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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야생동물의 천국, 탄자니아 세렝게티 국립공원
작성일
2012-10-10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6165




끝없는 초원 위의 야생의 세계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초원, 드문드문 우산을 펼쳐 놓은 듯 아카시아 나무들이 점점이 박혀 있다.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바오밥 나무도 뿌리째 뽑혀 거꾸로 박힌 듯이 서 있다. 작렬하는 태양,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얼룩말, 누, 톰슨가젤들 그리고 고요함. 한 곳에서 사르르사르르 풀들이 쓸리는 소리가 난다. 어디선가 사자가 나타났다. 귀가 밝은 얼룩말이 먼저 눈치를 채고 달음박질을 친다. 이어 누도 달린다. 맹렬한 기세로 달리던 사자가 얼룩말 한 마리의 목덜미를 물고 멈춰 섰다. 곧 사자가족의 식사가 시작된다. 어느 정도 배를 채운 사자들 주변엔 어느새 서너 마리의 하이에나와 독수리들이 몰려와 호시탐탐 식사 기회를 노리고 있다.

뒤이어 하이에나와 독수리들이 우루루 몰려든다. 사자가 남겨둔 얼룩말 고기를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몸통의 고기는 하이에나가 먹고, 뼈 사이사이에 붙은 고기는 독수리가 쪼아 먹는다. 하이에나나 독수리가 다른 동물이 사냥한 죽은 고기나 썩은 시체를 먹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이들은 초원을 깨끗하게 만드는 ‘초원의 청소부’이다.

이런 세렝게티에서는 인간의 존재 자체가 의미가 없다.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만이 수백만 년 동안 공정하게 이어져 온 이 야생의 세계는 198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

먹이를 찾아 떠나는 대이동

세렝게티가 유명한 것은 갖가지 야생동물들을 가공하지 않은 자연의 상태로 볼 수 있다는 것뿐만이 아니다. 세렝게티의 진면목은 해마다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동물들의 대이동에 있다. 신선한 풀과 마실 물을 찾아 짧게는 800km에서 길게는 2500km까지 이동하는 대장정이다. 이것은 생존을 위한 본능이다.

특히 대표적인 초식 동물인 누와 얼룩말 떼의 이동이 가장 전형적이다. 얼룩말과 누는 세렝게티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이다. 이들은 항상 같이 다닌다. 포식자로부터 서로를 지켜주는 수호천사이기 때문이다. 시각이 뛰어난 얼룩말은 풀을 뜯을 때 항상 보초를 세워 포식자의 등장을 재빨리 알려 준다. 냄새를 잘 맡는 누는 물웅덩이를 잘 찾아내 안내한다. 게다가 이들은 함께 다녀도 먹는 풀이 서로 달라 경쟁할 필요가 없다. 백만 마리가 넘는 얼룩말과 누가 이동하는 모습은 가슴을 울리는 감동을 자아낸다.



건기와 우기가 뚜렷한 기후

세렝게티에서 나타나는 기후를 사바나라고 한다. 사바나란 ‘나무가 없는 평야’란 뜻의 스페인어에서 온 말이다. 세렝게티는 열대기후이다. 그러나 우기와 건기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긴 건기 동안에는 풀이 누렇게 마르고 드문드문 자라던 나무의 잎까지도 말라버린다. 풀들이 말라 먹을거리가 부족해지고 물웅덩이마저 사라지면 동물들은 새로운 먹이를 찾아 대장정을 시작한다.

지도를 보면 세렝게티는 적도 바로 아래 위치한다. 태양이 남회귀선 언저리에 머무는 12월~2월이 세렝게티의 여름이고 우기이다. 우기라고 해도 하루 종일 비가 오는 것이 아니다. 햇빛이 쨍쨍하다가도 금방 양동이로 쏟아 붓듯이 비가 쏟아진다. 이런 날벼락 같은 소나기는 천둥과 번개를 동반하며 우기 내내 시시때때로 계속된다. 이 비가 초식 동물의 먹이가 되는 풀들을 자라게 하고 나뭇잎을 키우며 물웅덩이를 마르지 않게 한다.

태양이 다시 적도를 지나 북회귀선 언저리로 이동하면서 비도 같이 몰고 간다. 세렝게티는 적도 저압대의 영향에서 서서히 벗어나면서 남쪽으로 물러나 있던 중위도 고압대의 영향권에 든다. 이때부터 세렝게티는 기나긴 건기에 접어든다. 이러한 대기 대순환에 따라 세렝게티의 건기는 남쪽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가고, 우기는 북쪽에서 시작해 남쪽으로 내려온다.



동아프리카 지구대를 따라 이동

세렝게티는 세계에서 가장 긴 단층 지대를 이루는 동아프리카 지구대에 발달한 평원이다. 처음엔 서로 붙어 있던 아프리카 판과 아라비아 판이 약 1억 년 전부터 세 개의 판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미 아프리카 판에서 아라비아 판이 떨어져 나가면서 홍해가 생겼다. 지금은 아프리카 판에서 아프리카-소말리아 판이 갈라지고 있는 중이다. 동아프리카 지구대는 이스라엘의 사해로부터 시작하여 홍해를 거쳐 동아프리카를 종단하여 잠베지 강까지 이어지는 긴 협곡 지대를 이루고 있다. 이 지구대를 따라 아프리카 대륙이 1년에 3mm정도 동서로 갈라지고 있다. 앞으로 약 천만 년 후에는 아프리카 대륙이 둘로 나뉘어질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현재 지구대를 따라 점점이 이어지고 있는 호수들은 바다로 변할 것이다. 세렝게티의 남동쪽에 있는 킬리만자로 산은 동아프리카 지구대의 활발한 지각 활동으로 형성된 화산이다. 이 지구대의 화랑 지대를 따라 세렝게티의 동물들이 대이동을 하는 것이다.

해마다 12월~5월의 우기 동안에는 세렝게티 국립공원 안에 풀이 풍부하기 때문에 동물들은 공원의 남동쪽에서 풀을 뜯고 산다. 우기가 끝나는 6월 초가 되면 수백 만 마리의 초식 동물의 무리가 공원의 남동쪽에서 북서부의 빅토리아 호수 방향으로 올라가고, 다시 북쪽의 탄자니아와 케냐의 국경 너머에 있는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의 초원으로 이동한다. 이들은 세렝게티의 건기가 끝나는 11월에 처음 시작했던 남동부 평원으로 되돌아온다. 시계 방향으로 원을 그리며 이동을 하는 셈이다. 단순한 왕복 이동이 아니라 원을 그리며 이동하는 것은 1년 내내 풍부한 물과 풀을 먹기 위해서이다.



글·엄정훈 서울과학고등학교 지리교사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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