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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온유함과 강인함을 모두 담고 있는 춤, 승전무!
작성일
2012-09-11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3778


“지~화, 지~화, 지~화자, 지화~허라, 지~화자……”한여름의 뜨거운 불볕더위 속에도 구성진 장단에 맞춰 지화자 노래의 후렴에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북을 치는 승전무 춤꾼들의 정신력은‘이열치열以熱治熱’의 형국이다. 매주 주말이면‘통영 승전무 보존회’회원들은 통영 앞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승전무 연습을 한다.

승전무는 경남 통영에서 전승되어 온 북춤과 칼춤으로, 정재의‘무고(북춤)’혹은‘검기무’와 비슷하고, 기녀들에 의해 전승되다가 지금은 중요무형문화재 제21호로 지정되어 있다. 옛날 임진왜란 당시에는 이충무공이 장수와 병졸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추게 한 것이며, 전쟁에서 이긴 후에는 축하의 의미로 추게 하였다.

또 삼군수군통제사의 영문(지금의 세병관洗兵)에서 하례시와 군점(삼도의 수군을 집결시켜 사열, 관감군기, 군량점검, 연습) 등을 합친행사에서 추었으며, 충무공의 춘추향사와 탄신제에는 사당에서 헌무했다.


우아함 속에 내재된 강한 에너지

북춤은 북을 중심으로 춤을 추는 4인의 원무元舞와 원무의 가장자리에서 춤을 추는 12인의 협무挾舞로 구성되어 있다. 원무에서는 적청흑백赤靑黑白색의 두루마기를 입고 양손에는 아홉 색동의 한삼을 낀 4명의 무희들이 중앙에 북을 놓고 동서남북東西南北으로 나뉘어 북을 울리며 지화자 창唱을 하면서 춤을 춘다. 흩어졌다 모여드는 형태의 ‘삼진삼퇴三晋三退’,‘쌍오리사위’,‘머리위돌림사위’등에서 춤의 화려함과 웅장함을 넘나들며 경쾌한 신명을 드러내는 것이 특징이다.

칼춤은 조선시대 군복을 변형한 차림으로 머리에는 전립을 쓴다. 붉은 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고 검정쾌자를걸치고가슴에는홍띠를매며,양손에는 아홉색의 색동한삼을 끼고 춤을 추다가 칼을 들고 춤을 춘다. 북춤과 칼춤으로 구성된 승전무는 통영만의 독특한 춤사위를 지니고 있다. 예컨대 칼춤의 경우 전반적으로 춤은 ‘오그라진춤사위‘(옥은춤사위’라고도한다.

춤의 형태적 멋이 외향적으로 펼쳐지는 춤동작이아니라 내향적으로 안으로 모으며 추는 춤동작이라는 의미)’ 로‘잦은 사위’와‘겨드랑사위’에서 그 독특성이 드러난다. 이는 춤을 구성하고 있는 형식에 있어서는 조직적이지만 오히려 겨드랑을 스쳐서 춤동작이 이루어지므로 관능성을 짙게 드러내어 섬세하며 여성적일뿐만 아니라 그 어느 지역의 춤보다 우아하고 아기자기하다. 더욱이 전통적인 고유의 춤동작을 지녀서 순수한 멋을 자아내며 따스함이 가득하여 편안하게 느껴진다.

특히 북춤의 경우는 춤사위와 북치는 동작의 조화에서 우아함의 극치를 이루며, 더 나아가 우아함이 내재하는 강한 에너지를 품은 우리나라의 전통춤으로서 독보적인 멋을 지니고 있다. 양손에 북채를 잡고 그 위에 한삼을 끼고 추는‘어깨울러맨사위’,‘머리위돌림사위’,‘삼진삼퇴’,‘쌍오리’ 등으로 춤을 춘다. 이러한 춤사위로 춤을 추다가 결부되는‘북치는 동작’에서는 그동안의 아주 느리고 우아한 춤동작에서의 긴 호흡으로 정지한 뜻이 품어 나오는 폭발적인 힘이 강인함을 넘어 장엄함 마저 표출해 낸다.


기백 있는 춤으로 삶의 활력을 찾다

승전무의 내용과 형식미를 보다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앞서 말했듯이 삼도수군 통제영의 연향(잔치)에서 연행하던 승전을 축하하는 춤으로서 기본이 국가에 대한 충정정신의 발로임을 알 수 있다. 싸움터나 병선 위에서 장졸들의 사기를 북돋우거나 승리의 기쁨을 춤으로 췄다는 것은 전시戰時동안 모든 이로 하여금 공동체정신의 발로로 승전할 수 있게 상생의 기운을 가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국가차원의 예와 도가 춤 속에 녹아서 나라에 대한 충성심으로 가득한 춤의 기능을 갖고 있었다. 승전무가 전통사회의 윤리와 철학적 기반이었던 충과 효를 근저에 두고 있었음을 볼 때 그 어떤 춤보다도 상무정신이 높았다. 게다가 오늘날 통영지역의 각종 의식, 하례, 이순신 사당의 춘추향사春秋享祀, 생신제, 기신제에 헌무를 하고 있는 현재의 실정에서 볼 때는 춤의 제의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아하고 아름다우며, 기백 있는 춤으로 삶의 활력을 찾는 정신적 기능을 간과할수도 없다.

춤사위의 기교를 볼 때 그 어느 지역보다 단아하며 우아하고 여성스러워서 온유한 멋스러움이 최고조에 이르지만 고대로부터 칼(검:劒)이나 북이 지닌 제의성이나 주술성, 신격화 등이 춤으로 표출되어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따라서 북춤이나 칼춤에서의 제의성과 신격화된 벽사진경 邪進慶의 의미 등, 춤에서의 절대적인 강인함의 상징성이 내재되어 있음을 내용적 측면에서도 잘 드러내고 있다. 형식에 있어서는 승전무의 연행 공간이나 춤의 진행구조, 춤사위 등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연행공간은 근대에 이르러 주로 통영 관아나 세병관에서 제의 때 췄지만 그 이전엔 배 위나 기방의 좁은 공간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따라서 춤사위의 특성은 이러한 연행공간의 제약을 받아 근대 이전의 좁은 공간에서 잘 출 수 있도록 생성 발전한 북춤의‘어깨울러맨사위’,‘머리위돌림사위’, 또는 칼춤의‘옥은 사위’나‘잦은 사위’,‘겨드랑사위’등이 전반적인 틀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춤의 진행구조는 북춤의 경우 염불도드리 장단에 입춤과 앉은춤으로 진행된다.

이때 앉은춤에서는 손춤동작이 다양하게 변화한다. 그리고는 타령과 빠른타령, 굿거리장단에 북춤 춤사위가 펼쳐지는데‘북어름사위’,‘어깨올림사위’,‘머리위돌림사위’,‘삼진삼퇴’,‘돌려치는사위’등으로 춤을 춘다. 여기서는 창사를 읊을 때 추는 춤도 함께 진행된다. 북춤의 진행구조에 따른 춤사위를 잘 살펴보면 춤의 기교가 상당히 난이도가 있으며 독특한 특성이 잘 드러나고 있다.

예컨대, 염불도드리의 입춤은 느린 장단에 묵직한 정적의 걸음 발사위와 인사태의 동작으로 시작하여 앉은춤으로 이어진다. 이때 춤의 중심이 하단에 있어 무게감은 있지만 손춤에서는 의외의 기교가 여성스럽게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한삼 안으로 북채를 넣고 일어나면서부터 북춤이 펼쳐 지는데 이때의 춤동작은 지속적으로 반복 변화된다. 그러나 타령의 느린 장단에서부터 시작한 춤은 점차 빨라지며 미묘한 감정에 이입되는데 즉, 북을 자전하고 공전해 가는 춤을 계속적으로 춘다.

자전적인 춤은 오른쪽과 왼쪽으로 춤을 추지만 공전의 방향은 반시계방향이다. 이는 춤의‘수렴과 확산’ 이라든지‘맺음과 풀림’의 연속으로 두 가지의 서로 다른 것을 한꺼번에 하나로 보고 포용하려는 친화력과 자유분방함이며, 서로 변화하고 서로 감화받고, 새롭게 진화하는 그래서 완성해 나가는 일련의 과정으로서의 접화군생인 셈이다. 이야말로 춤의 온유함이 접화군생까지도 내재하는 더 큰 우주적인 강인함을 품고 있는 춤인 것이다.


여성의 온유함이 바탕이 된 강인한 춤, 승전무

칼춤은 도드리와 타령장단에 입춤과 사위춤을 추고 느린타령에 손춤을 추며, 빠른타령에 칼춤을 춘다. 이때 외칼춤, 쌍칼춤으로 구성되어 있고 쌍칼춤에서는‘연풍대’를 한다. 마지막 도드리장단에서는‘인사춤사위’를 진행한다. 사위춤이나 손춤에서 드러나는 춤의 특징은 그 어느 칼춤에서도 볼수 없는 통영만의 독특한‘쌍오리’,‘잦은사위’,‘겨드랑사위’로 여성스러움의 대표적인 춤태가 멋스럽게 나타난다.

그러나 칼춤에서는 이와 대조되는 춤동작이 펼쳐지며‘진격태’나‘연풍대’를 춘다.‘진격태’는 오른쪽 칼을 뽑아 어깨 위로 쳐들고 앞으로 나아가는 동작으로 어깨 반대편 사람은 자기 위치를 지키고 서서 방어하고 있다. 그리곤 다시 외팔사위를 하며 후퇴하면 반대편 사람이 적을 향해 위엄을 갖추고 전진한다. 이 모습은 검무에서 나타나는 유일한 전투 모습이다. 삼진삼퇴와 함께 구병법舊兵法의 하나로서 모방적 모의동작으로 볼 수 있다.

‘연풍대’는‘잦은사위 연풍대’,‘엇사위 연풍대’,‘머리사위 연풍대’,‘자반뒤집기 연풍대’등으로 다양한 춤사위를 가지고 있다. 이 또한 북춤에서처럼 수렴과 확산의 이중교호적 얽힘, 맴돌면서 큰 원으로 번져나가는 끝없는 회전은 열린 시공간을 암시해주고 있다. 무한한 생명력의 기운을 열고 있는 춤사위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춤은 결코 즐기기만 위한 단순한 춤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승전을 위한 춤은 많지만 승전무는 유일하게 여성의 온유함으로 배 위에서 춘 빼어난 아름다움을 지닌 춤이다. 온유함을 넘어선 화해 그리고 상생과 합일의 평화를 기원하고, 접화군생의 풍류사상이 가득 내재되어 있다. 우리의 춤에는 한국춤이 지니고 있는 철학적이며 사상적 배경이 우리 한국인의 강인한 정신을 표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글·사진·김미숙 경상대학교 민속무용학과 교수 사진·문화재청,간송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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