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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야행, 천년의 관아를 깨우다 - 강릉문화재야행
작성일
2018-08-31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1043

이맘때면, ‘강릉’이란 단어가 유난히 많은 이들의 입에서 오르내린다. 한여름의 더위를 식혀줄 바다,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특별한 커피. 사람들에게 강릉은 휴식 또는 치유와 맞닿아 있다. 하지만 거기에서 그친다면, 도시가 가진 매력을 오롯이 알지 못하는 것이다. 강릉에는 유구한 역사 속에 쌓아 올려진, 매력적인 문화유산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특별히 ‘강릉대도호부관아’는 이러한 강릉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문화재로, 지난 2016년부터 ‘강릉문화재야행’이 열리고 있다. 연일 이어지는 불볕에도 불구하고 사람으로 붐볐던 그 현장에 다녀왔다. 01. 강릉대도호부관아 메인무대에서는 의복 패션쇼를 비롯해, 오케스트라 공연, 전통 연희극 등 다양한 무대가 펼쳐졌다.

조선시대의 지방행정조직은 그 중요성에 따라 부, 대도호부, 목, 도호부, 군, 현 등으로 차별을 두었다. 강릉은 강원도 영동지방의 중심지로 행정적·경제적·군사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고려 시대 말에 강릉대도호부로 읍격이 승격되었다. 강릉대도호부관아(이하, 관아)에 대한 기록을 찾아보면 고려 태조 19년(936년)에 세워진 이후 83칸에 이르는 큰 규모를 이뤘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문화를 말살하려는 일본에 의해 크게 훼손된 후 현재는 객사문(국보 제51호 임영관 삼문)만이 남아 있다. 공민왕이 직접 쓴 ‘임영관(臨瀛館)’이라는 현판이 걸린 이 객사문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객사문이자 얼마 남아 있지 않은 고려 시대의 건축물로서 그 가치가 매우 높다. 이렇게 소중한 문화유산 일대에서 열리는 행사인 만큼, ‘강릉문화재야행’은 살아있는 역사 교육의 장이자,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많은 이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2017년에는 문화재 활용 우수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조금 일찍 도착해보니, 관아 일대는 행사 준비로 무척 분주해 보였다. 다만, 임영관 삼문 내에 조성된 문화마당에서는 체험활동을 하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능숙한 장인(匠人)들의 지도가 이어지자 어설픈 손놀림의 관람객들도 제법 근사한 작품을 만들어 냈다. 날이 좀 더 어두워지자, 주변을 배회하던 관람객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임영관 삼문 내 임영마당에서 논을 맬 때 부르는 학산오독떼기(강원도 무형문화재 제5호)가 시연됐다. 선창에 따라 제창이 이어지자 관람객들은 임영관 이곳저곳에 걸터앉아 따라부르거나 손뼉을 치며 호응했다. 이것을 시작으로 관아 안팎으로 국악, 오케스트라, 버스킹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다.

올해는 특별히 관아 앞에 있는 한국은행 강릉본부와 강릉우체국, 강릉시 선관위 등 명주동 일원의 공공기관들도 야간 개방을 통해 축제의 풍성함을 더했다. 이들기관에서는 야행 우표 만들기, 선거 역사 사진전, 한국은행과 함께 떠나는 화폐 여행 등 각 기관의 특색에 맞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야행의 많은 프로그램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은 개막 공연인 의복패션쇼였다. 관아의 수령이자 정3품에 해당하는 강릉 부사부터 관에 속한 노비까지. 조선시대 관아에서 입었던 의복과 인물을 주제로 한 독특한 패션쇼가 열리자 관람객들은 행사장을 떠날 줄 모르고 공연을 감상했다. 특히 김한근 강릉시장을 비롯해 강릉시의장, 강릉소방서장이 특별출연해 행사의 흥을 돋우었다. 이어서 지역 설화를 연극화한 ‘강릉부사 정경세’가 공연됐다. 주문진 성황당에 담긴 애달픈 사연에 관람객들은 눈물을 훔쳤고, 공연 끝에 풍어가 찾아오자 박수가 이어졌다.

개막을 알린 공연이 모두 끝났지만, 행사의 열기는 전혀 식지 않고 길거리와 시장으로 이어졌다. 관아 앞 경강로 일대에서는 배고픔을 달래줄 야행 푸드트럭이 열려 출출해진 관람객들을 유혹했다. 올해는 특별히 인근에 있는 서부시장까지 야행의 범위를 넓혔다. ‘달달한 서부시장 4색 4미’라는 주제 아래 시장 상인들이 옛 주막을 재현했고, 전국 10여 개의 수제 맥주 브루어리가 합세해 수제맥주 골목을 조성했다. 오랜 기간 상권 침체로 어려움을 겪어 온 서부시장이 사람들로 활기를 되찾았고, 상인들의 얼굴에도 모처럼 웃음꽃이 피었다. 문화재 활용사업이 단순히 문화재 활성화에 그치지 않고, 지역 경제 활성화와 부흥에도 이바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본보기였다. 과거의 역사를 보존하는 기능으로만 머물던 문화재가 현대적 가치와 역할을 품고 ‘살아있는 문화재’로 거듭난 것이다. 강릉문화재야행은 날씨가 좀 더 선선해지는 9월 14일(금)과 15일(토)에도 다시 한 번 열릴 예정이다. 그동안 바다와 커피를 중심으로만 강릉을 이해하고 즐겼다면, 이제는 문화재를 중심으로 한 강릉을 만나러 갈 차례다.

02. 임영마당에서 시연된 ‘학산오독떼기’ 공연 03, 04. 강릉문화재야행은 다양한 역사·문화 콘텐츠를 접목해 밤에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글. 사진. 이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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