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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국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다 -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보존처리
작성일
2018-03-30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2006

한국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다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보존처리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은 고려시대에 국가에서 최고의 승려에게 내리는 ‘왕사(王師)’와 ‘국사(國師)’의 칭호를 받았던 지광국사(984~1067)의 사리탑이다. 애초 지광국사탑은 원주 법천사터에 있었으나, 1911년 일본사람들에게 매매되어 서울 명동으로 가게 되었다. 이듬해 일본 오사카로 반출되었다가 다시 돌아오는 등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국립고궁박물관 뒤뜰로 오기까지 최소 9차례 이전되었다. 또한 이전과 이건을 수차례 반복하던 중 한국전쟁 시 폭탄 피해로 상부 부재가 여러 조각으로 파손되는 큰 손상을 입었다. 지광국사탑은 그간 시행된 정기조사, 문화재 특별 종합점검, 정밀안전진단 등의 결과, 다수의 균열과 시멘트 복원 부위 탈락 등이 확인됐다. 특히 기단부와 시멘트로 복원된 옥개석, 상륜부의 구조적 불안정까지 더해져 석탑의 추가적인 훼손이 우려되어 전면 해체·보존처리 하기로 결정됐다. 01.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국보 제101호)은 고려시대에 국가에서 최고의 승려에게 내리는 ‘왕사(王師)’와 ‘국사(國師)’의 칭호를 받았던 지광국사(984~1067)의 사리탑이다. ⓒ문화재청 02. 지광국사탑 옥개석 모르타르 범위 ⓒ국립문화재연구소 03. 지광국사탑 사리공에서 나온 부재들 ⓒ국립문화재연구소

한국전쟁 상처를 진단하라 - 모르타르 복원부분 보존상태평가

지광국사탑은 한국전쟁 시 폭탄 피해로 상부 부재가 수십 조각 이상 파손되는 큰 손상을 입었지만 1957년 문화재수리복원의 선구자 고(故) 임천 선생을 만나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외부 충격에 의한 손상은 석탑 내부에 크고 작은 균열을 남겼으며 대파된 부재는 납과 시멘트로 접합하고 은장과 꺽쇠, 이형철근 등으로 고정하였다. 하지만 전체 면적의 4.6%에 해당하는 멸실된 부분은 모르타르로 복원하였고 직격탄을 맞은 상부부재인 옥개석(47%), 앙화(37%), 보개(35%) 등은 1/3 이상을 모르타르로 채웠다. 복원 후 60년의 시간은 깊이 3㎝ 내외의 모르타르 중성화를 불러왔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탄산칼슘은 지광국사탑에 물리·화학적 손상을 유발시켰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염 풍화, 백화현상 손상 메커니즘으로 옥개석과 탑신석의 화려한 조각을 탈락시키는 주요인이 됐다. 따라서 1911년과 1931년 촬영된 유리건판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조각은 모르타르에 의한 직접적 손상에서 벗어나 있는 상층기단석과 하층기단갑석 등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손상을 유발하는 모르타르는 반세기 이상 지광국사탑과 한 몸이었으며 종속된 관계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제거에는 신중을 기해야 했다. 또한 모르타르 상태를 평가하는 방법은 대부분 파괴분석이기 때문에 지광국사탑의 외형적 변화가 불가피하였다. 이에 모르타르에서 확인되는 철근을 이용한 비파괴분석방법인 반전위측정(Half Cell Potential)을 수행한 결과, 모르타르 복원부의 부식 손상가능성은 90% 이상으로 판단되어 장기적 관점에서 모르타르를 제거하고 동일한 암석으로 복원하게 되었다.

04. 지광국사탑 옥개석 하부 손상 상태 ⓒ국립문화재연구소 05. 한국전쟁 시 폭탄 피해로 상부 부재가 수십 조각 이상 파손되는 큰 손상을 입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06. 지광국사탑 옥개석 모르타르를 제거하는 모습 ⓒ국립문화재연구소

한국전쟁 상처를 치료하라 - 모르타르 복원부분을 제거하다

중요 부재인 옥개석의 부피는 1.15㎥로 승탑 중 규모가 큰 편에 속한다. 하지만 모르타르 점유율이 47.4%(0.55㎥)로 부재의 절반이 한국전쟁 때 사라진 것이다. 동일한 암석으로 복원하기 위해 모르타르를 제거하는 데 7개월이 소요되었다. 모르타르 해당 양(0.55㎥) 대비 제거 기간이 상당한데 첫 번째 이유는 인접 석재가 폭탄 충격으로 인해 내부 균열이 상당수 발생하였기 때문에 2차 손상을 예방하고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선택하였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모르타르 내부에 보강근으로 사용된 다수의 원형철근과 부재를 천공하여 납과 고정한 원형철근의 간섭이 많았기 때문이다.

 

동일 암석을 찾아 석탑을 복원하라

모르타르가 빠진 자리는 동일 암석을 찾아서 복원하게 된다. 지광국사탑은 4~5종의 암석으로 구성되었는데 주 석재라 할 수 있는 탑신석, 옥개석, 상층기단석 등은 세립질 흑운모 화강암으로 동일 암석이다. 해당 암석은 국내 석재 산출지에서 확인되지 않는 미세자기적 특징을 가지고 있으나 인근 원주 거돈사지나 여주 고달사지의 석조문화재는 동일 암석이다. 그렇다면 지광국사탑의 세립질 흑운모 화강암 산출지는 어디인가? 문헌자료 및 관련 논문, 중국 경유 국내반입 석재의 동질성 검토결과 황해도 해주지역에서 산출되는 암석이 가장 유사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하지만 암반, 채석장 등 현지조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사 암석을 탐색하였으며 서너 군데 국내 대상 후보지 중 원주시 귀래면 석산을 선정하였다.

올해는 지광국사탑 보존처리의 핵심공정인 부재성형 및 가공, 도상조각 복원을 진행하고 파손부재의 구조보강 및 접합, 표면손상부에 대한 강화처리 등을 2019년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내년까지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조사연구를 바탕으로 과학적 보존처리를 완료하고 2020년 온전히 쉴 수 있는 안식처로 보낼 예정이다.

 

글. 사진. 이태종(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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