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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첨단 시대에 조선의 숨소리를 듣다
작성일
2010-02-11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2116



잿빛으로 곧게 뻗은 21세기의 길을 지나, 조선시대의 작은 골목길로 들어선다. 한 겨울의 늦은 오후, 고적하기 그지없는 조선의 마을은 평화롭다. 마을 뒤편의 열화정에서는 금방이라도 책 읽는 소리가 들려올 것 같고, 마을 중앙에 있는 이용욱 가옥에서는 낯선 차림의 현대인에게 대감님의 불같은 호령이 날아올 것만 같다. 강골마을, 그 한 가운데에서 조선의 숨소리를 들었다고 하면, 지나친 이야기일까. 강골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이 2010년을 살고 있는 현대인인지, 아니면 그곳에 두발을 디딘 낯선 이가 몇 대를 거슬러 격동의 조선시대로 되돌아간 건지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건축양식에서 ‘시대’를 읽다

강골마을은 전남 보성군 득량면 오봉리에 있다. 광주 이씨가 대를 이어 살고 있는 씨족마을인 이곳은 규모가 30여 채 밖에 안되는 작은 곳이지만, 3채의 가옥과 1개의 정자가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될 만큼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중요민속자료 제157호 이금재 가옥, 제159호 이용욱 가옥, 제160호 이식래 가옥, 제162호 열화정이 마을의 역사성을 증언해 주고 있었다.

1900년을 전후해 지어진 이금재·이용욱·이식래 가옥은 평면 구성에 있어 미로처럼 꾸미거나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는 비밀스러운 공간을 만들어 놓는 등 독특한 가옥구조를 보이고 있다. 조선 말기, 외세의 잦은 침입과 동학의 출현 등 혼란스러웠던 사회상을 반영해 지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또, 많은 양의 곡식을 소유할 수 있는 4~5칸 규모의 곳간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 같은 건축물의 구조는 마을의 특성을 짐작하는 좋은 단서가 된다. 사실, 이 마을은 해안가에 있었다.

근대 이후‘어촌’에서‘농촌’으로 마을의 모습이 바뀐 건, 간척지 사업으로 인한 득량만 방조제의 완공에 따른 것이었다. 간척사업으로 1460ha의 농지를 새로 확보하게 되었고, 방앗간이 생기면서 많은 곡식을 저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되면서 이러한 가옥 구조를 갖추게 된 것이다.

후진 양성을 위해 건립한 열화정은 씨족중심의 지배질서를 공고히 하는 과정 속에서 건설되었다. 유교적 교화와 공동체적 기념물로 표출된 건축물의 하나인 셈이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약속

이 같은 역사적 배경을 염두에 두고 마을을 둘러보면, 그 입지에 있어서도 선조의 혜안을 엿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이끼 야 也’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마을은 들판을 중심으로 산이 3면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풍부한 자연자원을 안정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자연에 순응한 입지 선택이었다. 문외한의 시선임에도 땅과 하늘의 기운이 서로 회전하는, 풍수지리적 관점에서 말하는 명당임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다.

평온하게 자리 잡은 마을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길의 구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마을에서 길은 홀로 존재하지 않았다. 집과 집, 사람과 사람, 사람과 세상을 연결해 주는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었다. 안길에 들어선 순간, 사람은 길 위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와 구조물, 자연과 소통할 수 있게 된다. 구조적으로 마을 안팎을 이동하면서 자연스레 마을의 중심공간이나 공용공간을 거치도록 형성되어 있었는데, 마을 주민들은 오며가며 자연스러운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문화재 형태의 보존뿐만 아니라 우리 강골마을은 삶이 담긴 문화를 보존하고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마을의 전통성을 보존할 수 있었던 것은 농경문화를 사람이 살며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민 모두 삶 속에 담긴 문화를 사랑하고, 전통의 아름다움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선조들의 지혜와 다양한 이야기를 느끼고 바라보는 시각을 전통마을에서 가질 수 있지요.” 이정민 득량정보화마을 위원장의 말이었다.  

1900년을 전후해 지어진 마을의 가옥과 정자는 세월의 흐름 앞에서도 고아한 품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황토 빛의 낮은 돌담길과 세월의 흔적을 온 몸으로 부식시킨 기왓장, 셀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열고 닫기를 반복한 솟을대문까지 강골마을에 축적된, 세기를 넘나드는 시간성 앞에 서면 저절로 마음이 숙연해진다.

강골마을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건 하나의 약속이었다. 전통마을이 역사 속에만 존재하는 박제된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 앞에 마을과 도시, 현재와 과거,‘나’와 미래는 시간의 끈으로 단단히 묶이게 된다. 오늘을 무사히 살아낸 현대인의 삶이 시간의 역사 속에 반드시 존재할 것이라는 확신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또다른 원동력이 되고 있었다.


글·이수정  
 사진·문화재청, 보성군


    

강골마을 정보

주변 관광지
공룡알화석지(천연기념물 제418호), 해평리석장승(민속자료 제55호), 칼바위, 용추폭포, 득량만 해안 일주 도로, 오봉산, 충절사, 안담산장군유적지, 김구선생은거지


찾아가는 길
1. 호남고속도로▶ 서순천IC ▶ 순천방면 22번국도 ▶ 보성 방면 2번국도 ▶ 득량면 방면 845번국도 ▶ 득량마을
2. 서해안고속도로▶ 해남, 순천 방면 2번국도 ▶ 보성 방면 18번국도▶ 득량면 방면 845번국도▶ 득량마을
연락처: 061-853-2885
홈페이지: http://dr.invil.org


지역별 전통마을

전통마을은 우리 고유의 정서가 잘 보존되어 있다. 지역을 둘러보면, 곳곳에 찾아가 볼 수 있는 옛 마을이 있다.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마을의 미덕을 찾아볼 수 있는 곳, 그곳에 서면 과거의 숨소리가 들려온다.

(강원) 고성왕곡마을_중요민속자료 제235호
http://www.wanggok.com
T.033-680-3365

(충청) 아산외암마을 _ 중요민속마을 제236호
http://www.oeammaul.co.kr
T.041-540-2654    

(전라) 낙안읍성_사적 제302호
http://www.nagan.or.kr
T.061-749-3347

(경상) 안동하회마을_중요민속자료 제122호
http://www.hahoe.or.kr
T.054-852-3588

(경상) 경주양동마을_중요민속자료 제189호
http://yangdong.invil.org
T.054-762-2633

(경상) 성주한개마을_중요민속자료 제255호
http://www.seongju.go.kr/S0001/
T.054-930-6063

(제주) 성읍민속마을_중요민속자료 제188호
http://www.seongeup.net
T.064-787-1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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