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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민들의 영양보양식 추어탕
작성일
2013-12-03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7924

기원전의 중국의 문헌을 보면 채소가 들어간 고깃국을 갱羹, 채소가 들어가지 않은 고기만의 국을 학 이라 하였으며 또 국은 탕湯이라고도 하였다.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정조지鼎俎志음청지류에‘탕이란 향기 나는 약용식물을 뜨거운 물에 달여서 마시는 음료’라 하였으며,『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약이성 재료를 뜨거운 물에 달여서 질병 또는 보강제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1844년경 이재의『사례편람四禮便覽』에는‘갱이란 본디 고깃국
이고, 채갱菜羹이 채소 국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탕에다 어육을 쓰고 있으니 탕은 음료가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하며 국이 되기도 한다.’라 하여
이는 우리 음식이 곧 약식동원藥食同源정신의 발로라고 볼 수 있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갱羹, 학 , 탕湯을 국이라 부르며 국의 여러
종류와 같이 다양한 종류의 재료를 사용하여 그 지방의 특색에 맞는 조리법으로 발달하여 온 우리 고유 음식의 하나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미꾸라지의 특징 및 효능

미꾸라지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1123년(인종1)경 예종의 조의를 위해 고려를 방문한 북송의 사신 서긍이 쓴『고려도경高麗圖經』제23권 잡속2(漁)부분에 나오는데‘귀인은 육고기(양, 돼지)를 먹고 가난한 백성은 해산물을 많이 먹는다.'고 했다.

미꾸라지, 전복, 조개, 진주조개, 왕새우 등은 귀천이 없이 먹는다.’고했다. 미꾸라지는 잉어목에 속하는 민물고기로 연못, 논, 도랑 등 물의 흐름이 약한 곳에서 서식한다. 진흙 속의 유기물을 먹고 자라며 초여름에 산란을 하고 다 자란 미꾸라지의 길이는 20cm 안팎이 된다. 예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탕이나 숙회로 식용해 온 친근한 물고기로 특히 가을에 제 맛이 난다고하여 추어秋魚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미꾸라지를 한문으로 추鰍라 하는데, 이는 물고기를 의미하는‘어魚’와 미꾸라지가 우는 소리인‘추秋’를 서로 합성한 의성어이다. 한편 가을(秋)에 먹는 미꾸라지가 통통하고 맛이 좋기 때문에 붙여졌다는 주장도 있다. 그리고 미꾸라지를 니추泥鰍라고도 하는데 이는 진흙(泥)에 사는미꾸라지(鰍)라는 의미로 만들어진 말이다.

또한『본초강목本草綱目』에 의하면‘미꾸라지를 추어 라고도 하는데, 미꾸라지의 성품이 뛰어나게(酋: 두목 추) 튼튼하고 잘 움직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리고 미꾸라지가 진흙을 찾는 습성(習)이 있기 때문에 습 이라고도 한다.’라고 정리하고 있다. 이시진李時珍은 미꾸라지의 효능에 대해‘속을 따뜻하게 하고 기를 북돋워 준다. 술에 취한 것을 깨도록 하며 소갈消渴을 풀어준다.’라고 했으며,『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미꾸라지(鰍魚)는 따뜻한 성질이 있으며 단맛이 나고 무독하다. 속을 보補하며 설사를 그치게 한다. 형체가 작아 항상 진흙 속에 산다. 추어鰍魚라고도 한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한편 서유구 는‘미꾸라지는 진흙속의 구멍에 산다. 맑은 물에 미꾸라지를 넣으면 진흙과 탁한 것을 다 토한다. 그런 다음 국이나 탕으로 미꾸라지를 끓여 먹으면 색다른 맛을 즐길수있다.’라고 했다. 진흙을 좋아하고 흙탕물을 좋아하는 미꾸라지의 속성 때문에 못된 사람이 악한 일을 하는 경우를 일러‘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려놓는다.’는 속담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이는 탁한 물을 좋아하는 미꾸라지가 온갖 구석구석 쑤시고 다니는 형상을 의미하기도 한다.

01. 미꾸라지숙회. 예부터 우리 민족은 미꾸라지를 탕이나 숙회로 식용해 왔다.
02. 경상도식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삶아 풋배추, 고사리, 토란대, 숙주나물, 파, 마늘, 홍고추, 풋고추를 넣어 끓인 다음 불을 끄고 방아잎을 넣고 먹을 때 초핏가루를 넣는다.

서민적인 음식

농촌에서는 추분秋分이 지나고 찬바람이 돌기 시작하면 논에서 물을 빼주고 논 둘레에 도랑을 파는데 이를‘도구 친다’고 한다. 도구 치면 진흙 속에서 겨울잠을 자려고 논바닥으로 파고들어간 살찐 미꾸라지를 잔뜩 잡을 수 있다. 이것으로 국을 끓여서 동네잔치를 여는데 이를‘갚음 턱’또는‘상치尙齒마당’이라고 한다. 마을 어른들께 감사의 표시로 미꾸라지국을 대접하는 것이다.‘상치’는 노인을 숭상한다는 뜻이다. 어렵게 살다보면 마을 어른들로부터 많은 덕을 보고사는데, 그 덕에 보은하는 뜻에서 베푼 잔치이기에‘갚음 턱’이라고 하였을 것이다.

추어탕은 이렇게 서민적인 음식이었다. 조선시대 기록에서 추어탕에 대한 언급을 찾을 수 없는 데 대해서는‘너무나 서민적인 음식이기에 기록에서 소외됐다’고 쓰고 있다. 특히 예전부터 여름철 더위와 일에 지친 농촌 사람들에게 요긴한 동물성 단백질 급원이었으며 무기질과 비타민도 풍부하다.

추어탕은 지역에 따라서 끓이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경상도식은 미꾸라지를 삶아 으깨어 데친 풋배추, 고사리, 토란대, 숙주나물, 파, 마늘을 넣고 끓이다가 나중에 홍고추, 풋고추를 넣어 끓인 다음 불을 끄고 방아잎을 넣고 먹을 때 초핏가루(산초)를 넣는다. 전라도식은 경상도처럼 미꾸라지는 삶아서 끓이지만 된장과 들깨즙을 넣어 걸쭉하게 끓이다가 초핏가루를 넣어 매운맛을 낸다. 서울에서는 곱창이나 사골을 삶아 낸 국물에 두부, 버섯, 호박, 파, 마늘 등을 넣어 끓이다가 고춧가루를 풀고 통째로 삶아 놓은 미꾸라지를 넣어 끓인다.

03. 미꾸라지 튀김. 미꾸라지는 추어탕 재료로 유명하지만 튀김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04. 산초가루. 미꾸라지는 특유의 흙냄새와 비린내를 품고 있는 민물고기로 이러한 냄새를 없애기 위해 산초를 넣어 먹는다

어린이와 수험생에게 좋은 추어탕

미꾸라지는 보양식 또는 강장식으로 알려져 있다. 한 여름에도 감기를 앓고 코가 늘 막혀 있는 아이들에겐 추어탕이 특효이다. 여름에 감기를 자주 앓은 아이는 대개 저항력이나 면역성이 떨어져 쉽게 감염되기 때문인데, 추어탕은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미꾸라지와 막힌 코를 뚫어 주는 역할을 하는 산초를 가미하기 때문에 몸이 허약한 아이들에게 건강식으로 매우 좋다. 단백질 중 필수아미노산이 반 정도 되고 성장기 어린이나 노인에게 아주 중요한 라이신이 풍부하다.

또한 책상에 엎드려 공부하는 수험생에게는 추어탕이 최고의 보약이 될 수 있다. 추어탕은 흔히 뼈를 갈아먹거나 통째로 미꾸라지를 넣기 때문에 칼슘의 섭취에 매우 좋으며 양기를 올리는 추어탕을 먹으면 열이 나기 때문에 예전부터 몸보신용으로 즐겨먹었다. 또 타우린이 들어있어 간장을 보호하고 혈압을 내리며 시력을 보호하는 작용도 한다.

흙탕물 속에서 자라는 미꾸라지는 특유의 흙냄새와 비린내를 품고있는 민물고기로 이러한 냄새를 없애기 위해 산초를 넣어 먹는데 산초의 강한 맛과 향으로 인해 미꾸라지 특유의 잡냄새가 사라지고 소화흡수도 좋아지며 코가 막힌 비염에 좋은 효과가 있다.

05.『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추어탕을 약이성 재료를 뜨거운 물에 달여서 질병 또는 보강제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06.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넣고 얼큰하게 끓인 국으로, 미꾸라지를 완전히 삶아서 보이지 않도록 으깨서 만드는 법과 산 미꾸라지를 통째로 끓이는 법 두 가지가 있다.

별미중의 별미 추두부

미꾸라지는 속을 파고 들어가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만들어진 음식중 하나가 미꾸라지 두부숙회, 또는 추두부鰍豆腐라 한다.『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추두부탕鰍豆腐湯으로 소개되어 있는데,‘시냇물의 진흙 모래 사이에 있는 미꾸라지를 잡은 다음 항아리에 물을 채운다. 하루 세 번씩 물을 갈아주며 5~6일이 지나면 진흙을 모두 토해낸다. 항아리 물속에 진흙이 없는 것을 확인한 다음 별도로 큰 두부 몇 개를 준비한다. 솥에 물을 붓고 두부를 넣은 다음 미꾸라지 50~60마리를 잡아 솥에 넣어둔다. 솥 밑에 불을 때면 물이 점차 따뜻해진다. 많은 미꾸라지가 열기를 피하려 두부 속으로 파고 들어간다. 불을 계속 때면 물이 끓고 미꾸라지가 삶아진다. 이것을 꺼내 납작하게 자르면 미꾸라지가 그 사이사이에 끼여 있다. 참기름(香油)에 지져 두부 조각이 익으면 메밀가루, 계란과 함께 지진다. 이들을 서로 섞어 탕을 만들면 그 맛이 극도로 좋다. 이 탕이 요즘 서울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성행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와 같은 기록을 보면 미꾸라지와 두부를 같이 먹는 새로운 음식문화를 조선 말 경에 서울을 중심으로 즐겼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같이 예전부터 미꾸라지가 자생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꾸라지에 대한 속담과 얽힌 이야기가 많다. 특히‘미꾸라지가 용이 되었다.’라는 속담은 미천한 사람이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성공한 경우에 사용된다. 또한 아무것도 아닌 일을 해 놓고 무슨 큰일처럼 허세를 부리며 큰소리치거나 못난 사람이 잘난 체함을 일컫는 말로‘미꾸라지국 먹고 용트림한다.’라고 한다. 이러한 속담으로 미루어 보면 미꾸라지는 오래 전부터 우리 선조와 함께 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글. 김정숙 (한국문화연구가) 사진. 한국민족문화대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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