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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류 3.0, 세계를 품은 한국의 신명
작성일
2012-06-18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3411

우리나라의 존재감을 세계에 각인시킨 문화, 사물놀이

이러한 한류 현상에 대한 ‘자생적이고 독창적이며 깊이 있는 한국 문화가 내재돼 있는가?’라는 비판적 문제 제기에 대하여, 한류의 문화산업적 관점에서 본다면 대한민국이 문화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섰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20세기 서구문화의 보편주의와 패권주의가 득세하는 가운데 문화적 상대주의cultural relativism와 문화적 다원주의cultural pluralism가 점점 설득력을 얻어가면서 다양한 문화적 가치에 대한 새로운 접근으로 한류의 범위를 확대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의 문화적 전통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면서도 문화적 다양성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좋은 본보기가 된 것은 사물놀이일 것이다. 사물놀이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존재감과 문화적 전통을 해외에 각인시킨 첫 번째 사례로 한류 0.0이라고 부를 수 있다.

1978년, 네 명의 남사당 후예들의 팀 이름으로 출발한 사물놀이는 3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우리의 전통 타악기와 리듬을 기반으로 연행되는 음악과 퍼포먼스로 그 의미가 확대되었다. 지금의 한류처럼 미디어를 통한 광범위한 확산과 대중적 호응을 얻지는 못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무대 공연예술로서의 존재감과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았을 뿐만 아니라 생활문화와 교육 콘텐츠로 대중화에도 성공하였다. 사물놀이가 세계 음악시장에 처음으로 소개되었던 80년대 초반, 동양의 생소한 나라의 전통 타악음악에 대한 다음과 같은 반응들로 한국의 전통문화를 세계가 공유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댈라스에서 겨우 4명으로 구성된 사물놀이패의 기막힌 연주를 들은 후, 나는 새삼 한국문화에 대해 더 많은 것들을 알아야 한다고 깨달았다. 솔직히 말해 내가 그 연주장에 들어섰을 때, 무대 위에는 겨우 4개의 악기와 깃대 하나만이 서 있는 것을 보았을 뿐이고 과연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불과 몇 분이 지나기도 전에 나는 모든 청중들이 그들의 소리에 함몰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뉴욕 필하모닉의 수석 타악기 주자인 Morris Lange, 뉴욕타임스 기고문 중.

“사물놀이 그룹에게는 한국의 문화유산을 발전시킴과 더불어 이를 세계의 나머지 지역에 나누어 줄 의무가 있다.”
-L.A Times, 85년 1월 15일.


우리 문화의 가능성과 잠재력

지금과 같은 초고속 정보통신 기술과 미디어가 결합된 글로벌 네트워크망은 고사하고 외국에 나가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시기에, 아시아 변방의 고립된 섬과 같았던 한반도의 보잘 것 없는 타악기 네 개가 불러일으킨 반향은 다름 아닌 한국적 심성과 에너지를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른 전통예술 분야가 아닌 사물놀이가 이러한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첫 번째, 타악기가 가지고 있는 원초적 힘과 보편성이 있기에 가능하였다. 어느 민족에게든 그 민족 고유의 전통타악기와 그 타악기로 완성된 리듬이 있다. 타악기가 악기로서의 기능을 하기 이전에 두드림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하늘神 간의 소통을 보조하였고 이는 세월의 축적을 통해 한 민족의 문화유산으로 전승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사물놀이의 원초적 힘은 우리 민족의 예술적 특성이자 신명이라고 할 수 있다. 리듬을 알지 못하고는 가무악歌舞樂 전통예술의 실체에 다가갈 수 없으며, 사물놀이는 이런 이유로 전통예술을 이해하기 위한 출입문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악기의 장점은 언어의 도움 없이 강렬하게 곧바로 인간의 원초적 리듬에 호소하는 보편성이다.” 이러한 보편성은 음악과 전통예술에 무지한 일반인들이 접근하기가 용이할 뿐만 아니라, 세계 어떤 음악과 예술과도 쉽게 접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 서양음악과 다른 우리 전통음악이 가진 독특한 리듬 구조의 보편성 때문이다. 즉, 박자가 균등 분할되는 분할리듬의 원칙으로 일관된 서양음악의 리듬 구조에 비해, 2박 계통의 리듬과 3박 계통의 리듬이 덧붙여지면서 이루어가는 부가리듬과 분할리듬이 잘 어우러져 있는 전통음악의 리듬구조가 반복되고 빨라지면서 몰입의 경지로 유도해가는 긴장감의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세계 공연예술의 새로운 흐름과 한국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사물놀이뿐만 아니라 여타의 전통공연예술이 지금의 미디어를 매개로 한 대중문화의 한류처럼 상업적인 성공을 이끌어내기는 그 확장성에 분명 한계가 있다. 전통문화의 경우, 생소한 문화적 전통과 철학적, 정서적 차이가 ‘문화 할인율(호스킨스와 마이러스가 주장한 개념인 문화적 할인율은 하나의 문화에 뿌리를 둔 TV프로그램은 타 문화권에서 호소력이 감소한다는 가설이다. 이는 타 문화권의 프로그램에서 표현되는 언어, 양식, 가치관, 신념체계, 관습 등을 공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에 갇힐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물놀이를 포함한 전통예술은 대중적인 공연 장르에 영향을 미치며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중요한 원형을 제공하고 있다. 사물놀이의 다양한 장단을 기반으로 1997년 초연 후 현재까지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으로 자리 잡은 ‘난타’가 대표적인 예이다.

세계 공연예술은 점점 장르의 개념이 허물어지고 무용과 음악 그리고 연극적 요소에 영상, 그림, 아크로배틱 등 다양한 영역들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공연흐름에 발맞춰 한국의 음악계에서도 보편성과 독자성 사이에서 균형감을 잃지 않고, 문화적 다양성을 넘어서서 예술적 가치와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이는 최근의 대중문화 중심의 한류현상에 대해 제기된 한국문화의 정체성에 관한 우려에 대해 답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대중문화라는 글로벌한 보편성 속에서 그 생명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독특한 한국인의 문화적 퇴적층을 적절히 활용하고 대중문화와 전통문화의 균형있는 전략이 수립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글·사진·주재연 난장컬쳐스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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