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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법과 글을 모르는 백성들에게 큰 힘이 되어준 ‘조선 변호사’ 외지부
작성일
2023-06-29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952

법과 글을 모르는 백성들에게 큰 힘이 되어준 ‘조선 변호사’ 외지부 얼마 전 MBC에서 <조선 변호사>라는 드라마가 방영되었다. 이 드라마 주인공의 직업이 오늘날 변호사에 해당하는 ‘외지부’인데, 조선시대에 돈을 받고 백성들의 소송을 대리하던 직업이다.

백성의 억울함과 권리를 변호하다

조선시대에는 소송이 많았다. 소송은 민사재판인 ‘송사’, 형사재판인 ‘옥사’로 나뉘어졌는데, 재판관은 지방 수령인 목사・부사・군수・현령・현감 등이었다. 이 1심 재판에서 패소한 경우에는 각 도의 장관인 감사(관찰사)에게 항소할 수 있었는데, 이를 ‘의송’이라고 한다. 의송에서도 패소하면 중앙의 사헌부에 상소할 수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신분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누구나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다. 조선은 법에 따라 다스려지는 법치 국가였기 때문에, 억울한 일을 당하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법에 호소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당시에 소송은 모두 문서를 통해 이루어졌고, 소송 당사자가 소장을 작성하여 자신이 사는 고을 관아에 제출했다. 관아에 들어가 소장을 형방 형리에게 접수하면, 소장은 수령에게 전달되었다.


하지만 일반 백성이 소장을 작성하여 관아에 제출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당시에 글을 아는 사람은 전 국민의 5%밖에 되지 않았다. 게다가 소장 작성 방식이 복잡하고 법률 지식이 부족하여 소장을 쓴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설령 고을 서당 훈장 등의 도움으로 간신히 소장을 작성한다고 해도, 그것을 고을 관아에 가서 직접 접수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다. 관아 문지기가 눈을 부릅뜨고 지키는 대문을 통과하여, 그림자를 밟기도 겁나는 형방 형리에게 소장을 넘겨야 하니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당시에는 소송을 제기한 사람이 재판에 필요한 증거를 수집하고 변론을 할 책임이 있었다. 어떤 경우에는 원고가 피고를 재판정에 데려와야 재판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따라서 일반 백성이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었다. 결국 억울한 일을 당해도 소송을 할 수 없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오늘날의 변호사처럼 백성들을 대신하여 소송을 해 주는 사람들이 생겨났는데, 이들이 바로 ‘외지부’다. 이들은 법률 지식이 부족한 소송 당사자를 위해 돈을 받고 소장을 대신 작성해 주기도 하고, 소송을 유리하게 이끌어 승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외지부’는 ‘밖에 있는 지부’를 뜻하는 말이다. 고려시대에는 조선시대의 장례원처럼 노비 문서와 소송을 맡은 관청인 ‘도관지부’가 있었다. 관리도 아니면서 도관(형부 소속 아문) 밖에서 지부1)행세를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억울한 일을 당한 백성들에게는 외지부가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겠는가? 하지만 조선 정부는 외지부가 눈엣가시였다. 외지부가 송사에 관여하자 송사가 많아지고 재판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를 이어 재판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하여 성종 9년(1478) 외지부의 활동은 전면 금지되었다. 법을 어기고 활동하다가 발각되면 외지부와 그 가족을 함경도 변방으로 쫓아버렸다.


외지부를 고발하는 사람에게는 면포 50필을 상으로 주었고, 고발하지 않는 사람은 장 100대를 때려 삼천리 유배형을 내렸다. 그러나 이런 단속에도 불구하고 외지부는 조선 후기까지 은밀히 숨어서 활동했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백성 입장에서 자신들을 변호해 주는 꼭 필요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외지부는 법과 글을 모르는 백성들에게 큰 힘이 되어 준 ‘조선 변호사’였다.


00.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실록』 「선조편」(선조 36년)에는 사헌부에서 조정립이라는 관리를 탄핵하면서 ‘비리 호송하는 외지부로 평생 일하며 사업을 삼은 자’라고 지칭한 기록이 나온다. 이 기록을 보면 당시 조선 조정에서 고분고분한 백성들을 부추겨 이치에 닿지 않는 송사를 잘 일으킨다고 외지부를 ‘비리 호송자’로 부르며 범법자 취급했음을 알 수 있다. ©국사편찬위원회

1) 지부: 도간에 파견되어 노비 소송을 판결하던 형부 소속 종3품 관리인 ‘지부사’의 줄임말




글. 신현배(역사 칼럼니스트, 아동문학가) 일러스트. 박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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