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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사랑

제목
바다의 노래 ‘제주민요’
작성일
2016-06-02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3379

가락마다 땀이 번지다 바다의 노래 ‘제주민요’ 국가무형문화제 제95호

노래가 된 제주여성의 삶

환태평양의 ‘뜨는 섬’으로 알려져 있는 제주도! 어느 누구라도 살아보고 싶은 제주도의 과거는 현재와 사뭇 달랐다. 제주의 선인들은 척박한 땅을 일구며 가난한 삶을 극복하기 위해 힘겨운 노동을 짊어져야 했다. 힘겹고 지겨운 일들을 가락으로나 이겨내던 노동의 현장은 이제 사라졌지만, 아직도 제주섬의 노래 전통은 끈질기게 이어져 오고 있다.

그 노래는 산을 넘고 물을 건너길 원했으나 결국은 자신의 집 ‘올레’로 돌아오고야 말았기에 노래의 창자(唱者)는 스스로 강해져야만 했다. 제주민요가 언제부터 발생되어 불렸는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문헌기록 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고려시대 문인 이제현(李齊賢)의 문집 『익재난고(益齋亂藁)』 「소악부(小樂府)」의 악부시에서 그 잔영을 찾을 수 있다. 그는 당시 유행하던 제주민요 가사를 한문체의 악부시로 번안해 두 수를 실었는데 <수정사(水精寺)>와 <탐라요(耽羅謠)>가 바로 그것이다.

<수정사>가 사찰 내에서 벌어진 사주(寺主)와 기방(妓房) 여인의 은밀한 애정행각 행태를 풍자적으로 비판한 노래라고 한다면, <탐라요>는 밭농사를 위주로 하는 탐라의 보리농사 정경과 육지에서 항아리와 백미를 싣고 오는 님을 기다리는 아낙의 심경을 담아 표현했다.

과거 제주민요의 창자들은 명창이 아니었다. 단지 노동을 이기기 위해 줄곧 노래를 따라 불렀고, 자신도 노래를 만들면서 이를 노래상자에 담아 저장해왔다. 온전한 수인 100상자를 채우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제주 지역은 다른 육지에 비해 놀이를 하면서 부르는 유희요보다는 노동요가 많다. 예컨대 양식거리를 위해서 보리나 메밀과 같은 곡물을 맷돌이나 방아에서 갈고 찧으면서 노래하곤 했는데, 이들 노래의 대부분이 서정요로서 시적 수준이 높아 서민문학의 극치를 맛볼 수 있다.

“간장 썩은 말이언마는 / 솟아올라서 눈으로 나온다 눈물 속에 배를 세워 두어서 / 한숨일랑 밥으로 먹고 눈물로랑 세수나 하지”

제주여성들에게 민요를 지칭하는 ‘놀래(노래)’는 ‘울음’ 그 자체였다. 서러운 정서가 눈물이 되고 그 눈물이 고여서 세수를 하고 마음속의 한숨은 밥으로 먹겠다는 표현이다. 한 일본인 학자는 제주섬 민요를 조사하고 정리하면서 결론적으로 중국의 『詩經』 국풍(國風)조와 일본의 『만엽집(萬葉集)』에 비유하기도 했다.

집안 식구들을 위한 숨비소리

제주여성들의 노래 중에서 제주해녀들이 부른 <해녀노래>는 제주도 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되어 보전·전승되고 있는데 국내외로 유명하다. 기계화된 발동선이 생기기 이전, 작은 섬이나 육지(전라, 경상 등)로 갈 때 풍선배의 노를 저으면서 부르던 노래를 <노 젓는 소리> 또는 <이여싸 소리>, <이여도사나>라고 명명했다. 이러한 <해녀노래>의 정서는 섬사람들의 노동현장과 삶, 제주사람들에 대한 정체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지역적 특수성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숨을 참고 바닷속에서 하는 해녀의 물질을 두고 흔히 “저승의 돈벌어서 이승의 자식을 먹여 살린다”는 속담이 있다. 죽음을 인식한 작업이어서 한계적이고 염세적인 정서가 표출되는데, 그 비극적인 삶의 근원을 자신의 운명 혹은 인생관에서 찾고 있다. 바다속의 물질은 ‘저승길’이라는 말처럼 두렵고 가기 싫은 곳이다. 이러한 곳에서 작업해야 되는 운명, 이를 숙명이라고 여긴다면 그들의 의식이란 진취적이고 강인하다기보다는 차라리 체념적이고 순응적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해녀들은 자신과 동일 운명을 지녔다고 여기며 기대고 의지하는 대상으로 ‘어머니’를 끌어온다. 같은 여성으로서 자기를 낳아 준 어머니는 동류적인 존재이기도 하고 원망의 대상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주해녀들은 삶의 고통에 좌절하지 않고 강했다. 그녀들은 스스로 노 젓는 노래의 힘찬 기백을 통해 극복하려고 했다. 그러한 극복의 한 유형으로 연꽃이 피어있는 낙원의 섬인 이어도를 찾기도 했다. 바다에서 죽은 남편은 <이어도>에 가 있는 것으로 여기고 그곳을 향해서 한없는 그리움의 노래를 만들었다. 

“이엿문은 저승문이여 / 이여도 질(길)은 저승질(길)이여 신던 보선에 볼을 받아 놓고서 / 애가 타게 기다려도 다시는 올 줄을 모르더라”

노래 속의 이어도는 현실성과 이상성을 내포하고 있는 섬으로 그려내고 있다. 현실은 고난을 겪는 여인의 심정이 담겨있지만 동시에 이상적인 유토피아와 같은 섬이기도 했다.

구전전통의 지속 보전을 위하여

제주섬에는 거친 땅을 일구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신들의 고향’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곳곳에 전해지는 일만팔천의 신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제주를 창조했다고 하는 위대한 여신 설문대에 얽힌 이야기, 세 신인이 태어나서 벽랑국의 세 처녀를 만나 탐라국을 개국한 탐라개국신화 등이 있다. 이러한 제주 신화나 민요에는 제주어가 살아있고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어서, 이는 장차 제주인만의 소유물이 아니라 세계적인 보물이 될 것으로 가늠된다.

또한 이러한 구전전통의 문학적 가치는 구전 이야기와 더불어 잘보존된 문화경관과도 관련이 있다. 세계농업유산으로 지정된 제주밭담, 세계자연유산인 한라산과 오름 군락, 동굴 등의 유형 자산과 함께 신화·전설·민요와 같은 문화유산이 고스란히 남아 보물처럼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QR 코드를 읽어보세요. 제주민요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국립국악원

글‧좌혜경(제주발전연구원 제주학 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 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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