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트위터 페이스북
제목
전통과 현대가 빚어낸 손끝의 미학.
작성일
2016-03-03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3241

 전통과 현대가 빚어낸 손끝의 미학 공예의 무한 변주 ‘2015 결結 프로젝트’ 서로 다른 미학의 시선을 갖고 마주한 전통과 현대의 어울림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선보였다. 이수자 전승활동 지원을 위해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이 주최하고 한국문화재재단이 주관한 ‘결結 프로젝트’는 어느덧 세 번째 전시를 마치며, 한층 완성도 높은 결실을 맺었다. 이번 전시 디렉션을 맡은 서울대학교 민복기 교수와 3년간 결結 프로젝트를 함께한 중요무형문화재 제22호 매듭장 이수자 박형민 씨를 통해, 한계에 도전했던 시간들의 발자취를 듣고자 한다.

01. <마음 心> 장승천(중요무형문화재 제106호 각자장 이수자) & 오세린 디자이너 02. <무제> 정운복(중요무형문화재 제108호 목조각장 이수자) & 조성호 디자이너 03. <향수병> 정윤숙(중요무형문화재 제60호 장도장 이수자) & 김연경 디자이너

 

소통의 깊이, 작품의 완성도로 이어지다

박형민 : ‘결結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했던 3년 전만 해도 ‘어떻게’란 실질적인 물음에 대해서는 답을 찾기 어려웠어요. 방향성은 있으나, 구체적인 시스템 및 방법에 대해서는 논의가 부족했던때죠. 하지만 매회를 거듭하며, 전통과 현대의 콜라보에 얽힌 난제들이 조금씩 답을 찾아갔던 것 같아요. 이번 ‘2015 결結 프로젝트’는 특히나 이수자와 현대 디자이너 간의 소통에 있어서 좋은 결실을 맺었다고 봅니다. 저 또한 이번 작업부터는 디자인을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보다 먼저 우리의 전통 매듭을 보여주고, 디자이너가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마음먹었더니 만족스런 결과물은 따라와 주더라고요.

민복기 : 약 7개월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전통 이수자와 현대 디자이너가 최소 3회의 만남을 가질 것을 권장했는데, 박형민 이수자와 황희진 디자이너는 수시로 연락하며 전통과 현대의 간극을 좁히고,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소통의 좋은 본보기였죠.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프로젝트의 영순위는 ‘관계’였습니다. 현대 디자이너들에게 이수자와의 작업이 협업임을 잊지 않아야 하며, 전통 이수자들을 섬기는 ‘낮은 자세’로 임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또한 전시가 끝나고도 이수자가 독립적으로 제품을 양산할 수 있도록 필요한 업체 및 프로세스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공유할 것을 부탁했어요. 이수자의 전승활동을 지원하고자 한 사업의 기본 취지에 충실하고자 노력했죠.

박형민 : 이수자들의 경우,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어 직접 공방을 찾아와야 했던 디자이너들에겐 고충이었을 것 같아요. 디자이너는 공방에서 전통 작품이 제작되는 과정을 보고, 잠깐이나마 기술을 배우며 전통공예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죠. 이수자들 또한 디자이너들의 현대적 감각을 이해하기 위해 그들의 전시가 있을 경우 직접 찾아가 서로를 알아가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04. <색동을 담은 매듭목걸이> 박선희(중요무형문화재 제22호 매듭장 이수자) & 신혜림 디자이너 05. <브로치> 박순덕(중요무형문화재 제103호 완초장 이수자) & 김연경 디자이너 06. <눈꽃> 박형민(중요무형문화재 제22호 매듭장 이수자) & 황희진 디자이너

 

민복기 : 7개월 간의 작업 기간 중 가장 중요한 단계였죠. 소재를 선택하고 서로의 작업을 이해하며 디자인 수정이 들어가는데 약 5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실제 작품을 완성하는 데는 한두 달밖에 없다 보니 이수자의 작업 시간은 매번 빠듯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교육자에서 이수자, 보유자로 가는 큰 틀의 길뿐만 아니라 스스로 창조하고 생산해내는데 비전을 발견했던 값진 도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박형민 : 맞습니다. 현대와 전통 어디에 비중을 더 뒀는지에 대한 것보다 좋은 경험과 기회를 통해 작품을 알릴 수 있었다는 데 의미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민복기 : 디자이너와 이수자가 생각하는 미학의 입장은 다를 수 있지만 현대 디자이너는 전통을 접하고, 이수자는 당대의 미학과 기술을 경험하며 서로가 배우고 존중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07. <인연생> 이명애(중요무형문화재 제80호 자수장 이수자) & 오세린 디자이너 08. <쪽빛 노리개 스카프> 최경자(중요무형문화재 제115호 염색장 이수자) & 이정화 디자이너

 

일회성 전시를 넘어, 대중에게 사랑받는 ‘문화상품’으로

민복기 : 이번 전시 작품들이 판매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다는 것은 디렉터로서 보람된 결과였습니다. 전통 작품에 대한 경험치가 없는 대중들에게 소비의 진입장벽은 높습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수 있는 해외의 명품은 높은 가격이라도 신뢰를 가지고 구입합니다. 이수자분들께서 우리의 공예품이 그러한 브랜드 가치를 쌓아가는 단계라고 생각하고 먼저 공예품을 소비자가 경험할 수 있도록 다가가자는데 공감해주셨습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03호 완초장 이수자 박순덕 씨와 김연경 디자이너가 선보인 왕골 소재의 브로치는 전통과 현대의 콜라보레이션 디자인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입니다. 이에 더불어 대중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가격을 책정했던 것도 의미 있는 시도였습니다. 이수자는 왕골이란 소재가 장신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현대 디자이너는 우리 공예가 가진 기술과 재료의 활용에 대해 배우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리고 대중들은 자신들의 일상 속으로 전통을 편안하게 받아 들이게 됐죠.

박형민 : 해보지 않았던 작업 앞에서 이수자들은 난감하기도 하고, 낯선 과정 속에서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칩니다. 하지만 작품이 대중의 호응으로 이어졌을 때 ‘할 수 있는 거였다’란 스스로에 대한 놀라움과 새로운 것에 도전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상품 판매는 경제적 문제를 넘어 이수자에게는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환기이자 동기부여의 기회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민복기 : 작품이 판매로 이어지고, 이것이 장기적인 양산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전시 현장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예산의 40% 가량이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전시공간이란 점을 주목했습니다. ‘자연과의 조화와 공존’이 스며있는 전통공예의 정신과도 맞지 않죠. 그래서 재활용할 수 있는 조립식 전시구조를 고안했고, 이를 현실로 구현했습니다. 조립식이기 때문에 이수자들의 개인 전시는 물론 해외전시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포장이나 패키지 디자인을 통해 상품성을 높이는 작업도 이뤄졌습니다.

09. <색동을 담은 누비 장신구> 유선희(중요무형문화재 제107호 누비장 이수자) & 신혜림 디자이너 10. <Sense> 윤정숙(중요무형문화재 제80호 자수장 이수자) & 황희진 디자이너 11. <불화조각 브로치> 임경미(중요무형문화재 제118호 불화장 이수자) & 이정화 디자이너

 

박형민 :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착용할 수 있도록 체험 기회를 마련했던 것이 중요했던 것 같아요. 다양한 착용 컷도 장신구를 빛낼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였습니다.

민복기 : 이번 전시에서 예상치 못한 성과도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목조각장 이수자 정운복 씨와 조성호 디자이너가 선보인 작품은 파격적이라 판매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의견이 갈리기도 했는데 현장에서 완판되며, 이수자와 디자이너 모두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물했습니다. 정운복 씨는 재차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주문이 들어오면 온종일 꼬박 앉아서라도 ‘하루 안에 완성할 수 있다’고 전해 가슴이 찡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간절했던 것이지요. 그 외에도 장도장 이수자가 완성한 향수병은 앞으로 전통 공예가 코스메틱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여는 첫걸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박형민 :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자신이 이수하고 있는 전통 기술이 가진 숨은 가치를 발굴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으면 합니다. 앞으로 더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문화상품으로 좋은 결실을 맺기 위해서 참여자들 간의 소통과 배려, 양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2016년의 콜라보레이션은 더욱 기대되네요.

 

글‧최용미

만족도조사
유용한 정보가 되셨나요?
만족도조사선택 확인
메뉴담당자 : 대변인실
페이지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