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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강한 공동체 의식으로 바다 밭을 일구는 제주해녀
작성일
2012-09-11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5104


해녀사회를 유지하는 원동력, 호혜평등

인류 역사상, 해녀공동체의 큰 특성은 무엇보다 제한된 공간인 정해진 바다 밭에서 공동으로 해산물을 채취해 판매하고, 그 수확을 동일하게 배분하는 데 있어서 상군, 하군이란 기술의 우열에 차등을 둠 없이 그리고 늙음과 젊음에 상관없이 언제나 호혜평등의 원칙을 고수하고 지켜 오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것이 바로 이제까지 해녀사회를 끈끈하게 유지시켜온 원동력이었다.

그들은“물엣 것은 공 것”, 혹은“물엣 것은 친정어머니 보다 낫다”라는 말을 종종 되뇌이곤 한다. 이는 곧 물속에 있는 해산물이란 물질 작업이 가능한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음을 지칭함이요, 마을 어장을 이용할 수 있는 해녀들이라면 누구에게라도 바다를 이용해서 경제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공동체의 일원임을 확인시키는 말임은 물론 물속에 잠수하여 대가 없이 채취할 수 있기에, 바다는 마치 딸에게 무작정 무언가를 주고야마는 친정어머니에 비유되곤 했던 것이기도 하다.

또“바당(바다의 제주 방언)은 골고루 멕인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 또한 공동체가 소유하는 바다 생산물의 혜택은 너와 나의 구분과 많고 적음이 없음을 표현한 말이었다. 혹은“오늘은 운수가 대통해서 큰 전복이라도 하나 땄다”라는 표현을 두고서 흔히들 해녀사회에서 통용되는 말로“오늘은 머정이 있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혹은 바다 일에 손덕이 있어 늘 남보다 수확량이 많았을 때“머정이 좋다”라고 한다.

해산물을 많이 딴다는 것은 결코 자신의 능력만으로 인한 결과가 아니고 어떤 보이지 않는 존재로부터“주어지는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작업 나간 날의 우연한 횡재수와도 같은 것으로 여기며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며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지 않는 이런 겸허한 태도야말로 결국 상대적으로 자신을 낮춘 지극히 겸손한 자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질에서 인간적 미덕을 배우다

16세부터 배운 물질기술에 30대 후반에서 40대가 되면서 잠수기술 또한 능숙해지면 해녀들은 작업하는 바다 환경을 한눈에 다 꿰뚫어 볼 수 있다. 각각의 조업 장소에 서식하는 해산물을 거의 인지하여 찾을 수 있음은 물론 이동한 장소마저도 처음처럼 발견이 가능했다. 곧 해녀들은 바다 환경과 서식지 해산물의 생태 등 생태 민속지식을 완벽히 습득한 최고의 전문가가 된 것이다.

구좌읍 행원리의 한 해녀는‘문어킬러’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는데, ‘호멩이’라는 도구를 바위 구멍에 넣어 잡아당기면 문어가 절로 나온다고 한다. 이는 해산물의 서식지 등 바다의 지형지물을 완전히 습득한 지식에서만이 얻을 수 있는 결과일 것이다. 해녀들은 보통 물속 20m 깊이까지 잠수할 수 있다는 것을 늘 자랑으로 여기곤 한다. 왜냐하면 7m 이상 깊이 들어가면 귀의 고막이 아프고, 페트병이 완전히 이지러질 만큼 수압의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임에도 이를 극복해낼 수 있다고 하는 자신감이 있다.

귀한 전복과 같은 해산물은 깊은 물속에 잠수해서 찾을 수 있는 것이기에 초보자들에게는 언제나‘높은 나무에 매달린 은과 금’과 같은 존재로만 여겨지기도 한다. 따라서 초보자들의 경우 깊은 물속에서의 작업 기량이란 절로 떨어지기 마련이므로 채취한 양도 물론 적게 마련이다.

과거에는 초보자들의 의지를 북돋우기 위해 물속에서 상군해녀들이 자신의 채취한 물건을 남모르게 건네주어 일정분의 작업량을 채워 주기도 했었다. 이러한 행위를 두고서 해녀사회에서만 통용되는 특수어로‘게석’이라고 한다. 이는 상군해녀가 갓 배운 초심자 해녀에게 줄 수 있는 최대의‘배려’이자 격려라 할 수 있다.

작업이 끝나고 불턱에 돌아오면 후배해녀는 자못 흡족함을 느끼고, 또 칭찬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게 되는 만큼, 선배해녀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하기도 한다. 몸을 덥히고 옷을 갈아입는‘불턱’이란, 해녀들만의 특별한 공간이다. 이곳에서 해녀들은 온갖 정보의 전달과 의사소통은 물론 인간적인 질서와 상호 간의 배려, 그리고 인간적 삶의 미덕을 배우게 된다.

상군 해녀는 불을 쬘 때 연기가 가지 않는 가장 윗자리인 상석에 앉게 된다. 그것은 후배들이 연장자에게 바치는 존경심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하의 배려는 제주전통사회가 지녔던 가장 큰미덕이었으며, 제주 여성을 대표하는 해녀집단에 의해 가장 잘 구현 되고 있었던 것이다.



찬란히 기억되는 해녀문화의 세계성

자연에 대한 숭앙과 외경심은 그녀들의 무속신앙과 같은 전통 문화로 잘 나타나고 있다. 물질 작업의 위험과 목숨을 건 작업으로 인해 그녀들은 공동으로 잠수하며 항상 물속에 있다고 여기는 요왕(용왕)신에게 조업안전과 풍어를 기원하고 믿어 의지했다. 이러한 무속신앙은 일종의 자신들의 몸을 보호하기 위한 정신적인 무기와 같은 것이다.

한해가 시작되는 정초에 바닷가 인근 변, 해신을 모신 성소인‘해신당’,‘돈짓당’과 같은 곳에서 제를 올리고, 음력 2월 영등달이 들면‘강남천자국’에서 온다고 믿는 영등신에게 제를 올리는‘영등굿’을 한다. 영등신은 제주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해산물의 씨앗을 뿌리고 가는 외방신이기도 한데, 해마다 음력 2월 14일에 치르는‘제주칠머리당영등굿’은 현재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어 전승·보존되고 있기도하다.

제주시 김녕리 마을에서는 해녀들이 공동으로 제를 올리는‘잠수굿’이 행해진다. 모든 제수비용은 해녀들 스스로 자발적으로 동참하여 마련하고서 음력 3월 8일에‘용왕의 셋째아들’을 맞이하여 굿의례를 치른다. 이 모든 노력과 공들임이란 해녀 스스로가 공존을 위해 바다를 지키는 신에게 드리는 최상의 정성이자 염원이기도 하다.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해녀사회는 점차 변화의 조짐을 내보였다.

미역작업이 중단되고 소라, 전복 등 해산물 가격이 점차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수확물의 경제성이 높아지고, 잠수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게 되면서 자신의 망사리에 채워진 해산물은 개인의 소득으로 전환되어 버렸다. 지금 대부분 고령의 해녀들은 바다의 일정한 장소인 곳,‘할망바당’에서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캐내듯 작업하고 있다.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는 과거의 영광을 추억이나 하듯이 깊은 영혼의 바다를 헤엄치듯 계속적으로 물속을 자맥질하며 오고 간다.

3천여 년의 긴 역사 속에 각인된 제주 무형유산인 해녀문화의 찬란한 기억을 현지보존하고 미래지향적가치 추구 및 지속가능한 생태환경과 공존하기 위한 노력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제주도 당국에서도 해녀들의 작업 기술에 대한 가치를 인정함은 물론 어촌계 내의‘잠수회’, ‘불턱’같은 공동체 문화의 역할과 존속을 위해서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위한 선결과제로 천연 자원을 고갈시키지 않고 지속적으로 작업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생산량 조절, 해산물 채취와 관습, 그리고 물질 작업도구의 이용,민속지식의 가치 인정 등 살아있는 해녀문화유산의 보존을 위해 힘쏟고 있다.

결국 해녀들은 지속가능한 환경지킴이로 남아 공동체의 역할을 계속 수행해 나가야만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주해녀의 고유한 문화전통 복원을 위한 노력이 병행해서 수반되어야만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과거 해녀사회를 지탱해오도록 근원적 힘 이자 자산으로 위치해왔던‘머정’과‘게석’의 정신에서 찾아 이를 복원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만 할 것이다.

이는 곧 물질 작업을 통해서 삶의 희열을 공유하며, 서로간의 배려로 전통적인 인정사회를 회복하고 이를 위한 실천의 대열에 참여함이기도 하다. 결국 나잠 작업(해녀들이 특별한 산소호흡장치 없이 수심 10~20m 이내의 바다밭에 잠수하여 해산물을 채취하는 어업)을 통해 얻은 자연의 이치에 대한 겸손의 미덕과 상호 배려의 문화란 세대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추구되어야 할 우리의 고유한 가치이자 이 사회를 지탱하는든든한 밑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글·사진·좌혜경 제주발전연구원 제주학센터 사진·제주해녀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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