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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난의 지존 제주 한란
작성일
2013-12-03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8954

한란은 늦가을과 초겨울에 걸쳐 기온이 서늘하고 냉량한 계절에 꽃이
핀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우리나라에서는 10월과 11월 사이에 가장
많이 피고 늦게는 12월 까지도 개화가 지속되는 경우가 있다. 늦가
을의 상큼한 공기를 마시면서 사시사철 변함없이 푸르른 잎과 그 잎이
그리는 우아하고 부드러운 선, 그리고 아침나절의 따스한 햇살을
머금은 이후 은은하고 맑은 향을 날리는 제주한란은 누가 뭐라 해도
난초 중의 지존至尊이다.

01. 한란은 늦가을과 초겨울에 걸쳐 냉량한 계절에 꽃이 핀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제주 한란은 한라산의 남쪽 경사면인 서귀포시 일원의 해발 250~600m 사이의 상록수림대 숲속에 분포하지만 자생분포지나 거기에 자생하는 개체수가 매우 희소한 것도 문제이려니와 생존하고 있는 극소수의 어린개체들 마저도 주변 식생환경의 변화와 무분별한 개발, 그리고 남획으로 인하여 점차 사라져만 가고 있다.

제주 한란은 워낙 희귀해서 꽃이 피는 시기가 도래한다 할지라도 자생지에서 꽃이 피어 있는 모습을 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일반인의 무단접근이 금지된 서귀포시 돈네코의 자생지 보호구역내에서는 해마다 때가 되면 탐스럽게 꽃이 핀 다수의 개체들을 관찰할 수가 있어서 불행 중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제주 한란은 늘푸른잎을 가진 난과식물로서 잎의 너비가 1.3cm 내외이고 길이는 40~70cm 정도 되는데, 잎 모양은 부드럽고 아름다운 곡선을 이루며 잎 표면은 윤기가 있고 가장자리에는 거치가 없이 매끈하다. 꽃은 꽃잎과 꽃받침이 각각 3장이며 코처럼 생긴 주두, 그리고 씨방과 꽃대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꽃잎 중의 하나는 마치 혀 모양으로 변형되어 있는데 흔히 순변(lip) 또는 설판이라고도 부른다. 여기에는 붉은색이나 적자색의 크고 작은 반점들이 찍혀 있는데 그 숫자는 개체마다 다르다. 꽃은 붉은색, 적자색, 푸른색, 황록색 등 다양한 색상으로 피어나며 하나의 꽃대에는 대략 3~10송이가 달리는데 보통 5송이 정도 개화하는 일경다화성의 꽃이다.

02. 사시사철 변함없이 푸르른 잎과 그 잎이 그리는 부드러운 선, 은은하고 맑은 향을 날리는 제주 한란은
누가 뭐라 해도 난초 중의 지존(至尊)이다.

한란은 온대 남부기후대의 표식종으로서 일본과 대만, 중국 남부에도 분포되어 있지만 제주 한란에 비해 잎이 길고 거칠며 윤기가 덜할뿐만 아니라 꽃이 피었을 때에 풍기는 향기가 탁한 것이 같은 종種이긴 하지만 제주 한란과의 다른 점이라고 할 수가 있다. 제주 한란에 관해서 옛 문헌을 살펴보면 조선시대 영조 5년(1775)에 제주목사로 부임했던 여암 신경준의『여암유고』에 우리나라에서는 제주에만 일경다화인 난이 있다고 기록해 놓은 바가 있다.

이러한 기록을 해석해본다면 제주도에는 일경다화성인 종류로서 한란 이외에 다른 난초류가 분포되어 있지가 않으므로 여기에서 언급한 일경다화성의 난초는 곧 한란을 지칭한 것이며 당시의 현황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숲속 어디에서나 쉽사리 찾아볼 수 있었던 난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 가지 아직까지도 풀지 못한 의문과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 일제강점기에 백두에서 한라까지 조선의 식물들을 모조리 샅샅이 뒤지고 다녔던 일본의 나까이(中井猛之進)도 제주식물을 연구하면서 한란을 기록해 놓지 않았으며 나까이 이외에도 일본의 모리(森爲三),미국의 Willson, 제주식물에 관심이 많았던 불란서의 Taquetii 등 비롯하여 내로라했던 수많은 국내외 학자들 누구도 이상하리만큼 한란에 관해서는 기록을 해놓은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비로소 1964년에 이르러서야 제주도의 향토식물연구가였던 고故부종휴씨가 약사회지 제5권에 제주도산 자생식물 목록을 소개하면서 한란이라는 식물을 처음으로 등장 시켰고 이후 1967년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리하여 필자는 1976년부터 제주 한란에 관하여 집중적인 연구를 시작하여 이들의 생태와 품종의 정립, 재배법 개발 그리고 종자의 무균배양과 근경배양법의 개발을 통한 대량번식체계를 확립함으로써 유묘의 산채를 간접적으로나마 방지해 왔다. 그동안 몇 차례 천연기념물로서의 가치를 재론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누가 뭐라 해도 제주 한란은 멸종위기에 처한 고전 식물자원으로서 자생지와 그곳의 개체들을 잘 보존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우리의 중요한 자연유산이다.

글·사진. 이종석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명예교수, 국립수목원 산림자원보존과 초빙연구원) 사진.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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