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트위터 페이스북
제목
풍속화로 보는 조선 후기 생활의 발견
작성일
2008-02-27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5865

 hspace=0 src=





조선 후기에는 진경산수화·풍속화 등 우리 현실에 뿌리박은 사실적인 그림들이 유행했다. 그 가운데 풍속화는 동시대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세심하게 그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조선 후기 풍속화는 윤두서·조영석 등 양반이 그리다가 18세기 후반부터 김홍도·신윤복·김득신 등 중인 출신의 화원도 그리게 되었다. 화원이 그린 풍속화는 마치 신문의 사회면처럼 당시의 사회문제였던 신분관계, 기생 중심의 남녀 간 애정행각, 불교계의 타락상, 음주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흥미로운 점은 조선 후기 풍속 화가들이 이러한 문제를 단순 전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우리 조상 특유의 ‘웃음 섞인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후미진 곳이라도, 또 아무리 힘든 삶이라도, 풍속화 속 인물에게서 어두운 그늘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삶을 긍정하고 낙관적으로 보는 태도, 그것이 풍속화에서 빛나고 있는 것이다.

소개하는 네 편의 그림들은 단원 김홍도의 풍속도 병풍으로 1901년 프랑스 인 루이 마랭이 서울에 잠깐 머물렀을 때 구입한 8폭짜리 풍속화 병풍이다. 그의 사후인 1962년 파리 기메 박물관에 기증되었으며, 제 8폭 하단에 해서체의 ‘金弘道’라는 글씨와 ‘金弘道人’이 있고 다른 김홍도 작품과 선의 느낌이 비슷하여 김홍도 작품으로 짐작되고 있다.


 hspace=0 src=

사당유희도(寺黨遊戱圖)
사당패 놀음에 어깨 들썩, 마음도 들썩
개천가에서 사당패 놀음이 한창이다. 둥둥 딱, 소고 장단에 너나없이 흥겹기는 마찬가지. 이때를 놓칠세라 눈치 빠른 여사당이 부채 내어 엽전 챙기는 모습과 서책 낀 서당 학동이며, 아기 업은 할머니, 한량 등이 놀음에 푹 빠져있는 모습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갈 길 바쁜 여종을 훔쳐보는 이들까지 상세히 그려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낸다. 사당패는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며 곡예와 가무를 연희하는 유랑 놀이 집단이었다. 조선 후기에는 사당패 같은 길거리 공연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산대놀이와 판소리가 가장 인기 있는 공연이었고 씨름·뇌고·굿도 훌륭한 구경거리였다.


후원유원도(後園遊宴圖)
풍악이 울려도 귀인 시름 깊어만 가네
호사스러운 귀인의 후원. 연못가에 자리 펴니 학과 원앙이 한가로이 놀고 아리따운 기생에 풍악 소리 드높아 흥겨운 분위기가 한창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귀인 시름은 더욱 깊어지는 듯한 모습이다. 이처럼 양반은 직접 기방에 가지 않고 기생과 악공을 집으로 불러들였다. 그러나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아 지체 높은 양반이나 종친이 아니면 이를 감당하기 힘들었다고. 조선 후기에는 경화사족들 사이에서 호화저택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고, 서울 시내나 근교의 풍광 좋은 곳에 별장을 경영하는 것이 유행했다. 그들은 저택에다 수만 권의 서적을 소장한 장서처와 골동품, 그림, 서예 작품의 소장처를 두어 그들만의 독특한 고급문화를 즐겼다.

기방풍정도(妓房風情圖)
기방 난투 끝에 손님 물갈이
기방에서는 날마다 주먹질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기방 출입 풍속이 워낙 까다로운 데다 기방을 드나드는 이들 중에 무뢰배들이 많았기 때문. 먼저 온 손님들과 나중에 온 손님들 사이에 기 싸움이라도 벌어질라치면 위 그림에서처럼 힘깨나 쓰고 권세 있는 손님에게 먼저 온 손님들이 자리를 내어 줄 수밖에 없었다. 그림을 보면 온갖 오입쟁이들이 기방에 다 모여 있다. 기방 난투가 끝나고 이긴 자들은 여유만만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진 자들은 걷어 부친 소매가 무색하게 씩씩거리며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왼손에 사방등을 든 사람은 아쉬운 듯, 분이 안 풀린 모습인데 다른 일행이 멱살을 잡고 억지로 끌고 가는 모습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었다.

설중난로도(雪中煖爐圖)
눈 내린 달밤, 숯불구이에 술 한 잔
난로회 풍경을 볼 수 있는 그림이다. 난로회는 음력 10월에 추위를 쫓기 위해 쇠고기를 먹는 풍속이었다. 언제 시작되었는지는 모르나 18세기에 유행했다. 「동국세시기」에서는 “한양에서 화로에 숯불을 활활 피워 번철을 올려놓은 다음 쇠고기를 기름, 간장, 달걀, 파, 마늘, 고춧가루에 조리하여 구우면서 화롯가에 둘러앉아 먹는다”고 전하고 있다. 털방석과 함께 모임에 참석한 사람 중 3명이 착용한 방한용 귀·목 가리개인 남바위는 때가 바야흐로 한겨울임을 보여준다. 뒤늦게 온 연로한 남자가 가죽신도 벗지 않은 채 돗자리 위로 발을 옮기는 장면이 흥미롭다.

※ 파리 기메 국립동양미술박물관 소장

만족도조사
유용한 정보가 되셨나요?
만족도조사선택 확인
메뉴담당자 : 대변인실
페이지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