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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궁 비둘기 유감
작성일
2006-09-06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4267

■ 국민과 함께하는 문화유산 e-야기 서울의 고궁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으로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입니다. 때문에 문화재청에서는 적지 않은 인원과 예산을 투입하여 고궁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고궁을 관리하다 보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지만, 특히 비둘기 배설물에 의한 고건축물의 피해가 적지 않은 실정입니다. 비둘기가 고궁 전각 여기저기에 생산해 놓는 배설물은 미관상 몹시 흉하여 관람객들에게 불쾌감을 줍니다. 또한, 목부재를 부식시키기도 하는데 특히 단청에는 치명적입니다. 비둘기 배설물은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응고되어 건물에 달라붙게 되는데 물걸레로 닦아 내거나 칼 같은 도구로 떼어 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배설물이 있었던 부분의 단청은 훼손되어 제 모습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비둘기의 폐해를 막기 위한 노력

문화재청에서는 고궁의 주요 고건축물들을 비둘기 배설물의 피해로부터 예방하기 위하여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부시(새들이 앉지 못하도록 전각의 처마 밑을 싸서 치는 철망)와 삼지창, 오지창 등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2006년 8월 현재 부시 설치현황을 보면, 근정전을 비롯한 경복궁 주요 전각에 32곳, 창덕궁 8곳, 창경궁 9곳, 덕수궁 2곳, 종묘 3곳 등 총 54개소에 부시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큰 전각 한곳에 부시를 설치하려면 2~3천만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니 만만치 않은 예산이 든다는 것을 알 수 있겠지요? 그러나 부시는 전각의 단청을 온전히 감상하는데 방해가 되며,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부풀어 오르는 고무풍선 효과를 유발하여 부시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다른 전각이 피해를 보게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필자도 수년 전 창경궁관리소장으로 근무할 때 비둘기배설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꽤나 고심하였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부시가 비둘기 피해로부터 가장 안전하게 전각을 보호하는 장치인 것 같습니다. 삼지창이나 오지창은 비둘기들이 금방 적응하여 요리조리 쉽게 피해다니기 때문에 그 효과에 한계가 있습니다. 때문에 아직 부시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고궁의 주요 전각에는 계속하여 부시를 설치할 필요가 있으며, 앞으로 복원되는 전각은 애초부터 부시 설치를 포함하여 시공을 하면 나중에 별도로 부시를 설치하는 경우보다 비용을 많이 절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궁에 많은 까닭 잘 아시다시피 비둘기는 다른 새들과 달리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바로 그들의 둥지가 곧 인간의 근거지이기에 사람과의 많은 접촉으로 인해 적응이 되었기 때문이지요. 그 중에서 특히 고궁은 비둘기들이 서식하기 좋은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수많은 관람객이 던져 주는 과자 부스러기는 훌륭한 먹잇감이며, 아름다운 연못은 목을 축이기에 부족함이 없고, 또한 여러 전각은 더 없이 좋은 보금자리가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비둘기들이 고궁에 모이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역시 먹잇감이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관람객들은 오랜만의 고궁나들이에 기분이 좋아져서 비둘기만 보면 손에 들고 있는 군것질을 비둘기들에게 무심코 던져 줍니다. 그리고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비둘기가 먹이를 먹는 모습을 바라보곤 합니다. 그러나 고궁을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비둘기들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 별로 탐탁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보았듯이 무심코 던져준 비둘기 먹이가 나중에 배설물이 되어 결과적으로 우리의 귀중한 문화유산을 훼손하게 된다면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조심스럽게 듭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비둘기배설물이 전각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것을 보면서 비둘기가 먹이를 찾아 고궁 아닌 다른 곳으로 가도록 관람객들이 제발 먹이를 주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을 창경궁 근무 당시 숱하게 가졌습니다. 고궁과 비둘기가 공존할 수 있는 묘안은 예전에 비둘기가 모이는 곳에 항상 나타나서 먹이를 주는 일명 ‘비둘기 아저씨’가 간혹 가십거리로 보도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필자가 근무하였던 창경궁에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창경궁이 문을 여는 날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와서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분이 계셨습니다. 연세가 근 70 가까이 되시는 분인데 그분이 오기만 하면 어떻게들 그렇게 잘 아는지 비둘기들이 금방 모여들곤 합니다. 피해가 특히 많이 발생할 때는 비둘기 배설물에 의한 피해를 말씀드리고 그때만이라도 먹이 주는 것을 자제토록 간곡히 당부드려도 직원이 보이지만 않으면 어느 틈에 먹이를 주곤 하였습니다. 정말 못 말리는 비둘기 아저씨인 셈인데, 필자가 창경궁을 떠나온 지 어언 3년이 되어 가지만 확인해 보니 지금도 여전하다고 하니 그 아저씨 전생에 비둘기였거나 아니면 비둘기들에게 빚을 많이 져서 그런가 조금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비둘기 아저씨, 벌써 5년은 넘게 비둘기들에게 매일 같이 공양하였으니 이제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 보호도 한번쯤 생각해 보셔야 하지 않을까요? 혹시 고궁과 비둘기가 사이좋게 공존할 수 있는 묘안이 있으신 분은 연락 주세요.(Tel 042-481-4670) 김갑륭 _ 문화재청 홍보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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