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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속의 길 걷는 유구한 직물 전통 - 우간다의 수피(樹皮) 옷감 만들기
작성일
2018-08-01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1662

지속의 길 걷는 유구한 직물 전통 - 우간다의 수피(樹皮) 옷감 만들기 동아프리카의 우간다는 6개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나무 속껍질로 옷감을 만드는 공예 전통을 2008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킨 이래 음악, 공예, 춤, 작명체계 등 총 6개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등재시켰다. 우간다는 국토의 25%가 호수이며 남수단, 케냐, 콩고민주공화국, 탄자니아, 르완다 등의 국가에 둘러싸여 있다. 인구는 약 4,400만 명에 달하고 있고 여러 민족이 국민을 구성하고 있다. 우간다의 수피 옷감 제작 전통은 오늘날 지속가능발전 관점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전통공예로 유럽에서는 유명디자이너들이 수피 옷감으로 패션쇼를 개최하며 그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01, 02. 우기에 수확한 무투바(Mutuba) 나무의 속껍질을 다양한 종류의 나무망치로 오랫동안 힘을 들여 두드려서 부드럽고 섬세한 질감에 균일한 적갈색을 띠도록 
만든다. ⓒ유네스코

우간다의 바간다(Baganda) 사람들

우간다는 1962년 영국의 식민통치에서 벗어나 독립한 국가로 2018년 기준으로 약 4,400만 명의 인구를 지니고 있는 동아프리카의 주요 국가이다. 우간다는 전 국토의 4분의 1이 호수이며 대부분의 국토는 해발 1,000미터 이상의 고원지대로 구성되어 있다. 우간다는 영국의 식민통치(1894년~1962년)를 받으며 인도인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이 이주해 오기도 했다. 약 30여개가 넘는 민족집단이 있는데, 바간다, 바소가(Basoga), 이테소(Iteso) 민족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부간다 왕국은 14세기에 출범한 바간다 민족의 통일 왕국으로 19세기에 동아프리카의 최대 왕국으로 군림했었다. 영국 식민통치 기간에는 간접통치 체제하에 부간다 왕의 통치력이 일정부분 유지되었으나 1962년 독립 직후에는 다른 왕국들과 함께 해체되었다. 부간다 왕국은 1993년 입헌군주국으로 다시 복권되어 우간다 정부로부터 제한된 자치권을 보장받게 되었으나 중앙정부와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대부분 전통 왕국 지도자들이 실질적인 권력에서 배제되어 일종의 명예만 유지하고 있는 것에 반해 우간다의 부간다 왕국은 중앙정부와의 긴장관계 속에서도 제한된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수피 樹皮 나무줄기의 코르크 형성층보다 바깥 조직을 말한다. 보통 수목이 비대해지면, 처음 피층에 코르크층이 생기고 그 후 새로운 코르크층의 형성이 체관부의 안쪽까지 미치게 되어 그 바깥쪽으로 격리된 체관부 등의 조직세포는 죽게 된다. 이러한 죽은 조직과 코르크층의 호층을 수피라 한다.

바간다 수피 옷감 공예 전통

나무의 속껍질을 활용해 옷감을 만들고 이것으로 옷을 해 입는 공예 전통은 아프리카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오래전부터 내려온 전통으로, 뽕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들의 속껍질을 물에 담갔다가 두드려 펴서 얇은 종이처럼 만드는 기법이다. 태평양 지역의 여러 섬들에서 발견되는 타파(Tapa) 옷감 제작 공예도 같은 기법을 사용하는 대표적 사례이다.

바간다 사람들의 수피 옷감 공예 전통은 은고은게(Ngonge) 씨족의 장인들을 통해 전승되어 왔다. 카보고자(Kaboggoza)라는 세습 직위는 수피 옷감 제작 전통을 전승하고 제작을 주도하는 바간다 족의 우두머리 장인이다. 이들은 우기에 무투바 나무의 겉껍질을 벗겨 낸 후 속껍질을 위에서 아래로 나무의 몸통 크기로 예리하게 잘라낸다. 채취된 속껍질을 뜨거운 물로 끓여 낸 후 긴 나무 위에 얇게 편 후 3~4시간 동안 여러 종류의 나무망치로 일일이 두드리고 접었다 펴면서 부드럽고 섬세한 질감의 옷감처럼 만든다. 전통적으로 수피 옷감은 제작 과정에서 적갈색을 띠나 왕족을 위한 옷감은 흰색과 검은색으로 염색해서 일반인들의 옷과 차별화한다. 오늘날 우간다의 수피 옷감은 면직물이 들어오면서 일상생활복보다는 왕의 대관식이나 치료 의례와 같은 특정한 행사에서 입는 옷을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


수피 옷감 공예 전통의 보호(safeguarding)와 계승

우간다의 수피 옷감 제작은 현대의 면직물과 의복 생산 관점에서 보면 효율성이나 경제성에서 사라져 갈 전통 공예이다. 더 값싸고 편리한 옷감이 대량 생산되고 유통되는 상황에서 나무 속껍질을 오랜 시간 손으로 두드려 만들어 내는 수피 옷감 제작 전통은 박물관에 보존되어야 할 과거의 공예 전통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유네스코가 우간다의 수피 옷감 공예 전통을 인류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한 것은 아프리카의 자연 환경에서 나무의 속껍질을 사용해 옷을 만들어 입은 인류의 오랜 노력과 문화적 성취를 기념하기 위한 취지였다. 유네스코는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당사자들의 문화적 실천을 통해 창의적으로 계승되고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간다 사람들은 수피 옷감을 현대 사회의 맥락에서 새로운 의미와 용도로 창의적 계승을 시도했다. 바간다의 수피 옷감 제작에 대한 인류학적 현지연구를 한 나카지브웨(Nakazibwe 2005)는 1990년대 수피 옷감이 의복이 아닌 미술작품의 소재로 재해석되어 다양한 예술적 창작을 거치는 과정을 연구했다. 그녀는 회화와 염색에서 시도된 새로운 창의적 해석이 문화혁신가의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패션 소재로 활용되기 시작하는 과정과 사례를 소개하고 분석했다. 우간다의 화가 카비토(Kabiito 2010)는 바간다의 전통 수피 옷감을 캔버스 대신 사용하여 작품을 만들었다. 그는 부간다 왕국의 전통 문화를 현대 예술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수피 옷감을 자신의 작품의 주요 소재로 사용했는데 다른 예술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불러 일으켰다.

03. 바간다 사람들의 수피 옷감 공예 전통은 은고은게(Ngonge) 씨족의 장인들을 통해 전승되어 왔다. ⓒ유네스코 04. 19세기에 면직물 유입으로 수피 옷감 제조는 쇠퇴의 위기에 몰렸으나 바간다 공동체 안에서 여전히 특정한 사회 관습 및 문화 전통을 나타내는 표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유네스코 05, 06. 수피 옷감은 제작 과정에서 적갈색을 띠나 왕족을 위한 옷감은 흰색과 검은색으로 염색해서 일반인들의 옷과 차별화한다. ⓒflickr

수피 옷감 공예 전통의 인류무형유산 등재의미와 변화

바간다 사람들의 수피 옷감 공예 전통은 유네스코의 인류무형유산 목록으로 등재되면서 글로벌 관점에서도 재해석되고 있다. 나무의 속껍질을 활용한 옷감이 지속가능발전의 관점에서 환경친화적 의미를 얻게되고 서구의 유명 디자이너들이 이를 활용한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방염이나 방수와 같은 현대적 기술이 추가되면서 수피 옷감을 활용한 의복 생산이 보다 실용적이 되기도 했다. 유네스코가 2008년 수피 옷감 제작 공예 전통을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하면서 관광객들도 수피 옷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우간다의 수피 옷감 장인들이 관광객들을 위한 기념품 개발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수피 옷감 공예 전통은 또 다른 활력을 찾게 되었다. 등재 이후 수피 옷감은 우간다 전통문화의 대표적 상징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바간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으로 수피 옷감으로 만든 옷을 입기 시작했다. 수피 옷감을 활용한 다양한 상품 개발과 판매에 투자하는 벤처 기업도 창업되어 유럽 시장으로 진출했다. 독일에 본사를 둔 BarkTex는 우간다의 수피 옷감을 다양한 상품으로 개발하여 유럽에 소개하고 있다.

바간다 사람들의 수피 옷감 제작 공예는 시대적 환경이 변화하면서 쇠퇴의 위기에 몰렸으나 전통 장인과 창의적 예술가 그리고 혁신적 기업가들의 협업으로 살아있는 무형문화유산으로 활성화되게 된 것이다. 유네스코의 인류문화유산 등재가 이러한 노력을 더욱 활기차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글. 한건수(강원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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