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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상들이 즐겼던 복달임 이야기
작성일
2018-06-29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5161

조상들이 즐겼던 복달임 이야기 ‘한 해 건강 농사는 복(伏)중에 달렸다’라는 말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삼복더위에 복달임 음식을 일부러 찾아 먹으려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실제 우리 조상들은 복날을 더위에 지쳐 허해진 몸을 보하는 날로 여기고 이에 복날에 끓여먹는 고깃국을 ‘복달임’이라고 불렀다. 01. 닭고기로 만들어 성질이 따뜻하고 양기(陽氣)를 보충해주는 삼계탕 ⓒ이미지투데이

복날의 음식

“복달임하셨습니까” 복날이면 인사를 대신하는 말이다. 복중에 더위를 피해 물가나 숲을 찾고 몸을 보하 는 음식을 먹으며 하루를 즐겁게 보내는 것을 ‘복달임 한다’고 한다. 초복, 중복, 말복 등 삼복은 일종의 중국 식 절기로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진나라 덕공 2년에 해충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개를 잡아 삼복 제사를 지낸 데에서 유래되었다는 얘기가 있다.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따르면 복날은 ‘양기에 눌려 음기가 엎드려 있는 날’로 우리선조는 삼계탕, 개장국, 육개장, 임자수탕, 적소두죽을 즐겨 먹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임자수탕은 주로 궁중과 양반가에서 여름철에 먹었던 보양식이다. 차게 식힌 닭육수와 볶은 깨를 갈아 섞어 면이나 체에 걸러 육수를 만들고 여기에 닭고기, 달걀지단, 오이채, 미나리, 표고버섯 등의 고명을 취향에 따라 얹어 먹는다. 요리를 만들 때 주로 사용한 들깨를 임자(荏子)라 불렀기에 임자수탕(荏子水湯)이란 명칭이 붙었다.


이열치열의 미(味)학

조선시대 개장국은 돈이 없는 서민들의 복달임이고 돈이 있거나 벼슬이 있는 사람들은 개고기 대신 쇠고기 양지머리를 푹 고아서 만든 육개장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물론 가장 더운 삼복에 냉면이나 메밀 같은 시원한 음식을 즐겨 먹기도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이열치열의 원리를 적용시킨 복달임 음식으로는 뭐니뭐니해도 삼계탕을 으뜸으로 친다. 닭고기로 만든 삼계탕은 성질이 따뜻하고 양기(陽氣)를 보충해주는 음식이다. 특히 삼계탕의 주재료인 닭과 인삼은 서로 궁합이 잘 맞는 환상의 커플이다. 동물성인 닭고기와 식물성인 인삼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준다. 또 닭고기에 인삼을 넣으면 누린내가 싹 가신다. 보양은 말 그대로 양기를 보충해준다는 의미다. 신체 움직임의 원동력이 되는 에너지원을 양기라고 하는데 양기가 충만해지면 활력이 생기고 지각 활동 또한 또렷해진다.

여름철에는 일반적으로 차가운 음식만 찾게 되면서 소화기능과 저항력이 떨어지게 되는데, 삼계탕은 거꾸로 차가워진 속을 따뜻하게 해준다. 삼계탕의 주재료인 닭은 다른 육류와 비교했을 때 단백질이 풍부하다. 단백질은 피부와 근육을 구성하고 우리 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한다. 또한 체내의 산성 및 알칼리의 평형상태를 유지하는 등 체내 대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신경 써서 섭취해야 하는 영양소다.

삼계탕에 함께 들어간 인삼, 대추, 마늘도 건강효과가 뛰어나다. 인삼의 사포닌 성분은 면역력 증진, 스트레 스 완화, 노화 방지에 도움이 된다. 대추는 비타민C가 많아 항산화 효과를 내며, 따뜻한 성질을 띠고 있어 몸을 따뜻하게 덥혀준다. 마늘의 알리신이라는 성분은 강한 살균 효과와 항암 효과를 가지고 있다.

같은 주재료인 닭을 쓰면서도 삼계탕과 다르게 차갑게 조리해 먹는 초계탕은 오히려 뒤늦게 유행된 복달임이었다. 초계탕은 식초를 가미한 새콤한 닭육수에 가늘게 찢은 닭고기를 넣어 차갑게 먹는 음식이다. 그 시작은 정조의 어머니인 혜경궁홍씨가 즐겨 먹은 데에서 유래되어 이후 궁중에 행사 음식으로 차려지던 것이 일제강점기 이후 대중적인 복달임 메뉴로 자리잡게 되었다.

조선시대 서민의 복달임이었던 개장국은 『경도잡지』,『동국세시기』, 『조선세시기』 등에서 ‘구장’으로 불리며 당대의 시절 음식으로 묘사되어 있다. 문헌에는 개장국에 죽순과 고춧가루를 타 먹으며 땀을 흘리면 더위 를 쫓고, 허한 기운을 보충한다고 기록되는 등 요리법과 효능도 제시되어 있다. 『동의보감』에는 개고기가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며 기력을 증진한다는 기록이 존재한다.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개장국은 ‘보신탕’, ‘사철탕’ 등 다양한 이름으로 바뀌어 뜨끈하게 즐기는 복달임 음식으로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개고기를 바라보는 여러 시각의 등장으로 문화의 상대성을 논할 때 어김없이 언급되는 단골손님이 되기도 한다.

초계탕 醋鷄湯  여름에 닭 육수를 차게 식혀 식초와 겨자로 간을 한 다음 살코기를 잘게 찢어서 넣어 먹는 전통음식이다.
02. 임자수탕은 주로 궁중과 양반가에서 여름철에 먹었던 보양식으로 주재료인 들깨를 임자(荏子)라 불렀기에 임자수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전통향토음식 용어사전 03. 초계탕은 뼈째 토막 친 닭고기를 잘게 썬 쇠고기와 함께 끓여서 식힌 다음, 오이, 석이버섯, 표고 등을 볶은 것과 달걀로 고명을 만들어 얹어 초를 쳐서 먹는다. ⓒ초계명가 04. 선조들은 팥죽을 먹음으로써 질 좋은 단백질을 섭취해 삼복더위로 허해진 몸을 보하고 피로를 해소했다. ⓒ이미지투데이 05. 살은 물론 뼈와 피, 기름까지 모두 약으로 사용할 정도로 유용한 장어 ⓒ셔터스톡 06. 평양온반. 북한에서도 닭을 복달임의 주재료로 즐겨먹기는 하지만 삼계탕이 아닌 온반의 유형으로 먹는다. ⓒ한식아카이브

이색 복달임 음식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계절에 따른 음식이 건강을 위해 좋다는 인식이 강했다. 제철에 쉽게 구할 수 있 는 주재료를 이용해 건강을 챙기곤 했으니 여름이 제철인 장어도 복달임 음식으로 빼놓을 수 없다.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장어를 해만리(海鰻鱺)라고 칭하며 맛이 달콤하고 짙으며 사람에게 이롭다고 기록했다. 장어는 품질이 우수한 장어가 조선시대 진상품 중 하나로 알려져 서민들보다는 왕가에서 즐겨 먹던 보양식임이 아닐까 추측된다.

장어는 스태미나 음식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 단백질과 비타민A 함유량이 높고, 불포화지방산, 콜라겐 이 풍부하며 칼슘, 인, 철분과 같은 무기질도 고루 포함되어 있어 여름철에 허약해진 기운을 보충하기에 더없이 좋은 음식 재료이다.

복달임 음식에 지금까지 언급한 고기 위주의 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적소두죽’이라 불리는 팥죽도 조선 시대부터 내려온 복달임이다. ‘복날 죽을 쑤어 먹으면 논이 생긴다’는 말이 있을 만큼 대표적인 복달임이었다. 선조들은 팥죽을 먹음으로써 질 좋은 단백질을 섭취해 삼복더위로 허해진 몸을 보하고 피로를 해소했다. 팥죽을 먹으면 악귀를 쫓고 병치레 없이 잘 지낼 수 있다고 믿기도 했다.

‘하삭음(河朔飮)’도 재미있는 복달임 중 하나이다. 하삭에서 삼복더위를 피하여 술을 마셨다는 후한말 유 송과 원소의 아들의 기록이 있는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조선시대 한량들은 계곡에서 술을 취하도록 마시며 더위를 잊는 ‘하삭음’ 놀이를 즐겼다고 하는데, 연꽃으로 술잔을 만들어 마셨다는 낭만적인 이야기도 덧붙여 전해진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무더위에 지칠 때 시원한 술 한 잔을 떠올리니, ‘하삭음’은 가히 시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복달임이 아닐까.


북한의 복달임 음식

그렇다면 같은 민족인데 북한 사람들의 복달임 음식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북한에서도 닭을 복달임의 주재료로 즐겨 먹지만, 삼계탕이 아닌 온반의 유형으로 먹는다. 이른바 평양온반인데 우리 실향민이 장충동 일대에서 운영하는 평양냉면집에서 먹는 온반에서 소고기를 쓰는 것과 달리 평양에서는 닭고기 살을 가늘게 찢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옛날 평양에서는 삼복더위에 꿩백숙을 즐겨먹었으며 개성 지방에서는 닭고기를 기본으로 끓인 육수에 물고기를 넣어 끓인 개성어죽을 즐겨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요즘에도 북한 조선중앙TV가 복날에 평양의 보신탕 전문식당을 소개하면서 삼복철 대표 보양식은 단고기라며 보신탕의 효능을 강조한다고 하니 그러고 보면 예나 지금이나 북한 사람들이 복달임으로 찾는 인기 재료는 단고기 즉 개고기인 것 같다.

최근 북한에서는 ‘쑥녹마국수’ 같은 생소한 이름의 복달임도 유행한다고 한다. 즉 감자녹말에 쑥을 섞은 국수로 감칠맛이 있어 북한 사람들이 복날에 즐겨 먹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글. 김연수(푸드테라피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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