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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함께 나누는 혁신이야기-3차원영상진단법 활용
작성일
2005-07-06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5171

문화재와 첨단의학의 만남

문화재 조사에 ‘3차원 영상진단법’도입


부여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팀이 서울대학교 진단방사선과와 협조하여 유물에 대해 실시한‘3차원 영상진단법’은 보존처리 전에 유물의 현상을 실제에 가깝게 파악할 수 있는 획기적인 문화재 조사법으로 평가된다. 이는 향후 문화재의 조사와 분석, 그리고 보존처리 등에 아주 유용한 첨단기술 분야를 새롭게 개척하였다는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지난 5월 18일, 서울대학병원 영상진단실에서는 문화재와 첨단의학의 의미있는 첫 만남이 있었다. 공주 수촌리고분군에서 출토된 금동신발 한 켤레와 금동관모 한 점이 첨단의료장비인 ‘3차원 CT촬영기’에 들어가면서 조용히 촬영이 시작되었고, 잠시 후 컴퓨터 화면에는 금동관모의 완전한 모습이 영상으로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마치 손에 들고 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회전하면서 위, 아래, 전면과 후면의 모습이 드러났다. 물론 관모의 뒷부분과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는 흙과 돌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고, 금동으로 만들어진 관모만이 온전하게 우리 눈앞에 나타나는 마술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일반적으로 고분과 같은 유적에서 출토되는 중요금속유물은 짧으면 몇 개월에서 길면 3∼4년의 보존처리 과정을 거쳐야 그 전체적인 형태나 세부적인 문양, 내부상태 등을 알 수 있다. 이번에 진단한 금동신발과 관모 역시 최소 2∼3년의 처리과정이 필요하며, 보존처리가 완료되더라도 원상을 회복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다. 또한 금동신발 내부에서 고분 피장자의 발뼈가 확인되어, 발뼈의 보존처리나 분석까지 고려하면 유물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이에 부여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팀이 서울대학교 진단방사선과와 협조하여 유물에 대해 실시한 ‘3차원 영상진단법’은 보존처리 전에 유물의 현상을 실제에 가깝게 파악할 수 있는 획기적인 문화재 조사법으로 평가된다. 이는 향후 문화재의 조사와 분석, 그리고 보존처리 등에 아주 유용한 첨단기술 분야를 새롭게 개척하였다는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3차원 영상진단이란?
‘3차원 영상진단’은 크게 두 가지 첨단기술이 접목된 최신 IT분야의 산물이다. 하나는 0.5초당 16장의 단면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16채널 다중검출기 CT이며, 다른 하나는 CT를 통해 생성된 수많은 단면영상을 3차원 입체영상으로 재구성하는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특히 CT는 물질별로 다른 X선 흡수율을 감지하기 때문에 필요한 물질이나 부분의 단면영상만을 선별적으로 얻을 수 있고,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흙과 돌에 덮여 있어 육안으로는 확인이 힘든 금동신발에서 금동부분이나 발가락뼈만의 영상을 구분해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3차원 입체영상 생성 프로그램이 결합되면, 수백에서 수천 장의 단면영상들이 입체적인 모습으로 재구성되어 마치 투시한 듯 진단할 수 있게 된다.
   기존의 ‘X선 투과사진법’은 유물의 내부상황 등을 볼 수 있다는 장점으로 문화재 조사에 이용되었으나, 이번 금동신발과 같이 여러 가지 재질이 엉켜 있거나 흙과 돌에 눌려 있을 경우 유물의 정확한 형태 등을 파악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결국 ‘3차원 영상진단’은 이러한 ‘X선 투과사진법’의 단점을 보완하는 진일보한 방법이며, 특히 복합재질이거나 훼손이 심하여 원래 상태로의 복원이 어려운 중요유물의 조사를 위해서는 획기적인 진단법이라고 할 수 있다.
   ‘3차원 영상진단법’이 문화재 조사에 활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발전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본격적으로 문화재를 진단하기 위해 장비를 개조하고, 유물의 문양을 포함한 세부적인 현상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보완, 전문 오퍼레이터를 양성하는 등의 노력이 이루어진다면, 현재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입체영상기술의 발전속도를 감안할 때 훨씬 완성도 높은 문화재 진단법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영상편집
<영상편집>



새로운 문화재 진단법의 도입과정
지난 4월 공주 수촌리고분군(사적 제460호) Ⅱ-3호분에서 출토된 금동신발 보존처리에 착수하여 사전조사로 X-선 촬영을 실시한 결과, 뜻밖에도 왼쪽 신발 내부에 고분 피장자의 발가락뼈가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출토된 20여 점의 금동신발 중 내부에서 발뼈가 나온 예가 없으며, 수촌리 유적에서도 처음 확인되는 인골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사실로 여겨졌다. 우선 병원에서 X-선 촬영과 CT 촬영을 하면서 의사의 자문을 받은 결과, 남아 있는 뼈가 중족골(발가락과 뒤꿈치뼈 사이의 중간 발뼈)과 뒤꿈치뼈이며, 부식이 매우 심하게 진행되었음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금동신발 또한 금속심이 완전히 부식되어 있었고, 바닥판과 측면판이 눌려 있었기 때문에 이후 보존처리를 진행하기 위한 판단이 쉽지 않았다.
   이에 보존과학팀은 발가락뼈의 분석과 금동신발의 보존처리 방법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자 5월 초 서울대학교 법의학교실에 재직 중인 이정빈 교수 등 4명의 자문위원을 초빙하여 회의를 가졌다. 그 과정에서 이정빈 교수는 발뼈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선결문제이며, 이를 위해 올 3월 서울대학교 병원에 국내 최초로 개설된 ‘3차원 영상진단실’에서 유물에 대한 진단을 시도해 보자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자문회의 결과에 따라 5월 18일, 서울대학병원 3차원 영상진단실에서 금동신발 등에 대한 촬영이 시작된 것이다.
   결국 보존처리 요원들의 세밀한 X-선 촬영사진 판독, 발가락뼈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한 보존과학팀의 노력,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조언, 거기에 올 3월 국내 처음으로 서울대병원에 3차원 영상진단실이 개설되었고, 당시 참석했던 교수가 자문위원으로 초빙되었다는 약간의 우연이 어우러져 이러한 성과를 얻은 것이다.

학제간 연구의 중요성 일깨워
매장문화재를 발굴해내고 연구하는 고고학은 19세기에 들어서야 비로소 학문으로 자리잡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지질학과 같은 다양한 인접학문의 방법론을 도입하였다. 특히 고고학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과 같은 연대측정법이나 유물에 대한 각종 분석방법들은 자연과학의 발전에 힘입은 바 크다. 이러한 사정은 문화재 보존처리 분야 또한 마찬가지여서, 본래 다른 목적으로 개발되었던 장비들이 문화재 보존에 활용되고 있으며, 화학이나 물리학 등의 분야가 보존처리 방법 개선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금번 문화재 조사에 ‘3차원 영상진단법’을 도입하게 된 것도 결국 이러한 학제간 연구 또는 교류의 성과이며, 이러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빠르게 변화·발전하는 다른 학문 분야에도 눈과 귀,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생명과학기술은 세계 최초로 배아줄기세포 복제에 의해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 수천 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문화재를 소중히 보존하고 연구하여 후손에게 물려줄 의무를 지니고 있는 우리가 인접학문과의 끊임없는 교류를 통해 새로운 기술과 방법을 접목시키려는 노력을 지속한다면, 문화재 분야에서도 혁명적인 발전이 가능하리라는 기대를 가지게 된다.

신종국 /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3차원 CT촬영 모습
<3차원 CT촬영 모습>

이달의 혁신인물-
“문화재 조사에 3차원 영상진단법 도입”


기존의 X선 촬영은 유물의 평면상태만을 확인하는 데 그쳐 훼손이 심한 매장문화재의 경우 전체적인 형태와 내부상태를 정확하게 살펴보기 어려운 문제점을 파악, 공주 수촌리고분군에서 출토된 금동신발, 금동관모를 서울대 법의학 교수의 자문을 받아 최신의학기술인 3차원 영상진단법으로 확인검증을 실시하였다.
이는 유물의 존재여부 및 위치에 대한 정확하고 종합적인 진단으로 보존처리 시 유물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법이다. 향후 유물 보존처리 방향 설정과 고고학적 발굴조사를 통해 출토되는 매장문화재의 분석에 있어 새로운 지평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김진영, 김성범, 나미선, 신종국 (좌측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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