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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콜롬비아 소도시에서 열리는 성스럽고도 화려한 축제 - 키브도의 아시시의 산 프란시스코 축제
작성일
2018-08-31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1549

Fiesta de San Pacho en Quibdó 남미 콜롬비아 서북부 태평앙 연안에 위치한 소도시 키브도(Quibdó)는 한반도 5배 면적에 인구 4,500만 명(중남미 3위)인 콜롬비아의 낙후 지방 초코(Choco)주의 수도로 강우량이 세계 최고인 다습한 열대림에 위치한 인구 12만의 소도시이며 주민 90%가 흑인 혼혈이다. 1690년대 금광 붐이 잠시 일었으나 각광을 받지 못하였고, 그 후 열대과일 교역과 인디오촌 관광이 주업으로 자리 잡아 오늘날 중진국 정도로 발전한 콜롬비아의 타 지역에 비해 미개발된 상태이다. 매년 9월 20일부터 10월 5일까지 키브도에서 성 파초(San Pacho : 성 프란시스코, St. Francisco의 애칭) 축제가 열리는데,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재로 등재된 후 내외의 관심이 한층 높아졌다. 01, 02. 카니발 그룹 ‘comparsas’의 퍼레이드 ⓒ중남미문화원

투쟁과 헌신의 역사가 서린 축제

현지에서는 성 파초 축제(Fiesta de San Pacho)로 불리는 이 축제가 역사적, 종교적 의의를 인정받는 데에는 16~19세기 스페인 식민기에 노예상태로 끌려와 모진 사역과 압박, 착취에 시달리며 대항하고 투쟁한 아프리카인 후예들의 정체성 유지 욕구와 이들의 아픔을 쓰다듬고 동정과 구원을 베풀며 헌신한 프란시스코 수도회 신부들의 역사가 있었다. 프란시스코 수도회 설립자이며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의 수호성인으로 불리는 아시시의 성 프란시스코(San Francis de Assis, 1228년 교황 그레고리 9세에 의해 성인 시성)를 추앙하는 300년 전통의 가톨릭, 아프로(Afro)의 혼합된 문화 축제이다. 성 파초는 키브도시의 수호성인이기도 하다. 1648년 프란시스코회 신부들이 키브도시에 위치한 아트라토(Atrato)강 유역에 도착하여 엠브레아(Embreá) 부족 인디오들을 전도, 개종시킨 이래로 300년간 종교적 축제로 이어오다가 1926년부터 지금의 독특한 종교적인 카니발 축제로 바뀌었다.


종교와 예술, 놀이가 어우러진 축제

축제는 매년 9월 20일부터 시작되며 키브도(Quibdó)시 각 구역 내 12개 성당에서 미사로 시작하여 성당내 제단(Retablo)과 외각, 집집마다 발코니와 대문에 야자수, 열대 나뭇잎과 꽃, 성모상, 성 프란시스코상을 설치하고 다색 천과 색종이 등으로 화려하고 개성 있게 장식하는 데 시일을 보낸다.

10월 3일 새벽에 시 중심지의 백주년 광장(Palza Centenario)에 모여 각 교구별 ‘축제기’를 수여 받는다. 동이 트면 대성당(Catedral San Francisco de Assis) 앞 아트라토 강가에서 각 구역별로 종교적 장식을 한 배에 악대를 배치하고 수상 행렬을 하며 프란시스코 수도사들의 전래를 기념한다. 저녁이 되면 강가에서 화려한 불꽃놀이로 이어지고 술에 취해 황홀해진 카니발 행렬의 춤과 음악이 밤새 이어진다. 음악은 아프리카와 라틴(Afro-Latin) 혼합의 콜롬비아 특유의 요란스럽고 빠른 리듬의 살사와 메렝게인데 중남미 카리브의 다른 아프로 풍 음악인 룸바, 차차차, 칼립소, 맘보, 삼바, 보사노바와 차별된다. 축제 참여는 의무이고 강한 햇빛에도 파라솔 사용은 금지인데, 그 이유는 후손들에게 선대의 잘못을 감추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성 프란시스코의 축일이자 축제 이튿날인 10월 4일에는 각 성당마다 성 프란시스코의 죽음을 기념하는 엄숙한 미사(Misa Silencioso) 이후 대성당까지 장엄한 행렬로 이어지고 끝으로 본당 미사가 집전된다. 축제 마지막 날인 10월 5일은 카니발이다. 본격적인 춤과 음악, 노래로 구역별 깃발을 날리고 특징 있는 옷과, 머리장식을 차리고 행렬을 이어 가며 대성당 앞 강가에서 성대한 불꽃놀이로 막을 내린다.

성 프란시스코 밴드가 연주하는 축제음악을 치리미아(Chirimia) 음악이라 하는데 원래 치리미아라는 악기는 오보에 모양의 전통악기로 목각 또는 사탕수수에 열 개의 구멍을 뚫은 피리로 중남미 여러 나라에서 쓰이는 전통 악기인데 초코주에서 전통을 이어가며 축제에 치리미아 피리와 북, 마림바 등의 타악기, 클라리넷, 튜바 등 금관악기를 섞어 연주한다.

03. 축제 마지막 날인 10월 5일, 카니발에는 특징 있는 옷과 머리장식을 차리고 행렬을 이어간다. ⓒ유네스코 04. 성자로부터 호의를 받은 사람들은 그에게 보석 한 조각을 증정한다. ⓒ유네스코 05. 동이 트면 대성당 앞 아트라토 강가에서 각 구역별로 뗏목으로 엮은 배에 악대를 배치하고 수상 행렬을 한다. ⓒ유네스코 06. 밤에는 카니발 그룹의 연주와 관중의 코러스가 번갈아가며 이어지는 전통 파티가 열린다. ⓒ유네스코

콜롬비아와 한국의 문화교류

16~19세기 기간 유럽인들은 중남미 식민지에 커피, 바나나, 카카오, 사탕수수 등 열대성 단일작물의 재배를 위해 약 1,200만 명의 아프리카인을 노예로 신대륙에 끌고 왔으며, 콜롬비아에는 카리브를 경유하여 뒤늦게 유입되었다. 오늘날 흑인+인디오 혼혈(삼보, Sambo), 흑인+백인 혼혈(뮬라토, Mulato)은 콜롬비아 전체인구의 18% 정도이며 나머지는 백인 20%, 기타 혼혈(메스티조 Mestizo, 원주민+백인 혼혈) 60%이다.

현재 유네스코에 등재된 무형문화유산에 콜롬비아가 10종으로 세계 10위, 우리나라가 19종으로 세계 3위이다. 2012년 성 파초 축제와 우리 민요 아리랑이 같은 해에 각각 등재되었다.

한국전쟁 참전국인 콜롬비아는 지난해 오랜 내전을 종식하고 평화를 되찾았으며 산토스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 우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콜롬비아 금세공 유물 ‘엘 도라도(El Dorado)’ 기획전이 열리고 있으며 지난해 중남미문화원에서 콜롬비아 사진작가 레오 마티즈(Leo Matiz)의 전시를 가졌다. 20세기 문학의 천재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즈(Gabriel García Márquez), 독특한 양감과 유머 감각으로 유명한 화가 페르난도 보떼로(Fernando Botero) 등이 콜롬비아를 빛낸 세계적인 거장들이다.


글. 이복형(중남미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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