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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 지질학자의 독도 사랑
작성일
2010-06-10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5048




지질학자의 독도 사랑 법

일반적으로 인간이 자연을 사랑할 때는 다양한 이유와 방법이 있다. 독도의 경우, 우리나라 사람들이 독도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사 및 국익과 관련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영토로서의 독도는 그 주변의 해양 및 지질 자원을 고려하면 함부로 가늠하기 힘든 엄청난 잠재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멀지 않은 미래에 해저 자원이 본격적으로 개발될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한편, 자연의 일부로서 독도는 본체를 이루는 암석과 이의 풍화에 의해 생긴 약간의 토양층, 그리고 여기에 서식하는 식물과 동물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독도 주변 바다에 서식하는 생물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실제 독도에 가보면 독도는 경사가 급한 지형을 가지고 있는 동도와 서도 그리고 나머지 아주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고, 암석이 주이기 때문에 식물이나 동물은 살기 힘든 곳이라는 것이 전체적인 풍경이다. 이런 풍경을 고려하면 만약 일본에서 한 번씩 시비를 걸지 않았으면 별로 주목받지 못한 섬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독도에 가 본 우리나라 사람은 비슷한 느낌이었으리라. 그러나 내가 처음 독도에 가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지질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야외지질조사 실습장으로 정말 좋겠다는 것이었다. 토양층이 거의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암석 덩어리의 지질학적인 관계를 아주 잘 관찰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추측컨대 일반인은 야외에 나가 암석을 볼 때 그냥 딱딱한 돌이라는 것 외에는 별 다른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다. 나는 지질학자이다. 지질학자는 암석을 볼 때 그 기원을 알려고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나는 여기서 지질학자가 독도를 어떻게 보는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사실 일반인들도 지질학자의 암석을 보는 법을 어느 정도 이해하면 자연을 보는 즐거움 및 사랑이 보다 깊어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독도 주변의 지형

독도의 지질을 보기 전에 독도 주변의 지형부터 먼저 살펴보자. 사실 지구 표면의 모습인 지형은 지질현상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예를 들어 히말라야 산맥이나 알프스 산맥은 대륙과 대륙이 충돌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며, 가장 깊은 바다 지역에 해당되는 해구는 지구의 껍질부에 해당하는 판이 맨틀로 들어가는 곳이다. 독도 주변의 지형은 위의 예처럼 큰 규모는 아니나 나름대로 독특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2,000m의 수심을 가지는 울릉 분지가 그것인데, 이는 대륙에 붙어 있었던 일본열도가 약 2,500만년 이후 대륙에서 분리되면서 만들어진 동해 형성의 일부에 해당된다. 일본인들은 이 분지를 츠시마(대마도) 분지라고 한다. 이 분지 주변에 대마도가 보이지 않는데도 일본인들은 이런 이름을 붙였다. 이는 일본인들의 마음가짐을 나타낸다고 생각된다. 실제 동해-일본해, 울릉 분지-츠시마 분지 등 명칭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지구과학자들이 논문을 쓸 때 항상 신경 쓰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울릉분지의 북쪽 경계에 다섯 개의 일렬로 배열된 산 모양의 지형이 있다. 그 중 가장 크고 가장 왼쪽에 있는 것이 울릉도이고, 여기서 오른쪽으로 안용복 해산, 독도, 심홍택 해산, 이사부 해산 순서로 놓여 있다. 울릉도와 독도는 해수면 위로 노출되어 있는 산, 즉 섬인 반면, 해산은 해수면 아래에 있는 산을 말한다. 울릉도, 독도를 포함하여 이들 산은 해저 약 2,000m에서부터 솟아오른 고깔 모양을 가지고 있다. 독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서도의 168m로 해수면 위로 솟은 부분은 소규모이나, 바다 밑바닥에서 독도를 본다면 우뚝 솟은 높은 산으로 보일 것이다. 따라서 전체 부피는 결코 작지 않다.




독도 주변의 지질

독도는 약 500~250만 년 전에 있었던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울릉도가 만들어진 시기보다 약 200만년 앞선 셈이지만, 이들 두 화산의 암석은 유사하여 그 기원은 유사할 것으로 생각되어진다. 독도는 마그마가 조용히 분출하여 흐른 용암과 폭발적으로 분출하여 쌓인 화쇄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에서 보았듯이 독도 전체 화산체는 해저 약 2,000m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분출된 마그마양이 엄청날 것으로 추정된다. 몇 번의 마그마 분출로 이루어졌는가? 분출된 마그마의 성분은 어떻게 변해왔는가? 등에 대한 해답은 독도 화산 자체의 진화과정을 밝히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좀 더 깊이 들어가면 독도의 화산체를 만든 마그마는 맨틀의 어떤 지역이 녹았는가? 왜 그 지역이 녹았는지? 등의 보다 본질적인 문제점들이 기다리고 있다. 울릉도와 독도뿐만 아니라 나머지 해산들도 화산활동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표면의 지질현상을 설명하는 판구조론에서는 판의 경계가 아닌 내부에서 일련의 방향성을 가지는 화산들은 열점 화산활동의 결과라고 흔히 해석되는데 하와이 열도가 그 좋은 예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울릉도에서 이사부 해산까지 일련의 화산들 역시 열점 화산활동의 결과가 아닐까 라는 가설을 가지고 있다. 불행히도, 현재 자료로는 이 가설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다.




해산의 정상부 대지

이들 화산에 대하여 최근 한국해양연구원에서 조사한 보다 자세한 해저 지형도를 보면 독도, 심홍택 해산, 이사부 해산은 윗부분이 평평한 대지로 되어 있는데 이 대지의 수심은 심홍택 및 이사부 해산에서는 수심 약 300m, 독도 아래는 약 100m 내외로 보인다. 독도의 경우 수심 100m 정도의 대지 위에 솟아 오른 섬에 해당된다. 이 평평한 대지의 기원은 무엇일까? 어떤 화산의 윗부분이 넓은 면적의 평평한 대지로 되어 있다는 것은 화산작용 이외의 작용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 자세한 연구는 없지만 지구의 빙하기-간빙기 사이클과 관련되었으리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왜냐하면 현재 해수면 아래에 있는 심홍택 해산 및 이사부 해산의 경우 빙하기에는 해수면이 낮아지면서 해수면 위로 노출되어 풍화 침식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독도와 심홍택-이사부 해산의 대지의 수심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이 문제는 동해 지역 해수면 변동 및 판구조 운동의 역사와 밀접한 관계를 가졌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앞으로 심도 있게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독도의 경우 재미있는 것은 대지 형성 후 화산활동이 있어 만들어진 지형인지 혹은 화산의 가운데 부분에 해당하는 지역이 대지 형성 과정에 풍화, 침식에 강하여 남은 지형인지 등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노출된 독도의 화산활동이 약 250만 년 전이고 빙하기-간빙기 사이클 주기가 5~10만년 정도임을 고려하면 후자의 경우로 생각된다. 과학자가 자연을 사랑하는 방법은 자연을 보다 잘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한 지질학자의 독도 사랑이 어떻게 전달될까 궁금하지만 일반인의 독도 사랑, 나아가 자연의 사랑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권성택 문화재위원,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사진제공·문화재청, 한국콘텐츠진흥원(문화콘텐츠닷컴), 손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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