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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사랑

제목
배고픈 시절, 조상의 지혜로운 영양섭취 방법. 서산 게국지
작성일
2015-08-04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6808

배고픈 시절, 조상의 지혜로운 영양섭취 방법. 서산 게국지. 게국지는 갯벌이 맞닿아 있는 충남 서산지역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토속음식이다. 겟국의 주재료인 칠게는 달랑겟과에 속하며 등딱지 길이가 3.5cm 정도로 길쭉하며 앞이 좀 더 넓고 작은 과립과 털로 덮여있다. 수컷이 암컷보다 집 게 다리가 크다. 충청도 사투리로 능쟁이라고도 불리는 칠게는 서산일대 갯벌에서 많이 서식하며 보통 4~6월 사이에 산란기를 맞는다. 짝짓기를 할 때는 암놈 한 마리에 수놈 여러 마리가 따라다닌다. 어두운 밤에 횃불을 들고 바닷가로 나가면 칠게가 모여들어 엄청난 양의 칠게를 잡을 수 있다.

 

영양 듬뿍한 염장식품

칠게는 싱싱할 때는 찜이나 튀김, 부침 등을 해먹지만 오랫동안 보관할 수 없다. 왜냐하면 껍질이 얇고 부드럽기 때문에 빨리 상한다. 하지만 칠게를 오랫동안 보관해서 먹기 위해서는 액젓을 담글 수 밖에 없다. 깨끗이 씻은 칠게를 소금을 넣고 끓인 물에 담가 단지 속에서 숙성시킨다. 100일 정도 숙성시키면 감칠맛 나는 겟국이 된다.

서산에서는 이 겟국으로 김치를 담아 먹는데, 게국지가 그것이다. 겟국지, 깨국지, 갯국지 등 동네마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게 또는 바다에서 나오는 것의 국물을 넣어 만든 김치’라고 풀이할 수 있다. 즉, 겟국에다 김장이 끝난 후 늦배추, 늦무, 고추, 호박, 마늘 등 파지(상품가치가 없는 버려진 채소)를 깨끗이 씻어넣고, 잘 버무려 한 달 가량 숙성시키면 겟국과 채소가 혼합 숙성되어 담백하고 감칠맛 나는 게국지(김치의 일종)가 된다.

01. 서산에서는 게장 국물을 보관해두었다가 김장김치와 호박을 넣고 숙성시킨 뒤 제철에 나는 해산물을 넣고 국처럼 끓어 먹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02. 게국지는 김 치 자체를 말하는 것이면서, 이 김치를 넣 어 끓인 찌개도 게국지라 부른다. ⓒ서산시 문화관광과

고춧가루가 아닌 고추를 잘게 썰거나 빻은 풋고추를 넣는 것이 김장김치와 다른 점이다.

게국지의 숙성 시기는 먹는 사람의 입맛에 따라 차이가 난다. 요즘 노인들은 예전 추억 때문에 막 담은 게국지를 선호하지만 젓갈과 해산물이 발효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짠맛과 시원함이 더 우러나와 3년 정도 숙성시켜야 제 맛이라는 사람도 있다. 요즘 게국지에는 게나 젓갈류 이외에 꽃게 등 신선한 해물이 많이 들어간다. 옛날에는 없어서 못 넣었지만 싱싱한 해물 즉 ‘생것’을 많이 넣어 끓이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이제는 맛도 맛이지만 옛날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음식으로 게국지가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외지인이 처음 먹기에는 짠맛이 강하고 젓갈냄새가 진할 수도 있다.

03. 겟국의 주재료인 칠게. 달랑겟과에 속하며 등딱지 길이가 3.5cm 정도로 길쭉하며 앞이 좀 더 넓고 작은 과립과 털로 덮여있다. ⓒ연합콘텐츠 04. 게국지는 겟국에 김장김치와 호박을 넣고 숙성을 시 켜 만든다. ⓒ이미지투데이

 

찌개로 먹는 게국지

해안에 접해있는 서산의 지리적 여건은 젓갈과 같은 다양한 염장식품을 만들어냈다. 그중에서도 게국지는 해안과 갯벌이 어우러진 서산지역의 생활환경을 잘 말해준다.

한편 게국지는 김치 자체를 말하는 것이면서, 이 김치를 넣어 끓인 찌개도 게국지라 부른다. 충남 해안지역서는 예로부터 게장을 많이 담가 먹었는데, 그 게장에서 건더기를 건져 먹은 후 남은 국물을 보관해두었다가 갯벌에서 잡은 꽃게와 농게 및 다른 해산물들을 더 넣어서 다시 게장을 만들었다. 이렇게 여러 차례 게장을 담근 국물 속에는 단백질과 무기질이 풍부하게 생성되었다. 맛과 영양이 풍부한 이 국물에 김장김치와 호박을 넣고 숙성시키는데, 어느 정도 숙성되면 주꾸미나 낙지 등 제철에 나는 해산물을 넣고 국처럼 끓어 먹었다. 호박의 달콤함이 어우러진 이 찌개를 ‘게국지’라 부르는 것이다.

옛날에서는 김장철이 지나면 찌개 대신 상에 오르는 것이 이 게국지 찌개였다. 게국지 찌개는 어려웠던 시절 국물 한 방울까지도 알뜰하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낸 소박하고 지혜로운 음식이다.

05. 서산 간월도의 갯벌. 칠게는 서산일대 갯벌에서 많이 서식하며 보통 4~6월 사이에 산란기를 맞는다. ⓒ연합콘텐츠

 

배고픈 시절 서민들의 좋은 영양식

게국지는 겨울철에 자칫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이나 무기질 섭취에 크게 기여해왔다. 게는 소화가 잘되고 게의 짠맛은 뭉친 어혈을 풀어줘 혈관계 질환에 효능이 있으며, 게의 찬 성질은 열을 내리게 한다. 특히 가슴에 열이 차고 얼굴이 부었을 때 먹으면 증상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 또한 간을 자양하고 골수를 보양하기 때문에 근육과 뼈가 상했을 때도 효과가 있다. 특히 칠게에는 항암효과, 면역력 강화, 혈당과 콜레스테롤 수치 조절 등에 좋은 키토산을 비롯해, 아미노산, 미네랄, 철분, 칼슘 등이 다량 함유되어있다.

06. 갱이죽. 제주도의 향토음식으로 게를 돌에다 빻아서 뜨거운 물로 잘 우린 다음, 게 껍질과 이물질을 채에 걸러 죽을 쑨다. ⓒ전통향토음식용어사전 07. 게국지는 ‘게 또는 바다에서 나오는 것 의 국물을 넣어 만든 김치’를 말한다. ⓒ전통향토음식용어사전

한편 과거 제주도에서는 쌀농사가 잘되지 않아 잡곡류를 이용해서 죽을 끓였다. 제주도에서는 이 음식을 ‘갱이죽’이라 부른다. 갱이죽에는 갖은 채소와 김치, 그리고 게가 들어간다. 작고 거무스레한 게를 돌에다 빻아서 뜨거운 물로 잘 우린 다음, 게껍질과 이물질을 채에 걸 러 죽을 쒔다. 또한 경북 북부지역에는 ‘갱시기’라는 음식이 있는데, 김치, 콩나물, 시래기 등에 찬밥을 넣고 적은 양의 쌀로 끓인 죽을 말한다.

게국지, 갱이죽, 갱시기는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배고픈 시절 게를 이용해 만든 서민들의 좋은 영양식이었으며, 지금은 추억의 먹거리로 인기를 얻고 있다.

 

글. 권현숙 (요리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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