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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의 설화를 찾아서 -특집
작성일
2005-12-02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3114


인간의 온기와 삶의 맥박이 전해 내려오는 우리의 설화를 찾아서

인간에 대한 예의

이야기란 무엇인가. 존재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이 이야기다.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실재하는 것뿐 아니라 상상 속에서 존재하는 것까지, 자신과 어울리는 이야기와 만남으로써 찬연히 빛을 내고 의미를 발한다. 세상을 이루는 여러 사물들, 예컨대 산이나 강, 바위, 굴, 연못 같은 자연물이나 마을, 절, 탑, 종, 그림 같은 인공물들과 각별히 친숙한 이야기가 전설이다. 무언가 범상치 않은 모습을 한 사물에 대하여 사람들은 예외 없이 특별한 유래나 곡절을 전해왔다.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드는,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게 만드는 경이의 이야기들이다. 잘 믿기지 않는 내용이 많고 터무니없어 보이는 사연들도 있지만, 그 이야기들은 소홀히 흘려버릴 성질의 것이 아니다. 사실 여부는 어떨지 몰라도, 인간과 삶에 얽힌 ꡐ진실ꡑ을 깊게 함축하고 있는 이야기가 전설이다. 문화재에 얽힌 전설이 적지 않다. 다음과 같은 이야기들을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남편(아사달)과 만나기 위해 연못에 탑 그림자가 비치기를 한없이 기다리다가 연못(영지)에 빠져 죽은 아내(아사녀)의 사연을 전하는 무영탑(석가탑) 전설. 청명한 소리를 얻기 위해 어린아이를 쇳물에 넣어 종을 주조했더니 구슬픈 ꡐ에밀레ꡑ 소리를 내게 되었다고 하는 에밀레종(성덕대왕 신종) 전설. 눈 덮인 산 속에 혼자 남겨진 다섯 살 아이가 관음보살과 어울려 지내면서 무사히 겨울을 났다고 하는 설악산 오세암 전설. 한 수도승이 호랑이가 보은의 뜻으로 업어 온 여인과 남매의 인연을 맺어 평생을 함께 수도하며 살았다는 사연의 계룡산 남매탑 전설 등. 석가탑과 남매탑, 에밀레종, 오세암 들은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조형물이자 소중한 문화재이지만, 전설의 경이로운 사연과 어울려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는다. 인간의 온기가, 삶의 맥박이 스며들게 된다고나 할까. 아사달과 아사녀의 안타까운 사연은, 에밀레종에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사연은 예술 창조의 이면에 얽힌 시련과 고통을 일깨우면서 인생과 예술의 본질을 새삼 되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 차가운 조형물은 우리 가슴에 뜨겁게 살아오는 것이다. 세속의 흐림을 넘어선 천진무구함과 구도자적 자세를 화두로 삼아서 우리 마음을 감동으로 일깨우는 남매탑과 오세암 이야기 또한 마찬가지다. 그 이야기의 맛을 음미하고자 애써 계룡산이나 설악산 등성이를 찾아 오르는 이들이 있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필자는 옛이야기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이처럼 곡진한 삶의 사연을 담은 이야기들이 유형의 조형물 못지않은 문화적 가치를 지닌다고 믿고 있다. 굿이나 탈춤, 판소리처럼 공식적으로 인정되고 있지 않지만, 전설 또한 소중한 무형의 문화재로서의 의의를 지닌다고 하는 생각이다. 어찌 그런가 하면, 그 속에 오랜 세월에 걸친 삶과 문화의 정수가 응축돼 있는 터이므로. 전설은 어느 누가 하루아침에 만든 것이 아니라 민간에서 자연적으로 생겨나 세월 속에서 정련되는 가운데 사람들의 세계 인식을, 인간과 삶에 얽힌 진실을 응축하게 된 이야기다. 글과 문물, 놀이 등 문화로 전해지는 된 역사가 있는 반면 말로 전해지는 역사도 있다. 그렇기에 전설 역시 그 안에 담긴 내용이 허구일 수도 있고 사실일 수도 있더라도 이는 분명 우리 조상들로부터 대물림 된 계량 못할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전설이 인간과 삶의 진실을, 역사의 진실을 어떻게 담아내는지 두어 편의 이야기를 통해 살펴보기로 한다. 임진왜란 때의 두 명장 신립과 이순신에 얽힌 이야기다. 지략이나 용맹에 대한 이야기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 한 낯선 여인과의 인연에 얽힌, ꡐ인간에 대한 예의ꡑ를 화두로 삼는 이야기다. 신립 장군이라고 하면 누구나 충주 탄금대를 떠올릴 것이다. 탄금대는 우륵이 가야금을 탔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했으나, 임진왜란 때 신립이 전투를 치른 곳으로 더 유명하다. 신립은 요새인 문경새재를 포기하고 이곳 탄금대에서 배수진을 치고 왜군을 맞았다가 크게 패했으니, 그것은 임금의 피난과 전 국토의 유린으로 이어진 뼈아픈 패전이었다. 신립이 왜 문경새재를 포기하고 탄금대에 진을 쳤는가 하는 것은 지금까지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아 있거니와, 사람들은 이에 대하여 한 여인의 원한에 얽힌 전설을 전하고 있다.

옥천교를 원형대로 보수하라 그림
먼저 해체 전 정밀실측조사 자료와 해체 후 실측조사의 자료를 비교하고 검토하기 위한 조사팀이 만들어졌다. 고건축, 구조, 보존과학, 고교량, 지질암석분야 등 각계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술지도단이 구성되고 공정별, 분야별 자문회의를 통해 수차례 토의를 해나갔다.
   주변 현황 및 해체 과정에서의 충격과 붕괴 등의 우려 부분에 대하여 구조적인 문제들을 연구해 제시하고, 풍혈판과 청정무사석 등 주요 석재에 대한 탁본조사를 실시하였다. 이에 앞서 옥천교와 관련된 옛 문헌, 보수기록 등을 조사하고, 석재상태와 곡류 및 주변 지반 현황 등을 정밀 조사하여 원형보수를 위한 고증자료를 확보하였다. 또한 해체과정에서의 붕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하여 곡류변동 등에 대한 신축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목재 홍예틀을 제작하여 사용하였다. 해체 전에 석재 보양처리 방법을 철저히 강구해 각 석재별로 부직포 등의 부드러운 재료로 감싸 지반에 그대로 노출되지 않게 적정지역에 보관하였다. 그리고 해체의 전 과정을 사진 촬영하여 자료로 남기도록 하고 유물이 발견될 경우 보관 및 처리방법을 강구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대한 기존의 부재를 재사용하기 위해 지반조사 및 각 부재특성을 조사하고 평판재하시험을 통한 기초의 상태조사를 꼼꼼히 실시하였다. 홍예석은 교체하기 전에 먼저 가설치하여 안정성 여부를 확인한 다음 교체 여부를 검토하고, 일부 풍화된 석재는 보존처리 후 사용여부를 재검토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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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조문화재 보수의 새 장을 열다
특히 옥천교 보수공사에서는 탄성파시험, 전기비저항탐사, 비파괴검사 등의 첨단공법도 동원되었는데 이를 통해 지반 및 부재의 강도, 풍화도 등을 측정하여 자료화하였으며 기초의 강도 등을 측정하기 위해 평판재하시험도 실시하였다. 석재를 전통 재래식 방식의 가구라로 설치할 경우 하중으로 인해 안전상의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크레인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최선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문화재 복원 및 보수공사에서 원형복원을 위해서는 과학적 시공방법과 기존의 석조 전통시공방법을 적절히 배합하여 조화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다.
   옥천교 보수공사는 축적된 기술적 노하우와 문화재를 아끼는 마음들이 모여 문화재를 원형그대로 복원, 보수했다는데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문화재는 한 번 훼손되면 복구가 어려우므로 최대한 기존부재의 재사용을 원칙으로 하였다. 당초 60%에 가깝게 석재를 교체해야 한다는 정밀실측 및 부재특성 조사결과가 나왔으나 원형보존을 위해 정밀 검토 결과 훼손이 심한 약 10% 정도의 부재만 교체하고 나머지는 옛 부재를 그대로 활용하였다. 교체된 부재 10%도 적심석 등 보수공사에 활용하거나 창경궁내 적정장소에 보관해 옥천교의 전 부재는 하나도 버려지거나 사장되지 못하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다만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어 부득이 교체해야 할 경우 과학적 방법 등을 통하여 정밀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교체하였다. 그리고 해체 부재의 철저한 보양 및 보존 방법을 강구하며 또한 보수공사 전에는 유구조사를 철저히 하여 행여 있을지 모를 유구훼손을 미연에 방지하는데 신경을 썼다.
   아울러 시공 전에 모형, 시공도 등을 작성하여 원형훼손을 최소화 하였으며 석재가공은 사람이 직접 수작업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보수 이전에 정밀실측조사를 실시하여 해체 이전의 자료를 확보하였고, 과학적 방법을 동원하여 각 석재에 대한 풍화도 및 강도조사, 지반조사 등을 실시하여 그에 따른 조사 결과에 따라 시공하는 등 향후 석조문화재의 보수지침을 마련하였다. 또한 보수공사 이전에 실태조사와 정밀실측 등 현황을 철저히 조사해 자료를 축적하고 공사 과정에서 혹시 일어날지 모르는 사고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하였다.
   옥천교 보수공사 현장 앞에 안내판을 설치하여 관람객과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보수내용을 알려주어 보수공사의 당위성을 설명해줌은 물론 국민과 함께하는 학습의 장으로 활용하여 국민과 호흡하는 문화재 관리의 모범을 세웠다고 자평한다.

   오랜 준비기간과 많은 인력과 장비가 투입된 옥천교 보수공사는 옛 부재를 최대한 활용하여 석조물 문화재의 원형복원에 성공했지만 그 힘든 과정에는 많은 이들의 노력과 정성이 숨어있다. 공사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인내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훌륭한 문화재를 지키고 가꾸어 다음세대에 원형 그대로 대물림 하는 일이 바로 우리 후손들의 소명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박왕희 / 궁능관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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