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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사랑

제목
생활 속에 살아 숨 쉬며, 추억을 담고 시대를 읽던 교과서
작성일
2013-04-18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4475



국민교육의 경전, 교과서

우리나라에 근대교육이 도입이 되어 서당식 교육에서 새로운 학교교육으로의 전환과 함께 근대교과서가 만들어진 지가 130년 가까이 되었다. 1883년 최초의 민간 교육기관인 ‘원산학사’에서 사용했던 교과서들과 1895년 ‘학부學部’에서 발행한 최초의 국정교과서인 『국민소학독본國民小學讀本』을 시작으로 우리의 교과서는 생성이 되었다. 근대교과서가 생성된 개화기시대의 교과서들은 열강들의 쇄도속에서 국력을 배양하고 자주자강 및 국문숭상, 애국정신고취를 내용으로 사회교육개명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제의 학정 참여로 교과서가 일제의 침략도구로 변색됐다. 1910년 일제강점기가 시작되면서 우리 국어는『조선어독본朝鮮語讀本』이라는 선택 과목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다가 말살 위기를 맞이하기도 하였다.
광복과 더불어 시작된 미군정기(1945~1948년)는 국어 살리기와 국어교육의 첫걸음을 내디딘 시기이다. 1945년 11월 6일, 광복 전후의 혼란한 사회적 영향 하에서 발행된 『한글 첫걸음』은 조선어학회에서 편찬한 한글 깨치기 책이었으며, 이후 『초등국어교본 상, 중, 하』를 필두로 『초등셈본』, 『 초등노래책』, 『초등공작』등의 국정교과서가 출간되었다. 이시기에서도 교과서는 국어소생과 민족교육의 부활이라는 역사적 의의로 직결된다.

교과서속에서 시대상을 읽는다

우리나라 교과서 속의 최초의 삽화는 1896년 학부에서 발행한 『신정심상소학新訂尋常小學』1권 1면에 실려 있는 ‘신식학교에서의 수업광경’의 그림이다. 중절모를 쓰고 두루마기를 입고 교탁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의 모습에서 조선말기 근대화과정의 일부분을 보는 듯하다. ‘제1과 학교’에서는 학교를 ‘각색 물들이는집’과 ‘모종을 기르는 모판’으로 비유하여 근대적 의미의 학교의 역할을 정의하고 ‘제14과 김지학’편과 ‘제19과 박정복’편에서는 정직함과 부지런함을 강조하던 대한제국의 학생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우리 교과서사상 최초의 주인공들인 셈이다. 또한 광복 이후 1948년 수립된 대한민국 문교부에서 최초로 펴낸 국정교과서인 『바둑이와 철수』에 나오는 ‘철수와 영이’의 선배이기도 하다. 각 단원의 제목을 보면‘꽃밭’, ‘비행기’,‘숨바꼭질’등등 책 전체 내용이 아동 주변의 일상사나 그들이 즐기는 놀이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심성심상소학』은 전체 12단원이 하나로 이어지는 이야기 학습으로 이루어진 교과서로서 오늘날의‘story method 학습’이 처음 도입된 교과서이다.

6.25전쟁 시기에는 정규·비정규로 간행된 교과서가 전시에 맞게 조정되고, 반공이 강조되었다. 교과서 판형은 국판(5×7판)이 원칙이었으나 전쟁시기의 용지부족으로 인하여 4×6판(지금 교과서의 절반크기)으로 마분지나 갱지에 단색을 사용하였다. 1951년에는 임시교과서인 전시교재 12종(초등학교 9종, 중등학교 3종)이 발행되어 전시체제하의 전시교육용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초등학생 1,2학년용 교과서의 이름이 『비행기』, 『탱크』, 『군함』등의 전쟁 수단으로 된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교과서 속의 배경도 시대에 따라서 조금씩 다른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의좋은 형제’이야기는 형제의 우애를 다룬 이야기로 1950년대에는 보리밭을 배경으로 밤새 보릿단을 실어나르는 데 반해 1960년대 이후는 논과 벼가 등장 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이처럼 교과서의 많은 내용적인 요소들이 시대에 따라서 변해왔고 그때 그 시절을 대변해 오고 있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이름들, 추억과 향수에 젖다.

해방 후 우리나라의 교과서명에는 순 우리말 표현들이 많이 등장하게 된다. 『셈본』, 『이웃나라의 생활』, 『우리나라의 생활』등이 있었고, 6.25전쟁 당시에 발행되었던 전시교재로 『국군과 유엔군은 어떻게 싸워왔나』, 『우리도 싸운다』처럼 실상을 상세하게 대변하려 했던 교과서명도 있었고, 『초등가사』, 『두엄쌓기』, 『뽕나무가꾸기』처럼 일상생활에 필요한 의식주와 자립·자활 능력을 기르는 교과서까지 다양한 이름이 등장한다. 이렇게 열거된 교과서들만 보아도 우리나라의 학교 교육에서 다양한 교과서들이 발행되었던 것을 알 수가 있다. 두 번째로 ‘철수’와 ‘영이’처럼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서 처음 만났던 친구들의 이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 대한민국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은 누구나 국어교과서에서 제일 먼저 만났던 주인공 이름을‘철수와 영이’로 기억한다는 것이다. 1차교육과정기(1954~1963)에는 ‘철수와 영이’로, 2차교육과정기(1963~1973)에는 ‘인수와 순이’로, 3차교육과정기(1973~1981)에는 ‘동수와 영이’로 그 이름들이 조금씩 바뀌어 실렸던 것을 알 수 있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수많은 글들과 주인공의 이름들이 시대의 변화에 맞춰 학생들에게 다양한 내용들을 가르치려했던 만큼이나 우리의 교과서는 화려하고 세련되지 않았지만 책가방속의 추억으로 자리 매김하기에 충분한, 소중한 기억의 공간이 될 것이다.

글. 전문주 (교과서박물관 학예연구사) 사진. 교과서박물관, 국가기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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