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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쫀득한 맛과 이야기가 있는 우리의 떡
작성일
2012-09-11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6465


순결과 축원이 깃든 우리의 떡

떡은 농경문화와 시작된 우리의 전통음식으로, 우리 생활과 밀착되어 있는 정겨운 음식이다. 또한 삶의 애환이 함께 깃들어 있는 음식이기도 하다. 청동기시대의 유적지인 나진초도패총과 삼국시대 고분군에서 시루가 출토되고있을 것으로 볼 때, 우리나라 떡의 유래와 발달과정을 찾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떡은 삼국(고구려, 신라, 백제)이 정립되기 이전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삼국 및 통일신라시대로 접어들어 본격적인 농경시대가 전개되면서, 쌀을 중심으로 한 곡물의 생산량이 증대되었다. 자연스럽게 쌀 외의 곡물을 이용한 떡이 다양하게 발전했다. 고려시대에는 떡이 한층 더 발달하게 되었고, 상류층이나 세시행사, 제사음식뿐만 아니라 하나의 별식으로 일반에 널리 보급되었다. 조선시대로 접어들면서 떡은 혼례, 상례, 제례 등 각종 의례 행사와 대·소연회에 꼭 필수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습속은 지금까지도 전통과 관습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으며, 우리의 식생활 문화를 향상시켰다.

유물 출토의 흔적을 보아, 초기농경이 시작된 선사시대에는 잡곡농사를 먼저 지은 것으로 생각된다. 갈돌과 같은 원초적 도구를 사용한 탈곡과정에서 거친 잡곡가루가 얻어지는데, 이를 호화糊化시켜 먹는 과정에서 구운 떡이 쉽게 이용되었을 것이다.

구운 떡은 특별한 조리용구가 필요치 않으며, 단순히 불에 달구어진 돌만으로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토기‘시루’가 상용 도구로 선보이기 시작하는 청동기시대 이후에는 찌는 조리, 즉 찌는 떡이 주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고구려벽화인 안악3호분의‘부엌’장면을 보면 당시 사용하던 시루가 그려져 있다. 이를 통해 고구려 사람들의 음식문화를 알 수 있는데, 기록에 의하면 고구려인들은 조와 콩을 비롯하여 밀, 보리, 수수, 기장 등의 곡식을 주식으로 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곡물을 가루 내 시루에 쪄 먹은 것이다.

따라서 떡의 원형은‘백설기’라고 할 수 있다.『성호사설星湖僿說』에서‘멥쌀가루에 습기를 준 다음, 시루에 넣어 떡이 되도록 오래 익힌다. 이것을 백설기라고 한다. 백설기는 시루떡甑餠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으로서, 신성한 의미가 있는 행사의 필수 음식이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흰 백설기는 어린아이 3·7일, 백일, 돌, 생일 때 많이 하는데, 그것은 아무것도 섞지 않은 순수한 것으로 순결과 축원을 깃들인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떡에 깃든 우리나라의 풍속

이렇듯 한민족은 오랜 시간 떡과 함께 해 왔기에 떡과 관련된 풍속이 굉장히 많다. 먼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떡은 인절미 다.『주례』에는 인절미를‘떡 중에서 제일 오래인 것’이라 하였고,‘떡 중의 별미는 단연 인절미라, 찰지면서 쫀득한 맛을 으뜸 으로 여긴다’고 하였다.

인절미의 이름에 관한 속설로는 조선조인조 때 이괄이 난을 일으켜 한양이 반란군에게 점령 당하자, 인조는 공주 공산성으로 피란을 갔다. 그곳에서 피란 중인 어느 날, 임씨라는 농부가 찰떡을 해 임금께 바쳤는데 그 떡 맛이 좋고 처음 먹어보는 것이라 신하들에게 그 이름을 물었으나 아는 사람이 없어 임금이 친히 떡 이름을 지어 내렸다. 임 서방이 절미한 떡이라하며‘임절미’라 한 것이‘인절미’로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인절미는 혼례 때 상에 올리거나 사돈댁에 인절미를 이바지로 보내는 풍습이 있다. 찰기가 강한 찹쌀을 사용한 떡으로, 끈적거리고 잘 들러붙는 성질을 이용하여 남녀관계에서의 동질화 의식을 반영한 민속관행이라고 할 수 있으며 더러는 시집간딸이 친정에 왔다 돌아갈 때마다‘입마개떡’이라고 하여 크게 만든 인절미를 들려보내기도 했다. 이는 시집에서 입을 봉하고 살 라는 교훈용 떡으로, 더러는 시집 식구에게 비록 내 딸이 잘못한 것이 있더라도 이 떡을 먹고 너그럽게 봐 달라는 뇌물성 떡이며, 신랑이나 시집식구들과의 사이를 결착시키는 상징적 접착제 구실로 여기기도 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바람떡은 절편을 얇게 밀어 콩고물이나 팥고물로 소를 넣고 반을 접어 바람을 넣은 떡이다. 개피떡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떡의 종류가 가지각색인 우리나라이지만, 때에 따라 가려서 올려야 할 떡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바 람떡이다. 바람떡은 말랑말랑하고 맛이 좋아 사시사철 즐겨 만들어 먹지만 결혼식 잔칫상에는 절대 올리지 않는다.

이 바람 떡은 결혼식날에 만들어 먹게 되면 신랑, 신부가 바람이 난다는 속설에 따른 것이다. 아마도 떡의 이름이 바람떡이라 혹시나 하는 우려에서 미리 조심시킨 우리 조상의 지혜가 아닐까 생각한다.

책례冊禮는 책거리 또는 책씻이라고 하는데, 아이가 서당에서 책 한 권을 다 읽어 떼었을 때 행하던 의례로, 스승에게 감사하고 친 구들과 함께 자축한다. 이때의 축하음식으로는 국수장국, 송편, 경단 등이 있다. 특히 송편은 깨나 팥, 콩 등으로 소를 꽉 채운 떡 이므로 학문도 그렇게 꽉 차라는 뜻으로 빠뜨리지 않았으며, 주로 오색송편이나 꽃떡을 빚었다.

오색송편은 우주만물을 형성하는 원기와 오행에 근거하여 오미자로 붉은색, 치자로 노란색, 쑥으로 푸른색, 송기로 갈색을 들여 만물의 조화를 나타내었다. 또한 소를 비운 매화송편을 만들었는데 이는 학문의 증진과 더불어 마음과 뜻을 넓게 가져 바른 인성을 갖추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월대보름의 절식인 약식藥食은 약밥이라고도 하는데, 잔칫상에 빠지지 않고 오르던 음식으로, 밥(주식)에 속하지 않고 떡류에 속한다.『삼국유사』의‘사금갑조’에는 정월대보름날 찹쌀을 간장으로 까맣게 물들여 밤, 대추, 꿀 등을 넣고 꼬들꼬들하게 쪄 먹는 약식에 대한 설화가 있다. 신라 소지왕은 재위 10년이 되던 해 천천정天泉亭으로 나들이를 갔는데, 옆에 까마귀와 쥐가 놀고 있었다.

쥐가 사람의 말로“이 까마귀가 가는 곳을 뒤쫓아 가보라”고 하는것이 아닌가. 왕은 기이하게 여겨 기사에게 까마귀를 따라가 보게 하니, 연못 한가운데서 노인이 나오더니‘이 봉투를 열어보면 두 사람이 죽고, 열어보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는다’라고 적힌 봉투를 내주었다.

왕이 황급히 봉투를 떼어보니 그 안에는‘빨리 금갑(거문고 갑)을 향해 활을 쏘아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왕이 이상히 여겨 금갑을 향해 활을 쏘니, 화살에 맞은 금갑에서는 난데없이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금갑 안에 내전에서 분향수도焚香修道 하던 중과 궁주宮主가 정을 통한 후 왕을 해치려고 들어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까마귀의 은혜로 무사한 왕은 그 후 매년 정월대보름에 까마귀가 좋아하는 대추와 밤으로 약식을 만들어 먹였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는 까마귀에게 주는 풍속은 사라지고,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나 만들어 먹는 정월대보름의 절식이 되었다


떡, 생활상과 철학이 반영된 음식문화

조선시대로 접어들면서 떡은 혼례, 빈례, 제례 등의 각종 행사와 대·소연회에 필수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전반적으로 농업 기술과 음식 조리 및 가공기술의 발달로 식생활문화가 향상되었다. 유교가 사회 깊숙이 뿌리내리면서 관혼상제 등의 의례와 세 시행사가 함께 자리 잡았고, 한과류와 함께 다양한 떡이 전통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특히 궁중과 반가를 중심으로 더욱 사치스럽게 발전하여 조선시대 음식 관련 조리에서 등장하는 떡의 종류 만 해도 무려 198가지에 이르고, 떡을 만드는 재료나 가지수가 95가지나 된다. 특히 궁중에서는 사치의 정도가 더욱 심하여 각 색 메시루떡, 각색 차시루떡, 화전, 각색단자 등을 1자 8치로 높이 고여서 연회에 사용하었다. 이러한 기록들로 보아 당시 조선 시대 떡이 가장 화려하였음을 엿볼 수 있고, 이때가 바로 떡의 전성기였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 중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바로 음식문화다. 우리나라는 수천 년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 온 훌륭한 음식문 화를 갖고 있다. 그 중에서 떡 속에는 희로애락이 담겨 있고 한국의 문화와 정서가 담겨 있다. 떡은 단순히 먹거리에 그치지 않고, 그 속에 많은 함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떡에는 우리 조상의삶의 철학이 반영되어 있고, 민족의 생활상이 담겨 있다. 따라서 떡 속에는 오천 년의 문화가 녹아 있으며, 한민족의 삶이 녹아있다고 할 수 있다.


글·윤숙자 떡박물관 소장 사진·문화재청,국립민속박물관,떡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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