는 일화 또한 유명한데요, 그들의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해녀에게서 별다른 신체적, 체력적 우수성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고 합니다. 단지 해녀들의 잠수능력이 탁월한 것은 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어머니로서의 강인한 모성애와 희생정신 때문일 것이라고 유추했다죠. 자, 제주의 어머니, 제주 해녀 한명자 씨께 박수 한 번 드려볼까요?”

강인한 모성애의 대명사, 제주 해녀

“일곱 살 때 제주 4.3 사건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외동인 난 우리 할머니 손에 컸지요. 어머니가 재가를 하셨거든. 먹고 살기 참 팍팍했어. 초등학교 졸업하니 놀이터였던 바다가 업이 되더라고. 이웃마을에서 중신이 들어와 시집도 갔지요. 근데 당시만 해도 남편은 직업도 없고 일할 줄도 몰랐던 사람인 거라. 애들은 자꾸자꾸 커 가는데, 어째요. 물질은 기본이고 밭 일에 밀감농사에 닥치는 대로 했지. 응, 2남 5녀 뒀어요. 아들 귀한 제주에서 딸만 많이 낳았다고 시어른들 구박이 말도 못 했어(웃음).”

‘돌, 바람, 여자’가 많아 삼다도(三多島)라 불리는 제주. 돌과 바람은 그렇다 치고라도 여자의 경우에는 단순히 숫자가 많다는 의미에 한정되는 건 아닐 듯 싶다. 제주라는 섬의 여자로 태어난 이상, 어떤 사정에서든 가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한 아버지와 남편의 부재를 대신해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그녀들 삶의 무게라 읽힌다. 이참에 속상했던 마음이라도 시원하게 쏟아놓으시라 하니, 지난날을 더듬는 그녀의 먼 시선이 허공에 커다란 포물선을 그린다.

“그러게. 돌이켜보면 원망스럽기도 했고 홧김에 보따리를 싼 적도 있었던 것 같은데, 내가 멍청한 건지 바보인 건지 그런 걸 일일이 염두에 두고 살지를 못했어요. 솔직히 그럴 여유도 없었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랐으니까. 정신 차리고 보면 늘 바닷물 속이야(웃음). 저는 그게 우리 애들이 다 건강하고 착실하게 잘 자라준 덕분이라 생각돼요. 그럼, 고맙지요. 특히 딸자식이 많으니 참 좋아. 응, 아들들은 무뚝뚝한데, 딸들은 살가워서 좋아(웃음). 더 이상은 물질하지 말라고 성화지만, 싫어. 난 일 없인 못 살아. 할 수 있는 마지막 그 날까지 바다에 나가고 싶어. 제주하면 해녀고, 해녀하면 또 제주잖아.”

현재 제주 인구는 작년 여름을 기준으로 60만 명을 돌파했지만, 현업에 종사하는 제주 해녀는 모두 4,600명에 불과하다. 그중 80%가 60세 이상의 고령자로, 이들의 평균 나이는 70세. 한명자 씨는 제주도청 차원에서 해녀들에게 여러 경제적, 제도적 지원이 이루어지는 요즘이 ‘예전에 비해 정말 편하고 좋은 시절’이라고 손꼽는다. 프랑스어로 ‘바다’라는뜻을 지닌 ‘La mer’는 ‘어머니(mere)’에서 태어났다. 생명을 품고 낳고 키우기를 반복하는 바다와 어머니 사이에는 확실히 많은 공통점이 있어 보인다. 제주의 상징인 해녀의 명맥이 끊어지지 않고 세대를 이어가기 바라는 한명자 씨의 마음 또한 조금도 다르지 않다.

글 배선아 사진 박재우 장소협찬 아쿠아플라넷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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