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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사랑

제목
보지 못하는 답답함, 놀이로 승화시키다. 까막잡기놀이
작성일
2015-10-01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8124

보지 못하는 답답함, 놀이로 승화시키다. 까막잡기놀이. 귀가 크다는 것은 작은 소리도 잘 듣는다는 뜻이고, 귀가 두 개인 것은 소리가 나는 곳을 잘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귀는 단순히 소리를 듣는 것뿐만 아니라 소리를 내는 물체, 즉 음원의 위치를 파악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술래가 된 사람이 눈을 수건이나 끈으로 가린 채 손뼉 치는 사람을 잡아내는 ‘까막잡기놀이’는 귀가 두 개 있음으로써 가능한 전래놀이이다.

 

눈을 가리고 하는 놀이,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까막눈’이라 하면 무식하여 글을 읽을 줄 모르는 눈, 또는 그런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이기도 한다. 놀이에서는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을 ‘까막눈’이라고 불렀는데, ‘눈뜬장님’, ‘까막눈이’, ‘뜬소경’, ‘청맹靑盲’이라하기도 한다. 즉 눈을 뜨고 있지만 실제로 보지는 못하는 사람, 무엇을 보고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이와 같이 눈을 가리고 하는 놀이라고 해서 놀이 이름도 ‘까막잡기’가 되었으며 지방에 따라 ‘봉사놀이’, ‘소경(시각장애인을 얕잡아 이르는말)놀이’, ‘눈 가리기놀이’, ‘눈싸매기놀이’, ‘맹인盲人놀이’, ‘장님놀이’, ‘판수(점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소경)놀이’, ‘장님술래놀이’, ‘쇠경매’ 등으로 불렀고, 한자로는 ‘엄목희掩目戱’, 영어로는 ‘blindman's buff’라 한다. 유럽에서는 이 놀이가 다양한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눈먼 파리’, 독일에서는 ‘눈먼 암소’, 스웨덴에서는 ‘눈먼 수사슴’, 스페인에서는 ‘눈먼 암탉’, 그리고 프랑스에서는 중세 프랑스 영주의 이름을 따서 ‘콜랭마야르’라고 부른다.

이처럼 보지 못하게 눈을 가리고 즐기는 전래놀이가 바로 ‘까막잡기’라는 놀이인데, 눈을 가린 상태에서 이동하며 다른 사람을 잡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따라서 시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총동원하여,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감각을 잘 활용해야 한다. 즉 놀이를 통해 다양한 감각을 훈련하게 되고 어떤 소리가 어느 쪽에서 나는가에 대해 주의를 기우려야 하므로 저절로 주의 집중력이 길러지며 빠른 상황 판단력과 결단력이 길러지게 된다.

까막잡기놀이 일러스트

 

까막잡기놀이, 매번 다르게 즐기기

이 놀이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한 기록이 없어 알수는 없지만, 구한말 최영년(崔永年, 1856~1935)이 지은 『해동죽지海東竹枝』를 살펴보면 ‘ㅺㅏ막잡기’라고 표기하고 있고 그 내용은 ‘舊俗兒童爲戱一人掩目衆人旋轉苦捉得爲勝稱之曰ㅺㅏ막잡기(옛날 풍속에 아이들이 놀이로 한 사람의 눈을 가리고 여럿이 그 주위를 빙빙 돈다. 이때 어렵게 장님이 한 사람을 붙잡으면 이기게 되는데 이를 까막잡기라 한다.)’, ‘兒童爲戱還多警 笑春盲人不透神(아이들의 놀이가 도리어 경계 되는 점이 많다. 장님의 정신이 투명하지 못함을 웃으며 본다.)’, ‘尋常苦入盲人手開目難閉目人(어쩌다가 장님손에 들어가기만하면 눈 뜬 사람이 눈 감은 사람만도 못하다.)’하여 까막잡기하는 놀이 상황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당시 여러 풍속화에 ‘까막잡기’ 모습을 그려놓은 것으로 보아 당시의 아이들에겐 흔한 놀이였던 것 같다. 지방에 따라 놀이 방법이 상당히 다양하다. 이중 술래를 뽑아서 하는 방법은 가장 일반적인 놀이 방법으로, 예전에는 어른들이 두레나 품앗이를 하기 위해 모일 경우 일하러 가기 전에 심심풀이로이 놀이를 했다고 한다. 일단 가위 바위 보로 술래를 한 명 정하고 술래의 눈을 수건으로 가린다. 그런 후 다른 사람들은 막대기나 손으로 툭툭 치기도 하고, 약간의 짓궂은 농담도 하면서 ‘날 잡아라, 날 잡아봐라’하고 놀려대거나 손뼉을 치면서 술래 주위를 맴돈다. 술래는 소리 나는 곳으로 가서 다른 사람을 잡는다. 만약 술래가 잡았다면 잡힌 사람의 얼굴이나 옷맵시를 더듬어 보고 그 사람의 이름을 대는데 맞추면 술래가 바뀌고 못 맞추면 계속 술래가된다. 또 술래가 다른 사람을 잡으려다 넘어지거나 부딪치기도 하는데 이를 보고 한바탕 웃으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이 놀이를 잘못 판단하면 시각장애를 가진 이들을 비하한다거나, 혹시 그들이 오해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놀이 내용을 잘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즉 오히려 이 놀이를 통해 시각장애인의 어려움을 경험해봄으로써 그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것이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까막잡기를 하며 부른 동요를 소개하면, 경남지역의 ‘봉사 봉사 떼봉사’, 북한지역의 ‘맴맴맴 매미 우는’, 1924년 『어린이』3월호에 실린 박팔양의 <까막잡기>에 곡을 붙인 동요가 대표적이다.

 

※ 참고문헌
·권태룡, 전통문화와 전래놀이, 동구행복네트워크&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2012.
·과학원&고고학 및 민속학 연구소, 조선의 민속놀이, 푸른숲, 1988.
·김소운, 한국의 구전동요, 중앙신서, 1981.
·나현성, 한국유희사 연구, 백영문화사, 1977.
·도유호, 조선의 민속놀이, 푸른숲, 1999.
·심우성, 우리나라 민속놀이, 동문선, 1996.
·최영년, 해동죽지(海東竹枝), 규장각 소장, 1925.
·최상수, 한국 전래어린이 놀이, 웅진출판사, 1989.
·한성겸, 재미있는 민속놀이, 금성청년출판사&평양종합인쇄, 1994.

 

글. 권태룡 (한국아이국악협회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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