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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사랑

제목
은둔 생활을 즐기는 박쥐의 귀족 - 붉은박쥐
작성일
2013-04-18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5201



예로부터 동아시아권에서는 박쥐를 길조로 여겨 장롱欌籠이나 문갑文匣등에 박쥐 문양을 넣어 건강, 부귀, 장수를 기원하는 상서로운 동물로 대접해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성들의 노리개의 문양으로 표현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동굴과 같은 음침한 곳에서 살며 밤에만 활동해 간사한 무리나 사탄을 상징하는 동물로 취급하였다.
학자들 간에 견해를 달리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26종의 박쥐가 알려져 있고 사람들의 인식과는 달리 동굴을 직·간접적으로 이용하는 종류는 15종 정도다. 이중 1년 내내 동굴을 이용하는 종류는 2~3종에 불과하다. 동굴을 이용하는 박쥐들은 통상 동면장소 또는 활동기의 포육장소로 동굴을 이용하는데 붉은박쥐는 겨울잠을 자기 위해 적극적으로 동굴을 이용한다.
박쥐가 겨울잠을 잔다는 것은 박쥐의 특징 중 가장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다른 박쥐들이 1년 중 대략 다섯 달 정도 겨울잠을 자는데 비하여 붉은박쥐는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약 일곱 달 정도를 겨울잠으로 보낸다. 겨울잠에서 깨어나 활동하는 시기에도 낮에는 숲 속의 조용하고 안정된 곳에서 자고 밤에 먹이 사냥을 하는데 먹이 사냥 중에도서너 시간은 적당한 곳에서 휴식을 취한다. 그러다 보니 실제 깨어나 활동하는 시간은 1년 중 50일 정도에 불과하다.



새끼는 1년에 1마리씩 낳으며 겨울잠 직전에 교미하여 잠에서 깨어난 뒤 6월하순에서 7월상순 사이에 출산한다. 다른 박쥐들에 비해 활동기가 짧은 붉은박쥐 입장에서는 먹이가 되는 곤충들이 가장 많은 시기를 선택하는 전략인 셈이다. 암수 성비는 1:10~1:40 정도로 알려져있는데 이는 일정 시기에 특정 지역의 집단을 선택한 단편적 조사 결과였으며, 이 지역을 지속적으로 조사한 결과 암수 성비는 약 1:2의 비율이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굴 내부의 온도는 동굴이 있는 지역의 연평균 기온과 같다. 동굴은 입구의 크기와 방향, 공동의 구조와 크기, 동굴 외부의 지질 조건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아 온도가 변하는 구간이 생긴다. 이 구간을 동굴의 ‘변온대’라고 하는데 동굴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박쥐들은 이 변온대 범위 내에서 종류별로 선호하는 온도를 찾아 겨울잠에 들어간다.이변온대를 지나면 계절의 변화에 관계없이 연중 항상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공간이 나온다. 이를 ‘항온대’라 하며 동굴이 있는 지역의 연평균 기온을 유지하는 구간이다. 그러나 동굴에 따라서는 항온대가 형성되지 않는 굴도 많이 있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붉은박쥐의 동면기 이후의 생활사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일반 박쥐들처럼 물가에서 먹이활동은 하지 않고 삼림 속에 들어가 생활하며 동굴에는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먹이는 나방 등 산지성 곤충들이 주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있으나 아직도 먹이와 생활사에 대한 조사는 진행중에 있다.
까다롭고 예민한 붉은박쥐가 겨울잠을 자기위한 첫째 조건은 항온대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매우 흥미로운 점은 박쥐는 동면을 할 때 체온을 주변 온도에 맞춘다는 것이다. 그래서 붉은박쥐의 최적 동면온도와 연관하여 동굴의 기온은 최소 12℃ 이상이 유지 되어야 한다. 붉은박쥐는 전국적인 분포를 보이는데 상대적으로 기온이 따뜻한 남쪽 지방의 동굴(폐광)에 많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라 하겠다. 그러나 근래 폐광 주변이 개발되거나 위험하다는 이유로 폐광의 입구가 폐쇄되는 곳이 많아 개체수 유지에 위협이 된다. 결국 붉은박쥐를 계속 우리 곁에 두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글. 최용근 (생물보존연구소 소장) 사진.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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