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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안양루 너머 산세에서 부는 맑은 바람 냄새 - 독자가 전하는 문화재이야기
작성일
2007-01-18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2164

안양루 너머 산세에서 부는 맑은 바람 냄새
아름다운 부석사여

좌불안석. 연말 내내 여행을 꿈꾸고 있었지만 결국 해를 넘기고, 계획했던 일들은 그저 머릿속에서만 오락가락할 뿐이었다. 부석사 무량수전 목향 속에서 새벽을 맞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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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가 넘어 출발. 부석사 새벽 예불을 기필코 참석하고자 시속 140km로 질주했다. 듣기론 새벽부터 예불이 시작된다던데, 시간에 맞춰 가기엔 늦은 시간이었다. 결국, 죽령을 지나며 3시가 넘어가자 포기하는 심정으로 차에서 내려 밤하늘을 보았다.
간간이 오가는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놀라 휘휘 흩어져 버리는 바람, 그리고 검은 하늘 가득 깨알 같은 별들…. 저렇게 무수한 별들은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오래전 설악에서 보았던 별들과는 또 다르다. 같은 하늘 아래지만 유독 많이 보이고 또렷이 보이는 장소가 있다. 새벽 3시의 소백이 그러하다. 나는 내내 탄성을 내지른다. 어느새 나는 알퐁스 도데가 되어있다.
새벽 3시 50분 부석사 주차장 도착. 어둑어둑한 초입의 풍광. 푸근하리라던 생각이 무참히 깨진다. 곳곳에 블록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여기저기 파헤쳐진 흔적, 낯선 물체들…. 주차장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뒤로하고 부석사로 향한다. 일주문을 지나자 적막한 어둠이 가득하다. 차갑지만 맑은 바람 냄새.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범종소리가 들렸다. 예불이 시작되던 찰나였다. 3시로 알고 있었던 예불 시간이 4시였던 것이다. 피곤하던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안양루 수십 계단을 훌훌 올라 무량수전 앞에 이른다. 예불이 시작되었다. 다소곳 방석을 깔고 장엄한 의식에 동참한다. 한배, 두배… 삼배로 끝날 줄 알았던 절이 백팔배로 이어진다. 관절이 꺾이는 소리가 났다. 차가운 새벽 산의 일기를 감안한 두터운 옷 사이로 흥건히 땀이 괸다. 그래, 속세의 찌든 모든 악습과 업장이여! 이 땀방울 속에 묻혀 배설되라.
이어지는 30분 간의 참선. 지그시 눈을 감고 가부좌를 튼다. 무념무상, 새벽 불가의 시공 속에서 평온을 되찾는다. 예불이 끝나고 한결 고요해진 마음으로 무량수전을 나왔다.
새벽 닭 우는 소리가 들렸다. 잎이 다 진 커다란 배나무 아래서 소백의 새벽 기운을 맞았다. 거무튀튀한 산 능선, 안양루 너머의 산세들은 아직 어둠에 묻혀있다. 대신 별들과 유성을 보았다. “경건한 새벽이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둠과 고요 속에서 마음을 씻어낸다. 드디어 서서히 고요 속에서 떠오르는 태양은 부석사의 곳곳을 비추며 무량수전은 또 다른 표정을 내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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