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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야기의 힘으로 인형에 생명을 불어넣다
작성일
2012-09-11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3124


인형극,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문화로 거듭나길

우리나라에서 인형극은 어린이문화로만 정착되어 있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형극계의 척박한 토양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탄생시키고 있는 이들이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예술무대산’의 조현산 대표다.

“인형극은 우연한 기회에 시작하게 됐어요. 원래 영화, 연극, 음악을 굉장히 좋아했는데 그게 자양분이 된 것 같아요. 하다 보니 저와 맞는 부분이 굉장히 많았지요. 세상에 하나뿐인 인형을 만들어 그 안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 얼마나 뜻깊던지요. 이제 인형극을 시작한지 20년이 넘었습니다.” 우리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인형을 만난다. 곰인형, 토끼인형, 그 종류도 많고 생김도 참 다양하다. 그리고 여러 인형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유년시절을 보낸다.

그것은 아이들이 세상을 통해 발현하는 상상력의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인형은 어린 시절의 전유물로 인식하고 있지만, 세계 여러 나라의 인형극 시장을 보면 그렇지 않다. 유럽 쪽에서는 오히려 인형극이 성인이 공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어질 만큼 그 문화를 향유하는 계층이 두텁다. 조현산 대표는 우리나라의 척박한 인형극 시장에서 고군분투 하고 있다. 또한 2009년부터 세계로 진출하면서 일본에서 투어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지난 6월에는 중국 청도에서 열린 제21회 세계 유니마 총회 및 세계 인형극페스티벌에서 최고작품상인 ‘First Play’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인 입지를 굳혀 나가고 있다.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는다는 것이 저희로서는 과제이자 기쁨입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인형극 자체의 인지도가 두텁지 않아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인형극의 지평을 넓혀가야 하는 것 또한 우리가 해야 할 몫이기 때문이죠. 앞으로도 많은 작품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인형극을 국민에게, 또 세계에 알리고자 합니다.”


한민족의 성정에 깃든 정중동靜中動, 인형극에 녹아들다

예술무대산의 대표적인 인형극이 바로 <달래이야기>라는 작품이다. 중국 청도에서 최고작품상으로 예술성을 인정받은 것도 이 작품을 통해서였다. <달래이야기>는 한국전쟁 당시, 한 가족이 겪었던 삶을 그린 인형극인데 전쟁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한국 특유의 이야기방식으로 전개함으로써 한국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과연 ‘한국적’인 이야기란 무엇일까? “인형극에 쓰이는 연기법이나 표현방식, 그 안에 들어 있는 리듬은 우리만의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쓰고 있는 연기 안에서의 호흡 같은 것을 유럽 사람들은 굉장히 호의적으로 생각해요. 한복을 입었다고 해서 한국적인 이야기가 탄생하는 것이 아니고, 이야기의 리듬을 어떻게 전개 하느냐에도 민족 고유의 성정이 녹아 있는 것이지요.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서양 사람들은 하고자 하는 말이 있을 때, 그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해요. 그래서 다이내믹한 내용은 다이내믹하게 전달되죠. 하지만 우리의 이야기 표현법은 다릅니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압축해서 꾹 눌렀다가 보여주는 거예요. 은유적인 표현법이랄까요. 그것이 오히려 관객들이 상상할 수 있는 폭이 넓혀주지요.”

조용한 가운데 어떤 움직임이 있다는 ‘정중동靜中動’.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성정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유형의 문화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또한 좋지만, 그것만으로 ‘한국적’이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한국적임을 말해주는 것은 반만 년의 역사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혼魂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에게 전쟁은 지나간 시대의 유물로 생각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는 휴전국이라는 점을 생각해봤을 때,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날 당시의 아픔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달래이야기>는 전쟁을 통해 겪는 한 가족의 아픔을 담고 있다. 극은 내내 큰 임팩트 없이 잔잔하게 흐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아려온다. “



“<달래이야기>의 배경은 한국전쟁이지만 꼭 그것에 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지금도 총탄을 든 전쟁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전쟁은 인간사에서 벌어지는 모든 갈등을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 간의 갈등, 국가 간의 갈등 이 모두가 전쟁이죠. 갈등을 통해 희생되는 사람들은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에요. 이념과 같은 큰 가치 아래 갈등이 만들어지지만,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평범한 일상이지요.

” 전쟁이 소재라고 하면 응당 총 소리, 탱크 소리, 사람들의 울부짖음이나 다툼과 같은 것이 귓가를 쟁쟁하게 울려야 할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달래이야기>는 그렇지 않다. 대사가 없다. 그것이 오히려 세계인에게 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요소가 되었을까? 보편적인 가치를 말해주고 있는 이 인형극은, 대사가 없기 때문에 더욱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커다란 힘이 있다.


이야기를 통해 생명을 불어넣는 예술

생각도, 상황도, 사상도 다른 사람들이 각각 나라를 구성해 살고 있는 이 세계. 그렇기에 각자 처한 상황이나 그들이 겪는 경험은 모두 다르며, 그들 사이에서 서로 다른 공감대가 생긴다. 이야기의 힘이자 한계는 바로 이 ‘공감대’에 있지 않을까. 다름에서 오는 차이가 있기에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은 녹록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조현산 대표가 이끌고 있는 예술무대산은 인형극을 통해 이러한 일들을 해내고 있다. “해외에 가게 되면 꼭 해당 국가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찾곤 합니다. 그것을 통해 그 나라의 에너지를 전달받기도 하지요. 제 일을 하는 데 가장 큰 공부가 돼요. 문화나 문화재가 잘 보존된 것을 보면 국가의 힘과 프라이드가 느껴집니다. 그런 것을 볼 때 우리나라가 얼마나 좋은 것들을 가지고 있는지 깨닫게 되지요. 우리나라에서는 경복궁과 덕수궁을 많이 찾는 편이에요. 그곳에 가면 타임머신을 탄 기분이 듭니다. 내가 100년 전, 1000년 전으로 돌아가서 그 공간에 존재하는 느낌이에요. 영감을 많이 받게 되죠.”

예술무대산은 경기도 양주예술문화회관 상주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그렇기에 지역민과 함께 하는 예술문화에 관심이 많고, 지역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 양주에는 중부지방을 대표하는 탈춤인 양주별산대놀이(중요무형문화재 제2호)도 있고, 임꺽정 이야기도 있다. 이것을 작품화 하는 것이 조현산 대표의 목표다.




글·박세란 사진·김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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