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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문강독회 - 함께 나누는 혁신이야기
작성일
2005-12-03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3411

옛 것에서 우리를 찾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임

한문강독회


길은 가까이에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헛되이 먼 곳을 찾고 있다. 일은 해보면 쉬운 것이다. 시작을 하지 않고 미리 어렵게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들을 놓쳐 버리는 것이다. -맹자-





"천리인욕天理人慾이 동행이정同行異情하니" "천리인욕天理人慾이 동행이정同行異情하니"
    어슴프레 어둠이 내린 국립문화재연구소. 낯선 소리에 어둠도 귀를 기울이는지 평화로운 공기가 맴도는 연구소에는 한문강독소리가 낭랑하게 울려퍼지고 있다.
    "천리天理와 인욕人慾은 행동은 같으나, 실정實情이 다르며, 천리를 따라서 천하에 공적公的으로 하는 것은 성현聖賢이 본성을 다하는 것이요, 인욕에 방자해서 일개인에만 사사롭게 하는 것은 중인衆人들이 천리를 멸하는 것이다."

    이정섭 선생님의 목소리는 맹자의 가르침 속에 녹아든 듯, 일그러진 정신을 깨우려는 듯 힘이 들어 있었다. 한문강독회 회원 S연구원의 노트 맨 위엔 ''높은 산을 우러러보며, 큰 길을 따라 걸어가리라. 高山仰之 景行行之''라는 3천 년 전의 시집''시경詩經''의 한 구절이 적혀있다. 한문강독회를 시작하며 배웠던 구절로 지금은 삶의 지표가 되어 주고 있다.

    혁신도 같은 의미가 아닐까. 인생의 수많은 길속에서 많은 이들이 갈피를 못잡고 헤매고 있지만, 목표가 뚜렷하다면 우리가 가야할 길은 이미 정해져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작지만 의미있는 동행을 해나가고 있다. 높은 산, 그 정상을 향해 말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 - 선조의 지혜 속에서 발견하는 미래

    "한문 공부 다시 해야지 큰일이에요." 점심 식사를 하던 K연구원이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답사를 가던, 옛 문서를 보려고 하던..거의 다 한문으로 표기되어 있잖아요..예전에 배웠던 것만으로는 너무 부족해요."
   이런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우리의 문화유산 대부분이 한문으로 기록되어 전해지고 있고 또 우리 문화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그 전통성을 살려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한자와 한문에 대한 이해가 수반되어야만 하는 것이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임에 틀림없는 일.
   "이 참에 한문을 익히고 공부하는 학습동아리를 하나 만들어보면 어떨까?"
   S연구원은 지금이 깃발을 흔들 때라는 걸 감지했다. 그간에 조심스럽게 준비해오고 있었던 터에 연구원들도 스스로 그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으니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긴급회의가 소집이 되었고, 모두 기다렸다는 듯 연구원들의 의견 역시 학습동아리를 원하고 있었다.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진다는 것이 이런 걸까. 마침 문화재청에서도 혁신학습동아리를 만들 것이니 의견을 달라는 소식이 전해져왔다. 곧바로 S연구원을 비롯한 몇몇 연구원이 계획을 수립해나갔다. 한문강독회 회원을 자청하는 연구원들은 총 21명! 충분했다. 문제는 한문강독을 해줄 선학의 힘이 필요했다. 자연스럽게 의견은 이정섭 문화재전문위원으로 모아졌고, 이정섭 선생님 또한 흔쾌히 의견을 받아주었다. 주 1회 한문강독과 분기별 현장학습으로 활동주제가 잡혔고, 온고지신溫故知新을 향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옛 것을 익히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추구해온 선조들의 지혜 속에서 우리 또한 미래를 이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순조로울 것만 같았던 한문강독회 모임에도 때 아닌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두어 달쯤 지나자 출석률이 점점 저조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은 딱 세 명 뿐이네요..이를 어쩌죠?"
   지난 번 다섯 명에 이어, 최악의 인원이었다. 매주 2시간 넘게 학습활동을 하다 보니, 기존의 업무량 때문에 자기 시간을 내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대책마련이 시급했다. 한문강독회 모임 자체에 대해서는 청장님이나 소장님 모두 관심과 기대가 컸다. 자발적으로 생겨난데다가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선 다음 모임을 현장학습으로 다녀보는 게 어떨까요? 그간에 공부해온 것이 현장에서 얼마나 유용하게 쓰이는지 직접 피부로 느끼다 보면 다시금 의지가 생길 것 같은데요?"
   "회원의 정예화도 생각해봐야할 것 같아요."
   "강의 내용은 어때? 강의 내용이 쉽게 익혀지지 않아서라면 현실성 있는 텍스트로 좀 바꿔보는 것도 방법일 것 같은데.." 다시금 학습동아리에 대한 이런저런 안들이 쏟아져 나왔고, 우선 계룡산의 갑사로 현장학습을 떠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미래로 가는 길을 오래되 과거에서 찾다

계룡산 갑사 현장 학습에는 총 12명의 회원이 참가했다. 갑사의 현판과 주변 금석문의 의미를 파악하는 자리였다. 오후쯤 되자 잔뜩 흐렸던 하늘에선 보슬보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회원들은 모두 우산을 받쳐 든 채로 학습에 열중했다. 이런 모습을 눈여겨보는 관람객의 모습도 있었고 곁에 서서 함께 듣는 관람객도 있었다. 비가 내리고는 있었지만 오랜만에 떠난 현장학습에서 회원들은 자신감을 찾은 듯 했다. 예전에 왔을 때와는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앞으로 한문강독회에서는 업무에 연결되는 비문등 기본적인 텍스트를 겸한 학습내용과 맹자강독회에서 나온 귀중한 문구로 텍스트를 만들어 미니북으로 볼 수 있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회원들 중 한자능력시험을 봐서 자격증을 취득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에는 성과급을 지급하거나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널리 배워서 상세하게 풀어나가는 것은 그것을 바탕으로 근본으로 되돌아가서 그 요점을 전하고자 함이다. 즉 박학다식을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학문을 실제로 유용하게 쓰기 위함이다.''맹자의 명언 중의 하나다.

    한문은 지난 2천년 동안 사용된 우리의 문자이자 역사와 문화를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오래도록 변치않은 라다크인들의 삶에서 미래사회의 비전을 찾듯이, 우리는 한문강독회를 통해서 단절된 과거와 현재를 잇고, 잃어버린 아름다운 우리의 것을 되찾는 노력을 쉼 없이 해나가야 할 것임을 가슴속에 되새기고 있다.

안 호 / 혁신인사기획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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