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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사랑

제목
선비의 술 오정주(五精酒) 이야기
작성일
2016-02-02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3699

선비의 술 오정주(五精酒) 이야기 “만병을 다스리고, 허한 것을 보하며, 오래 살게 하고, 백발도 검게 되며, 빠진
이도 다시 난다.” 이 글을 읽고 어찌 술 한 잔 기울이지 않고 넘어갈 수 있겠는가. 약주(藥酒)에 할 수 있는 모든 칭찬은 다 해 놓은 술 그것이 바로 오정주다 01 오정주

 

숨겨진 비주(秘酒)를 만나다

오정주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지금으로부터 약 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탁청공 김유가 지은 수운잡방을 들여다봐야 한다. 수운잡방은 1540년대 김유에 의해 쓰여진 조리서로 술과 식초 그리고 떡 등 음식 만드는 방법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는 책이다. 이 책에 처음으로 기록되어 있는 술이 바로 오정주이다. 그리고 1600년대 후반 요록에 오정주가 등장한 이후 다른 어떤 문헌에도 등장하지 않는 술이 바로 오정주다. 즉, 오정주는 1500년대 중반이 지역에서만 빚어졌던 숨겨진 비주(秘酒)인 것이다. 숨겨진 비주, 오정주를 찾기 위해서는 좀 더 깊은 곳을 들여다봐야 한다. 안동시 와룡면 오천리에는 안동군자마을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 마을은 600년 전 광산 김씨 김효로가 정착하면서 형성된 마을로김효로의 아들이 바로 수운잡방의 저자 김유다. 그리고 이 수운방에 처음으로 기록되어 있는 술이 바로 오정주인데, 김유가 죽고 그와 사돈관계인 고향 친구 퇴계 이황은 김유의 비문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공이 낳을 때부터 자질이 뛰어났네, 이미 시(詩)와 서(書)를 익혔고 또한 육도삼략(六韜三略)도 배웠도다. 문(文)은 소과에 합격했으나 무(武)는 뜻을 이루지 못하였네, 시골에서 늙으니 남들이 애석히 여겼네, 출세에 뜻은 못 폈으나 일신은 자족하여 좋은 곳 오천에 밭도 있고 집도 있네, 주방(廚房)에는 진미가 쌓여있고 항아리엔 향기로운 술이 항상 넘치도다. …무덤 앞에 돌 새기니 천추를 지내어도 다함이 없으리”

과연 퇴계 이황이 남겼던 이 비문 속에 항아리에 넘치도록 차 있는 향기로운 술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오정주가 아니었을까. 다른 술은 몰라도 오정주만큼은 언제나 술독을 가득 채우고 있었을 것이다.

02 오정주와 어울리는 한우 스테이크 요리 Ⓒ셔터스톡

 

옛 문헌 속 제조법을 살리다

오정주는 다섯 오(五)와 정할 정(精)을 가진 술이다. 즉, 오(五)가 뜻하는 것은 다섯 가지 약재를 말하고 정(精)은 신성한 기운을 의미한다. 오정주에는 황정(둥글레차), 창출(삽주 뿌리), 송엽(솔잎), 지골피(구가지 뿌리 껍질), 천문동(백합과의 식물 뿌리)이 들어가기 때문에 오정주라고 한다. 황정과 지골피는 노화를 예방하는 약재, 창출은 위장을 튼튼히 하는 효능, 송엽은 순환계 개선, 천문동은 해독 기능이 있는 약재들로 알려져 오정주의 효능을 짐작할 수 있다.

수운잡방에 기록되어 있는 오정주는 이 다섯 가지 약재를 물 3말에 넣고 1말이 될 때까지 달이고 멥쌀을 가루 내어 약재 달인 즙으로 죽을 써, 식으면 누룩과 밀가루를 넣어 밑술을 제조한다. 밑술이 익으면 여기에 멥쌀로 덧술 하여 빚은 이양주의 제조법으로 발효시켜 만든 술이 오정주이다. 현재 오정주는 선비의 고장인 경상북도 영주에서 정성껏 빚어지고 있다.

오정주는 알코올 도수가 30~35도에 이르지만 도수에 비해서는 순하고 부드러운 맛을 자랑한다. 뒤끝이 없고 개운해 기품이 느껴지며 약재 특유의 향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양념이 화려한 음식보다는 재료 고유의 맛을 살린 요리들과 잘 어울리는데, 영주의 또 다른 특산물인 한우와의 궁합이 좋다. 일반적으로 스테이크는 레드와인과 즐기지만 입안에 착 감기는 식감과 잔에 진액 줄이 생길 만큼 점도가 높은 오정주의 묵직한 맛과도 잘 어울린다.

글+사진‧류인수 맛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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