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옛사람의 생활상을 재현하다
- 작성일
- 2017-07-04
- 작성자
- 국가유산청
- 조회수
- 1803
발굴에서 체질인류학적 분석까지
기본적으로 유적에서 뼈가 출토되면 뼈 전문가와 발굴 담당자가 함께 협력해 출토 정황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뼈가 어느 위치에서 어떻게 발견되었는지는 물론 매장 유구의 종류와 성격, 매장 자세, 매장 순서, 중복 관계 등 고고학적 정황을 세밀하게 관찰한 후 기록을 마치면 수습이 진행된다. 특히 생물학적·화학적 분석을 위한 뼈를 수습할 때는 뼈의 DNA가 오염되지 않도록 작업자가 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물론이며 수습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2차 오염원의 역학 조사를 위해 발굴한 사람의 동의 하에 ‘인체유래물동의서’ 작성 후 구상상피세포를 채취하는 수순을 밟는다.
체질인류학적 분석은 성별, 연령, 신장, 병리적 양상 등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성별의 경우 골반뼈와 온머리뼈로 가늠하며, 연령은 뼈대의 다양한 부위를 통해 추정한다. 성인의 경우 머리봉합 닫힘을 이용하며 소아청소년의 경우 뼈끝 융합을 확인한다. 그외에도 치아의 맹출 과정과 마모 정도에 따라서도 나이를 추정할 수 있다. 신장은 사지골(四肢骨: 팔 다리 뼈)의 길이와 비례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대략적인 수치를 도출한다. 넙다리뼈의 최대길이를 계측해서 산출하는 피어슨식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또한 뼈를 통해 외상이나 변형성 관절증 등 골질환, 다공성뼈과다증 등 전신질환, 결핵과 같은 감염질환도 확인할 수 있다.
안정동위원소 분석을 통한 식생활 추적
화학적 분석 방법 중 하나인 안정동위원소 분석법은 탄소와 질소 안정동위원소 비율을 이용해 주로 섭취했던 식료의 종류와 비중을 찾아내고, 이를 통해 과거 식생활을 연구하는 방법이다. 주로 넙다리뼈 등 긴뼈에서 추출한 뼈 콜라겐이나 치아 상아질 콜라겐을 이용한다. 안정동위원소는 이론적으로 시간이 지나도 그 비율이 변하지 않는다. 사람이 섭취한 음식이나 환경에 따라 뼈에 기록된 그 특유의 탄소와 질소 안정동위원소 비율로 당시 식생활을 추적한다.
탄소 안정동위원소 분석을 통해서는 C3 식물군(벼, 보리, 밀, 콩, 팥 등 작물류, 과실류), C4 식물군(조, 기장, 피, 수수 등 잡곡류), CAM 식물군 섭취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질소안정동위원소 분석으로 동물성 단백질(육상 동물, 해양 어패류, 민물 어패류 등)의 섭취 여부와 비중을 추적할 수 있다.
유전 정보 파악을 위한 DNA 분석
고고학 유적에서 출토된 뼈에 남아 있는 DNA 분석에는 넙다리뼈 등 긴뼈 또는 치아 뿌리가 남아 있는 어금니 등이 주로 활용된다. 옛사람 뼈의 DNA 분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성별 판별,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을 통한 모계의 유전 정보, Y염색체 분석을 통한 부계의 유전 정보 등이다. 그 외에도 유전적 특징과 질병 상태, 친연관계, 집단 간 유연관계의 추적도 가능하다.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과 얼굴 복원
뼈의 연대를 직접 측정하기 위해서는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유용하다. 방사성탄소연대측정에는 안정동위원소 분석과 같이 콜라겐 단백질이 가장 잘 남아 있는 긴뼈나 치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결과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생명체는 광합성과 먹이 사슬 등을 통하여 대기 중의 방사성탄소(14C)를 흡수하고, 살아 있는 동안 평형 상태를 유지한다. 생명체가 죽으면 방사성탄소는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드는데 그 반감기는 5,730년이다. 이를 토대로 남아 있는 방사성탄소의 양으로부터 언제 사망했는지 추정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출토된 뼈를 활용해 당시 사람들의 생존 시 얼굴을 복원하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컴퓨터단층촬영(CT)을 이용한 3D 스캔 작업을 실시하면 일반 촬영으로 나타나지 않는 신체의 단면상을 3차원으로 재구성하여 볼 수 있다. 이처럼 옛사람 뼈의 과학적 분석을 통해서 당시 사람들의 식생활, 유전정보, 체질적 특성, 인구 구조, 질병, 환경 등 당시 생활상에 대한 중요한 정보가 축적되고 있다.
글+사진‧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