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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불을 끄는 ‘조선의 소방관’
작성일
2023-10-31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672

불을 끄는 ‘조선의 소방관’ 소방관은 불을 진압하거나 화재를 예방하는 데 종사하며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을 보호하는 것을 직무로 한다. 옛날에도 화재 예방과 불을 끄는 임무를 맡은 직업이 있었으니 바로 멸화군이다.

기록은 미미하나 불을 없애는 군인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한 이들

옛날에는 집의 주재료가 불에 잘 타는 나무와 짚이라서 화재에 취약했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화재에 관련한 기록이 1,000건이 넘을 만큼 조선시대에 화재가 빈번했다. 1426년(세종 8) 2월 15일 조선의 수도인 한양에서 큰불이 났다. 한양의 중부·남부·동부가 화마에 휩쓸려 민가 2,170채와 행랑채 106칸이 불타 버렸다. 그 당시 세종은 강원도 횡성으로 군사 훈련을 겸한 사냥을 떠나 한양에 없었다. 급히 한양으로 돌아온 그는 화재를 당한 백성들을 구제하고 도성의 화재 예방을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성안에 있는 집들 사이에 담장을 높이 쌓아 불이 나면 옮겨붙지 않도록 하라. 성안에는 도로를 넓게 닦아 사방으로 통행할 수 있도록 하라. 또한 불이 번지지 않게 다닥다닥 붙은 민가는 철거하고, 다섯 집마다 하나씩 웅덩이를 파서 화재에 대비하라.’


세종은 화재에 대비해 소방서인 금화도감을 종루 옆에 세웠다. 금화도감에서는 관원이 교대로 종루 위에 올라가 밤낮없이 성안을 살펴보도록 했다. 그래서 불이 나면 종루의 종을 쳐서 그 사실을 알리도록 했다. 금화도감 안에는 소방관인 ‘멸화군’이 있었다. 멸화군은 진화 작업을 맡은 소방대원과 물을 길어오는 노비인 급수비자로 이뤄졌다. 소방대원들은 한양으로 올라와 복무하는 군인들이었다. 처음에는 정원이 50명이었다가 1619년(광해군 11)에는 30명으로 줄어들었다. 멸화군은 도끼 20개, 쇠갈고리 15개, 삼끈으로 엮은 동아줄 5개가 지급됐다. 이들은 24시간 대기하고 있다가 불이 나면 화재 현장으로 달려가 재빨리 불을 끄는 일을 했다. 멸화군은 불을 끄러 왔다는 표식인 신패를 차고, 모든 소방대원이 함께 화재 현장으로 출동했다. 그러고는 급수비자가 떠오는 물로 불을 껐다.


또한 불이 다른 건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긴급 조치를 취했다. 동아줄과 긴 사다리로 지붕으로 올라간 뒤 쇠갈고리로 지붕의 기와나 짚을 걷어내고, 도끼로 기둥을 찍어 불이 난 집을 무너뜨린 것이다. 그리고 화재 현장에 깃발을 높이 세워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게 했으며, 화재 진압 중에는 계속 종소리를 울렸다. 멸화군은 불을 끄는 일뿐만 아니라 화재에 대비하는 일도 했다. 평상시에는 종루에서 화재를 감시하거나,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방울을 흔들며 야간 순찰을 하고 방화벽 설치, 화재 진압 도구 준비 등 화재 예방 활동을 했다.


아쉽게도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역사서에는 멸화군의 구체적인 활약상과 그들의 삶이 기록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멸화군은 ‘불을 없애는 군인’이란 이름 그대로 직무에 충실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세종 때 창설된 금화도감은 한성부에 편입되었다가 1481년(성종 12) 수성금화사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런데 멸화군의 화재 예방 활동으로 화재가 줄어들어서인지, 1637년(인조 15) 쓸데없는 조직이라 하여 없애면서 멸화군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멸화군은 크고 작은 화재가 잦았던 조선시대에 화재의 예방과 진압에 힘씀으로써 백성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었다. 이들이야말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활동했던 ‘조선의 소방관’이었다.


00.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실록』 「중종편」(중종 38년) 1월 7일자에는 밤 삼경에 세자가 머무는 동궁에 불이 나자, “대궐 안에 불을 끄는 기구가 없어 건춘문을 열고 금화사를 들여보내 불을 끄게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금화사는 수성금화사로, 거기에 소속된 멸화군이 출동해 승화당을 철거함으로써 왕과 왕비가 머무는 강녕전으로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문화재청


글. 신현배(역사 칼럼니스트, 아동문학가) 일러스트. 박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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