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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도동서원 돌조각의 미학
작성일
2012-07-12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3769

옛날같으면 달성 도동서원(사적 제488호)으로 가는 길은 현풍에서 다람재로 넘어가거나, 나룻배로 도동 앞 나루터에 닿는 방법이 있었을 것이다. 사찰에는 부처나 탑과 같이 볼 것들이 많지만 서원은 강당과 사당, 부속 구조물과 현판이 전부다. 하지만 도동서원에는 건축물 사이사이, 알뜰 주부들의 장식장처럼 아기자기하게 놓여 있는 돌조각이 많아 흥미롭다.

쌍계서원이라 불린 서원은 임진왜란 때 불 타 지금의 자리로 옮겨 와 포노동서원이라고 불리다가 1605년 도동서원으로 이름 붙여졌다. 수월루로 들어서면 환주문 소맷돌의 꽃봉오리가 객을 맞는다. 서원에서 연꽃을 보다니……연꽃은 불가에서만 귀하게 여겼던 것은 아니다. 유학에서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은 군자를 뜻하는 꽃으로 선비 정신을 일깨워준다. 환주문 문지방에 돌부리가 아담하고 귀엽다. 작고 좁은 문은 양반들의 체통으로는 몸을 낮추지 않으면 들어서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이것은 마치 몸을 낮추고 겸손하라는 옛 선인들의 뜻인 것만 같다. 현판 모서리의 새는 닭인가 봉황인가. 작은 것에도 뜻을 담아 둔 서원의 작은 정성이다. 지붕에는 절병통을 덮어 놓아 빗물이 스며들지 못하게 했다. 이 아이디어는 도동서원에 숨어있는 디테일이다. 뜻이 없으면 보이지 않고, 보아도 마음에 남지 않는 법. 담장은 황토와 기와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옛날이야 깨진 기와로만 굴뚝이나 담장을 쌓았지만, 요즘은 기와 하나만은 대궐이나 다름없다. 중정당中正堂은 서원의 본채이다. 정면 5칸에 민흘림기둥머리에 둘러놓은 한지는 사당에 모신 분이 위대하다는 것을 상징한단다.


안마당 기단에 옹골찬 검은 돌거북은 낙동강으로 기어 갈 태세다. 축대의 면석은 서원을 지을 때 전국의 유림들이 보내준 크고 작은 면석을 살린 현대판 퍼즐이요, 예술품이다.


본래의 형태를 가능하게 살리려 조각보처럼 참 잘도 이어 놓았다. 한 면석은 열두 개의 모서리로 각을 지녔다. 크기도 다르고 모양도 각각이고, 바랜 색은 고색처럼 은은하다.

기단 상단 바깥족에는 용 두 마리가 여의주를 물었고, 안쪽 용은 물고기를 물었다. 이 조각품은 도둑이 훔쳐간 것을 찾아 3개는 복제품이고 한 마리의 용머리만 진품이라고 하는데 사람마다 말이 다르다. 보통 기단의 동쪽 계단은 주인용이고 서쪽은 손님용이다. 한 쪽 계단에는 위로 올라가는 다람쥐와 꽃문양을, 내려가는 좌측 계단에는 땅으로 향하는 다람쥐와 꽃문양을 새겨 놓았다. 이 모든 것이 볼거리이고, 생각을 하게 한다.

도동서원의 동재는 거인재居仁齋요 서재는 거의재居義齋이다. 맹자 양혜왕 상에 ‘왕이 맹자에게 나라를 이롭게 해주기를 바라자, 이利보다는 오직 인仁과 의義가 있을 뿐이다. 인을 아는 사람은 그 어버이를 버려두는 일이 없고 의를 아는 사람은 그의 임금을 저버리는 일이 없다.’고 하였다. 중정당 뒤로는 사당이 있다. 과거에는 계단석 들머리에 한 쌍의 석수가 있었는데 이제는 자취를 감췄고, 그 뒤로 태극문양과 만卍자 문양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중간쯤에 있는 계단에는 돼지머리를 닮은 돌조각이 있다. 콧구멍이 크고 아래턱이 두텁게 생겨 복스러운 처용가면 같다. 사당문 앞 계단의 꽃문양은 제관들의 꽃다운 풍모일까? 선한 심성의 표현일까? 묘한 돌조각상들은 눈길을 바르게 잡아주고 잡생각을 멀리하게 하는 마력이 있나 보다. 사당에는 두 점의 벽화가 있다는데 출입금지여서 그림의 떡이다.

도동서원에 한 줄기 바람이 불어온다. 물빛은 풍요로운데 배움의 의지는 미진하고 미흡하다. 곳곳에 있는 돌조각에 담긴 해학의 미학, 그 뜻이나마 많은 사람들이 보고 읽고 생각하고 갔으면 한다.

 

글·그림·박윤호 대구 행복한학교 문화탐방교실 강사 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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