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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통과 역사를 포용한 문화에 기반 둔 지조 있는 인재
작성일
2015-10-01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3869

전통과 역사를 포용한 문화에 기반 둔 지조 있는 인재, 대중은 소탈한 사람을 동경한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난사람은 남들보다 뛰어난 재주와 능력이 돋보이는 사람이다. 든사람은 학식이 풍부한 사람으로 전문적인 이론이나 기술 등 평범함과 다른 전문성과 배타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난사람이나 든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끼나 전문성으로 직업을 가지게 된다. 뛰어난 기량으로 사람들의 감탄사를 받는 난사람들, 전문적 지식으로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내는 든사람들은 분명 남들과 다른 점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존경을 받는다. 그런데 이들이 그 잘남이나 유식함으로 안하무인으로 잘난체하며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행동을 한다면 어떨까? 그래서 하나 더 말하게 되는 것이 된사람이다. 된사람은 자신의 분야의 발전이나 업적을 넘어서서 공익의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자신에 앞서 주변을 보는 덕이 있는 사람이다. 타고난 잘난 끼나 노력한 전문지식에 된사람의 요소를 겸비한다면 이보다 더 매력적인 인간상이 있을까? 된사람은 이상적 인물로서 우리가 추구하는 유형이다.

 

스펙일변도 인재

세계에서 유래 없이 빠른 발전을 이루어낸 우리나라는 일제의 강점으로 인해 자연스러운 사회 진화를 이루어내지 못하였다. 강점기간 동안의 식민지 교육으로 전통적 교육은 사라졌고 강제된 신교육이 자리했다. 식민지 기간 동안인 35년은 대대로 내려오던 전통의 교육은 사라졌고 식민지교육과 민족교육의 대립 속에 학습자의 자율을 바탕으로 하는 전인교육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게다가 광복이후 3년간 미군정기간으로 인하여 억압되었던 교육욕구가 분출되어 교육 열기는 높았지만 대대로 내려오던 전통은 구습으로 내동댕이쳐지고 서구적 교육과정으로 바뀌게 된다. 서구의 옷을 입은 학교교육은 신교육을 실시하게 되었다. 그러나 교육의 방법과 사회문화는 전통의 유교적 체계를 유지하여 경험적, 합리적 지식의 수용이 아닌 권위적, 절대적 수용의 지식관이 지배하여 과정과 내용은 참고사항이 되고 결과만 외워대는 기이한 형태로 자리하게 되었다. 이렇게 자리한 교육체계가 별다른 손질 없이 이어졌고 정답으로 생각되는 것이 우선하다보니 무엇이 자신인지도 헛갈리고 정체성마저 모호한 인재들이 생산되고 있다.

사회구성원을 교육하는 주요 이유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사회적 문화를 전해주기 위해서이다.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진 민족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통과 문화가 담겨 있는 인간상을 지속하기를 바라고 이를 계승시키려는 노력을 한다. 영국의 신사가 가진 이미지와 같이 우리에게는 지성인의 상징인 선비상에 한민족의 이미지가 있다. 전통 속의 선비는 지성을 추구하여 학문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의식을 중요시 하였고 자기성찰에 기반을 둔 신념을 가지고 있다. 공직에 나선 사람은 물론 관직을 가지지 않은 사람도 학문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배운 것을 실천하고 흐트러짐이 없는 일관된 지향은 타의 우러름마저 받고 있다. 논어에서는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고 일신의 위기에 직면해서는 목숨까지 다스릴 수 있는 선비상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의 선비는 관직에 나서고 안 나서고를 스스로 판단하며 자신의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지식인으로서의 선비는 시대의 사상과 흐름을 주도하며 스스로를 계발하여 어디에 있건 학문을 가지고 누구와 토론해도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가진 사람이다. 때문에 외부에서 어떤 제의가 와도 자신이 의도하지 않는 부분이면 이를 내치고 자신의 길을 걷는다. 이들에게 일자리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펼치고 이름을 떨치며 경제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한 방법일 뿐이다. 여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것이 자신의 뜻인 신념이다. 정체성이 분명하니 표류하지 않는 삶을 살고 후회 없는 행동을 할 수 있었다. 그 단호함은 목숨을 걸수도 있었으니 그 신념의 깊이를 볼 수 있다.

우리는 과거에서 현대로 넘어오면서 많은 것을 잃었고 많은 것들을 간과했다. 현재의 혼란을 초래하는 충돌과 무질서는 이러한 것들의 결과이다. 온전히 자신을 정비할 기회도 없이 떠밀려서 이뤄낸 개혁과 발전은 온전한 교육을 이룰 수 없었고 그 결과는 지금 사회 전반을 흔들 수 있는 기제로 이슈가 되고 있다. 됨됨이를 보는 것이 아닌 가진 것을 보는 풍조는 인재를 채용하는 문화도 변화시켰다. 과거에 시험에 임하는 자세부터 본 인간성이 아닌 가지고 있는 자산으로 보는 물질주의에 만연한 인재 채용 방식은 인간성보다는 능력의 소산으로 보이는 스펙 쌓기에 열을 올리게 하였다. 그래서 더 많은 스펙을 가진, 더 높은 성적을 만든 인재 우선순위로 채용이 된다. 이러한 인재를 뽑으니 이들이 지속성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한다. 무수한 인사 담당자들은 1년도 유지 못하고 이탈하는 채용인재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한다. 결국 스펙이 전부가 아니다. 그 안에 기반을 둔 인간성, 즉 전통과 역사가 녹아 있는 문화를 얼마나 잘 포용하고 있는 인재인가가 인재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01. 사육신들의 선비정신을 기리기 위해 서울 노량진 사육신묘역에서 열린 사육신 추모제향. 지성을 추구하여 학문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의식을 중요시 하였고 자기성찰에 기반을 둔 신념을 가졌던 선비의 정신은 현대인들이 기리고 본받아야 할 정신이다. ⓒ연합콘텐츠 02. 2014년 9월 우암 송시열의 『대자첩(大字帖)』이 최초로 공개된 가운데 관람객들이 김준식 성균관대박물관장의 작품 설명을 듣고 있 다. 대자첩에는 ‘富貴易得名節難保(부귀는 얻 기 쉬우나 명예와 절개는 지키기 어렵다는 뜻)’ 8글자가 적혀 있다. ⓒ연합콘텐츠

 

전통과 역사에 기반 둔 인재

우리는 예로부터 지조를 존중해 왔다. 지조란 원칙과 신념을 굽히지 않고 끝까지 지켜내는 의지나 기개를 의미한다. 지조가 없으면 물 위에 표류하듯 이랬다저랬다 변덕만 많은 사람으로보이기 십상이다. 변덕이 많은 사람은 사람들의 신임을 얻을 수가 없다. 지조는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는 것이 아닌 명분과 정당성을 포함하고 있다. 한 단면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닌 총체적인 면에서 보고 연관된 것들의 관련성을 포괄하여 자신의 신념체계를 전제로 판단하게 된다. 과거에는 지조를 가진 선비들의 행적을 기리고 그들의 정신을 높이 샀다. 그들은 주변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가진 자원과 신념에 충실하였다. 오늘날 우리는 보이는 것에 대한 집착으로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였고 인재양성에 실패하였다. 선비를 예로 들어보자. 그들은 군자君子의 삶을 실천하며 평생 학문을 익힌다. 남을 위한 것이 아닌 자기 스스로를 위한 학문을 하기 때문에 남들의 이목에 개의치 않는다. 또한 경험과 지성으로 올바른 인재인지를 알아내어 후학을 양성하였다.

21세기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인간상은 자신을 잘 알고 자신이 가고자 하는 분야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인간상은 문화의 바탕 하에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농경사회, 산업사회, 정보사회, 그리고 창조사회로 시대는 변화했는데 과거의 인간상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도 문제가 된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기조는 크게 변화하지 못하였고 우리가 추구하는 바는 구체적이고 명확하지 못하였다. 각 개인의 창의적 능력이 자산이 되는 사회에서는 아는게 많은 것이, 적응능력이 많은 것이, 끈기 있는 것이 무조건의 강점이 되지 못한다. 끊임없는 수용과 적응과 창조적 발상이 필요하며 순발력이 필요하다. 변화하는 기술과 환경과 제도 안에서 지속적인 수용으로 모든 정보를 자신의 것으로 거르고 이를 새로운 발상으로 전환하여 새로움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자신의 추구하는 바를 잃어버리지 않고 현명하게 적응하며 새로움을 만들어 자기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능력이 바로 오늘의 인재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바탕은 우리의 전통과 역사가 배어 있는 문화가 될 것이다. 한국의 인간상 말이다. 영국의 신사상이 아직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의 선비상은 변화하는 문명 속에 살아 있는 한국의 정신으로 이어가야 한다.

03. ‘사랑방, 삶의여유를담다특별전’포스터. ‘ 사랑방, 삶의여유를담다특별전’조선시대유교 윤리관이 담긴 유물을 통해 선비들의 지조를 되새겨보고자 마련된 전시이다. ⓒ온양민속박물관 04. 2014년 2월 14일 중앙대 국악대학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선비정신을 상징하는 전통예복 학창의를 입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콘텐츠 05. 사람들로 북적이는 서울의 한 백화점 명품관. 자본주의의 풍성한 삶은 좋지만 그 물질주의에 휘둘려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있지 않는지 개개인의 각성이 필요하다. ⓒ연합콘텐츠

과거는 개인보다 조직이, 단체가 책임져야할 몫이 많았다면 미래는 조직이나 단체보다는 개인이 요소가 되어 주체하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개인이 책임져야할 몫이 더 커질 것이다. 이에 따라 사회를 주도하는 인간상의 힘은 더 강력해질 것이다. 자본주의의 풍성한 삶은 좋지만 그 물질주의에 영혼을 잃어버린 다음을 생각해보자. 철학도 신념도 가치도 모두 돈에 휘둘리며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자신의 삶을 관성처럼 이어지게 할 것이다. 소신을 내세우기는 커녕 자신의 삶에 대한 가치도 찾아내지 못하여 정체성을 잃고 표류하게 될 것이다.

구성원들이 지조 없이 흔들리고 물질에 좌지우지되는 나약한 정신을 가지고 한없이 추락한 다음을 보자. 무엇이 남았는가. 남들사는 대로 사는데 뭐가 문제냐고 묻는다면 단 한 번뿐인 삶을 그렇게 살아버리기엔 우리의 삶이 너무 귀한 것이기 때문이다. 반만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가 흘러가고 있지만 한국의 정신인 선비상이 부각되는 것은 그들의 주체성과 지속성 그리고 포용성과 이타성 때문이다. 이로 인하여 삶의 가치를 찾을 수 있고 우리 사회를 보다 밝고 아름다운 사회로 거듭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오늘 우리사회의 인재에게 선비상을 품게 하고 이러한 기조 하에 소신 있는 지원과 소신 있는 선발이 이루어지도록 한다면 사회 전반에 만연되어 있는 혼란과 병폐들을 다잡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06. <김정희필 세한도>(국보 제180호). 사제간의 의리와 절개를 소나무와 잣나무에 비유하며 그린 그림이다. 이처럼 선비는 의식을 중요시 하였고 자기성찰에 기반을 둔 신념을 가지고 있다. ⓒ문화재청

 

글. 김용훈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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