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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사랑

제목
깎아지른 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자연의 속살을 비춘다
작성일
2016-02-02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2706

깎아지른 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자연의 속살을 비춘다 명승 제11호 청송 ‘주왕산 주왕계곡’ 일원 주왕산 봉우리에 올라 망중한을 즐기고 싶은 마음에 사람들은 조금은 가파른 길을 수고스럽게 오른다. 숲으로 우거진 산의 절경도 좋지만 바위로 이색적인 풍경을 내놓은 이곳이 신선들만 오는 곳이 아닐까 하는 기묘한 기분에 빠지게 한다. 길을 따라 산의 품으로 깊숙이 걸음을 들이면, 이내 웅장한 주왕계곡이 시원스런 물줄기를 뽐낸다. 마음속 무거웠던 생각과 고민들이 ‘천혜의 자연’과 마주한 찰나, 한순간에사라지는 통쾌함이 있다. 01 명승 제11호 청송 ‘주왕산 주왕계곡’ 일원

 

바위 따라 걷는 등산길, 청송 주왕산

경북 내륙에 자리 잡은 청송(靑松)은 깊고 궁벽한 골짜기로 예로부터 알려진 지역이다. 이곳의 명소, 주왕산(周王山·721m)은 빼어난 자태를 가진 기암 봉우리와 바위 병풍을 두른 듯 펼쳐지는 협곡, 죽순처럼 솟아오른 암봉, 기암괴석 그리고 한 포기의 풀까지 그대로 내비치는 옥계수와 세차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가 어우러진, 말 그대로 선경(仙境)이다. 여기에 골짜기 능선을 따라 나뭇가지에 살포시 앉은 눈꽃의 물결이 더해지면 먹으로 그린 듯한 한 폭의 산수화가 완성된다. 청학과 백학이 살았다는 전설이 서려 있는 학소대, 신선들이 한가하게 노니던 신선대, 멀리 동해가 보이는 험준한 지형의 왕거암, 주왕의 아들과 딸이 한밤에 호젓하게 달구경을 했다는 망월대, 주왕의 딸 백련공주의 이름을 딴 백련암 등 아름다운 절경을 빚어나고 있다. 조선 시대 인문지리 학자인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골이 모두 돌로 되어있어 마음과 눈을 놀라게 하며 샘과 폭포가 절경’이라고 극찬하였다. 국내 3대 암산으로 손꼽히는 주왕산의 청정한 공기를 마시며 천혜의 자연 속을 거닐어 보자.

02 고아하게 앉은 대전사가 오가는 이를 반긴다. 03 암벽 중간 흩날리는 제1폭포수가 가슴 시리게 찬란하다.

 

산수화 속으로 들어가 신선이 되다

주왕산 매표소를 통과하자 대전사(大典寺)가 오롯이 앉아 드나드는 이를 반긴다. 이곳은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 유정(惟政)이 승군을 훈련시켰던 절로, 보관전 내부에 이여송이 유정에게 전송했다는 친필 서신을 새긴 목판이 보관되어 있다. 보광전의 용마루 너머로는 웅장하게 솟아오른 기암(旗岩)이 있다. 주왕산 수문장이면서 주왕산의 상징인 기암은 그 옛날 주왕이 깃발을 세웠다는 전설을 품은 바위다. 주왕산은 대전사를 기점으로 학소대, 용추폭포를 거쳐 되돌아오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코스다. 주왕산의 비경이 대전사에서 제3폭포에 이르는 4km의 계곡에 한데 모여있고, 길도 순탄한 평지에 가까운 산책길이어서 3시간 정도면 무난히 갔다 올 수 있다.

대전사를 지나자 비경의 숲길이 열리고 천변의 청아한 물과 노닐며 큰 바위에 조그만 자갈들이 수북이 쌓인 아들바위를 지나 10분가량 걸으면 자하교가 나온다. 자하교를 지나 북동쪽 계곡 길로 들어서면 가파른 망월대가 아찔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다. 두 눈에 비경을 가득 담은채 이곳을 빠져나오면 청학과 백학이 어우러져 살았다는 학소대와 성난 장승의 얼굴을 닮은 시루봉이 멋스럽게 솟아올라 있다. 한적한 흙길을 걸으며 학소교를 지나면 ‘신선 세계’에 입문하게 된다. 기이한 돌문을 지나 바위벽을 넘어서 이어지는 등산로는 무릉도원이다. 병풍바위는 하늘 높게 치솟아오르고, 협곡 속으로 들어가면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세찬 물줄기 소리가 들린다. 이곳은 제1폭포다. 구름 한 점이 지나가는 고요한 하늘에 수직 절벽으로 쌓인 사방, 단지 폭포 소리만이 가득하다. 선녀탕과 구룡소를 돌아 나온 계곡 물은 돌 허리를 타고 쏟아져 내려 소를 이루고 그 앞에 모래밭과 자갈밭이 더해져 아름다움을 이룬다. 남성미 넘치는 제1폭포를 지나면 표주박을 닮은 제2폭포와 규모가 웅장한 제3폭포, 그리고 내원동으로 이어진다. 내원동에서 가메봉을 거쳐 절골로 내려서면 주왕산 기암 지대를 모두 거칠 수 있지만, 대부분 제3폭포나 내원동에서 발길을 되돌린다. 등산객들의 발자취가 닿지 않아 단출한 산행을 즐길수 있는 절골 또한,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걸린 소나무가 더해져 절경 중의 절경이다.

04 학소교를 지나면 산세가 수려한 무릉도원으로 향하는 돌문이 열렸다. 05 주산지에서는 고목과 물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멋을 더한다.

 

계절의 흐름을 품은 저수지

주왕산에 발길이 닿았다면, 주산지를 가는 것은 필수 여정이다. 주산지는 조선 경종 원년(1721년)에 농업용으로 조성된 인공 저수지다. 이후 약 300년 동안 산골에서 내려온 물이 세월을 품고 천천히 고여왔다. 이렇게 모인 물은 아랫마을 이전리 농민들의 농업용수로 사용되었으며, 조성된 후 한 번도 물이 마른 적이 없었다고 전해졌다. 재작년 봄, 그 명성에 흠집이 났지만, 다시 가을 제 모습을 찾았다. 이곳은 물 위에 솟아오른 버드나무 고목이 호수 물가에 제 그림자를 드리우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한, 산 위에서 내려와 버드나무를 쓸어내리는 찬 바람은 마음에 고요함을 안겨준다. 몇몇 사람들의 발길이 간간히 닿던 주산지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대종상에서 최우수 작품을 거머쥐며 그 이름을 알렸다. 청송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주산지 덕분에 수상한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영화는 한적한 숲 속 연못 위, 섬처럼 떠 있는 암자를 배경으로 인간의 사계절을 그린다. 암자에 노승과 둘이서 거주하는 동자승이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성장함에 따라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 다시 봄이 된다. 주산지는 계절이 흐름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한다. 연초록의 왕버들이 물그림자를 띄우는 봄에 이어 생기를 머금은 풀이 활력을 띄는 여름, 붉은 물감을 뿌린듯한 한 폭의 수채화 같은 가을, 소담한 눈꽃을 안은 겨울까지 매해 그 모습을 달리한다.

 

글‧차경주 사진‧안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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