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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사랑

제목
제주도 세계자연유산 등재 인류의 유산으로서 새로운 보전 과제 안아
작성일
2007-08-02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3472

 hspace=3 src=우리나라는 1995년에 첫 세계유산 등재를 시작한 이래 종묘, 수원화성 등 8건의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자연유산은 이번 제주도가 처음이다. 각 유산의 진정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유산과 달리 자연유산의 경우 객관적 비교가 가능하다는 점과 전 세계적으로 고유해야 한다는 등 그 요건을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아 자연유산 등재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제주도 이전에 자연유산 등재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1995년, 설악산 천연보호구역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고자 신청한 전례가 있었다. 그러나 보호지역 지정으로 인한 규제 때문에 피해의식이 많았던 설악산 지역 주민들은 설악산 천연보호구역의 세계유산 등재를 조금도 원하지 않았다. 실사단이 설악산을 찾았을 때 일부 주민들은 시위를 하며 강하게 반발하였고, 결국 우리나라는 등재 신청을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당시 우리나라의 환경보전 의식이 지금처럼 성숙하지 않았던 측면도 있으나, 지역 주민과 협의 없이 유산 등재를 시도한 데에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설악산 사례는 세계유산 등재 신청 및 관리에 주민 참여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여전히 거론되고 있다.

제주도가 자연유산에 등재된 것은 전 국민이 함께 기뻐할 일이다. 세계유산은 우리나라에서만 보존되고 전승되어야 할 유산이 아니라, 온 인류가 소중히 여기고 후세에 물려주어야 할 귀중한 자산임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제 제주도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한국에 있지만 세계인의 것이며, 세계적 관점에서 보존되어야 할 유산이 된 것이다. 그러나 등재가 끝은 아니다.

등재의 기쁨보다는
보존의 의무가 반드시 뒤따라야
지난 6월말 뉴질랜드에서 열린 세계유산 위원회의 주요 의제는 신규 세계유산 등재와 더불어 세계유산 보전 상태 점검 및 위험유산의 등재였다. 논의 과정에서 많은 세계유산들이 개발 압력에 노출되어 있으며, 세계유산 보전 기준에 맞춰 관리하는 게 쉽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유산 지역 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광산 개발과 벌목을 비롯해 도로와 다리, 댐을 건설하려는 계획이 유산의 뛰어난 보편 가치를 해친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는 자부심은 잠시이고 많은 나라들, 특히 개도국은 생존을 위한 개발 압력으로 인해 실질적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또한 세계유산 등재 후 늘어난 관광객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도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었다. 일례로,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섬의 경우에는 보존을 위해 많은 기금을 투입하였으나, 방문객이 너무 많아져 그 훼손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이번 유산위원회에서 위험유산 목록에 올랐다.
한편 1994년 등재된 오만의 아라비아 오릭스 영양 보호구역은 최초로 세계자연유산 목록에서 삭제되는 결과를 낳았다. 오만은 관리의 어려움을 들면서, 2007년 1월 국내법에 따라 원래 면적에서 90%나 보호지역을 줄였다. 하지만 면적이 줄어들 경우, 이 구역은 아라비아 오릭스 영양을 비롯한 야생동물의 서식처로서 더 이상 적절치 않아 보전 가치가 없다며,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아리비아 오릭스 영양 보호구역을 세계자연유산 목록에서 삭제할 것을 권고하였다. 또 한편으로는, 국내법에서 면적을 축소했다 하더라도 세계유산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게 아니므로 현재까지는 원래 면적이 유효하다는 법적 해석과 보호구역을 유산 목록에서 삭제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잘 보전하도록 지원하자는 의견도 팽팽히 맞섰다. 이런 와중에 보호지역 내에서 석유 발굴 사업 등을 계획하던 오만 정부는 오히려 해당 지역을 세계유산에서 삭제해 줄 것을 요청하며, 보호구역을 새로 설정하여 세계유산에 재신청하겠다고 자신들의 입장을 피력하였다. 결국 유산 보전 노력은 개별 국가의 의지에 달린 것이므로, 31차 세계유산위원회는 오만 보호구역을 세계유산 목록에서 삭제할 것을 결의하였다. 30년이 넘는 세계유산 등재 활동 중 세계유산이 목록에서 삭제된 경우는 세계 최초로, 등재 후 관리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즉 세계유산 등재는 우리에게 이를 잘 보존해야 한다는 의무를 동시에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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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우리 모두가 나서 풀어야 할 난제는…
현재 세계유산은 851건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거나 가치가 있는 곳은 거의 등재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앞으로는 유산 등재보다 관리 및 보전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른 보전 기준이 더욱 엄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대륙에서 분출한 보기 드문 순상형 화산섬으로, 화산과 동굴의 생성 과정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지질학적 자료를 제공한다는 점과 용암동굴인 용천굴과 당처물동굴의 아름다운 경관을 높이 평가받아 세계자연유산의  등재 조건을 만족시켰다. 그러나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 정부와 제주도에 몇 가지를 당부하면서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결정하였다. 유산 지역의 사유지를 조기에 매입해서 철저히 보호하고 관리할 것, 많은 수의 관광객 및 상업 활동에 대해 효율적으로 관리할 것, 거문오름 주변의 완충 지역에 엄격한 조치를 취하여 농업 활동으로 인한 피해를 막을 것 등이 그들의 권고사항이었다.
관광객 관리는 세계유산 등재 후 많은 지역에서 겪고 있는 문제로 제주도의 경우도 이에 대비해야 할 것이며, 특히 성산일출봉과 만장굴처럼 공개된 곳에 대해서는 관광객 수 관리 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현재 많은 유산 지역에 가해지는 개발 압력을 고려할 때 제주도는 완충 지역 내 농업 활동의 영향뿐 아니라, 도로나 주택 건설 등으로부터 이 지역을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보존 계획까지 철저히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세계유산위원회는 제주도 내의 다른 용암동굴과 주요 화산 지역 및 생물의 다양성을 고려하여 유산 지역을 확장할 것을 권고하였다. 현재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는 하나의 연속유산으로서 화산의 분출 과정과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번 등재에 빠진 용암동굴과 기생화산을 포함해 다양한 특성을 보여줄 수 있도록, 앞으로 유산 지역을 확장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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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기대하는
제주도의 장밋빛 미래를 위하여
제주도는 이미 2002년에 한라산과 서귀포해양공원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었다. 이번 등재에도 이 점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앞으로 생물권보전지역과 연계한 관리도 특별히 요청받았다. 따라서 이러한 권고사항들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관리위원회가 앞서 활동을 시작해야 할 것이며, 제주도는 신청서에 명시한 대로 중앙 정부, 전문가, 지역 주민으로 구성된 관리위원회를 통해 보전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할 것이다. 현재 일반에 개방되고 있지 않은 당처물동굴과 용천동굴을 앞으로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개방할 때에는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할지 등 세부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 또 앞으로 세계유산 정기보고 시 관리 현황과 결과를 보고해야 하며, 세계유산위원회는 기후 변화 영향까지 모니터링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리 계획의 기본 자료가 될 보전 상태 모니터링과 학술 연구 및 조사를 위한 세부 계획이 속히 수립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전 및 관리에 따른 지역 주민의 참여이다. 제주도민들이 먼저 세계유산의 가치를 이해하고, 애착을 가지고 보전에 힘쓸 수 있도록 교육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보다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설악산 실사를 위해 한국을 찾았던 IUCN의 제임스 토셀에 따르면 세계유산 등재 시 현지 주민과의 갈등이 있기 마련이며, 호주 퀸즈랜드의 습윤열대림의 경우엔 세계자연유산으로 추진할 당시 지역 주민의 80%가 이를 반대하였다. 반대자들은 삼림벌채로 생계를 꾸려가는 원주민이었는데, 이 경우엔 개발과 보전의 대립 뿐 아니라 원주민과 백인 정착민 정부 간의 대립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호주 퀸즈랜드의 습윤열대림이 1998년에 세계자연유산으로 공식 지정된 후, 점차 지지자들이 많아져 현재 이들의 80% 정도가 자연유산을 지지하고 애착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지역에서는 생태 관광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생태계도 잘 보전되고 있다.
세계유산 등재는 유네스코가 하지만, 유산 의 보호는 앞서 오만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해당국의 임무다. 이는 유산 지역의 안내판 재정비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제주도는 자연유산 등재를 위해 100만인 서명을 받기도 하였는데, 앞으로 그 열정과 노력이 보전과 관리에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 글 : 김은영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과학팀
▷ 사진 :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과학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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