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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심리적 리얼리즘과 절대세계에 종속 탈놀이의 새해석
작성일
2013-12-03
작성자
국가유산청
조회수
5835

보통, 열녀일부종사를 유교문화가 만들어 낸 강압적 윤리나 가치관
으로 인식한다. 유교문화를 남성이 주도했기 때문에 여성에게 억압적인
윤리나 가치관을 먼저 만들어냈고 이를 모든 사람들에게 강요하거나
학습시킨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는 이와 다르다고 생각된다.
유교문화가 인간심리의 특징을 정확하게 읽어냈고 그 심리상태를 열녀
일부종사라는 말로 집약한 것이다. 즉, 열녀일부종사의 심리가 인간
내면에 퍼져 있었고 그런 특징을 유교문화가 요약해낸 것이다. 강요
하고 학습시키는 강요적 상황만으로는 인간을 오랫동안 옭아매지
못한다. 인간에게 존재하는 내면세계를 그대로 반영한 윤리였기에
수백 년 동안 수용되고 용납될 수 있었다.

01.가산오광대 북방흑제장군탈. 
02. 강령탈춤 제7과장에 등장하는 미얄영감. 영감할미과장은 군림과 지배, 종속을 통해 쾌감을 느끼는 상반된 두 개의 심리가 공존하는 인간의 내면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유교문화는 대중심리를 매우 정확하게 읽어 낸 대표적 대중장르인 셈이다. 삶의 현실적 측면이 아닌 인간 내면이 갖고 있는 심리의 실상을 잘 반영한 점에서 유교문화는 심리적 리얼리즘의 정수라 할 수 있다. 대중의 심리를 이처럼 정확히 읽어 내는 심리적 리얼리즘은 종교에도 나타난다.

종교 발생은 크게 두 가지 목적에서 기인하였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신이 존재하기에 그 신의 세계를 구현하려는 목적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염원과 상상이 만들어낸 절대세계의 구현이 목적이다. 두 목적을 좁혀보면 신이 있느냐 없느냐와 관련된다. 사회학적 문명사적 관점에서 보면, 신神은 인간사고의 부산물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 부산물에 종속되었다. 즉, 인간은 신을 창조했고 인간은 자신들이 창조한 신에 종속되었다.

인간이 만들어 낸 각종 제도나 법 등에 인간 모두가 다시 종속된 상황과 비슷하다. 신도 인간의 염원과 상상이 만들어 낸 존재이지만 이제 인간은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태며 오히려 철저히 종속되었다. 탈놀이는 이러한 사상사적 흐름을 반영한다. 시대를 읽어내는 심리적 리얼리즘적 요소에 충실하여 대중적이 되었고 인간이 만들어 낸 제도에도 충실히 종속된 장르였다. 현재 전승되는 경남지역의 탈놀이는 가산오광대, 고성오광대, 김해가락오광대, 마산오광대, 밤마리오광대,진주오광대, 통영오광대 등이다.

03. 경남지역 오광대 탈놀이 중 하나인 고성오광대(중요무형문화재 제7호). 탈을 쓰고 태평소·북·장구·꽹과리·징 등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대사를 주고받는 연희(演戱)이다. 
04. 통영오광대(중요 무형문화재 제6호) 중 포수탈놀이. 민중의 삶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으며 양반과 파계승에 대한 풍자, 그리고 처와 첩의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경남지역 오광대 탈놀이는 본 과장 연행을 시작하기 전에 동제를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동제를 지내지 않더라도 섣달그믐이나 정월대보름날에 벽사진경이 목적인 구나의식을 배경으로 하였다. 오광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첫 과장을 오방신장무과장으로 연행하거나 양반과장을 오방신장무과장처럼 연행한다. 오방신장무과장이나 양반과장은 동제나 구나의식의 정신을 반영한 과장이다. 인간의 염원과 상상력이 만들어 낸 절대세계가 구현되기를 기원하는 의식인 것이다.

인간은 자연과 인간관계 속에서 살아가면서 초자연적인 현상도 접하게 된다. 자연과의 관계나 초자연적 현상은 인간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요소가 많다. 그래서 인간은 이런 요소를 해결해 줄 절대적 존재를 만들었고 그 절대적 존재에 의존적이 되었다. 그 의존성은 절대적 존재를 실존하도록 만들었고 해 뜬 날과 어두운 날의 반반 확률도 절대적 존재의 개입으로 착각하였다. 그 착각은 논리화되고 객관화되어 당연한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오광대 탈놀이에서의 지신밟기 연행과 오방신장과장은 인간 스스로 절대적 존재를 만들고 이를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이에 종속되어간 인간 삶의 변화과정이 들어 있다.

오광대에는 사회에 만연된 백성들의 기호와 심리를 잡아내는 리얼리즘적 태도도 선명히 들어 있다. 오광대는 일단, 음악연주로 인간의 내면심리를 잡아냈다. 쇄납, 꽹과리, 징, 장고, 북으로부터 터져 나오는 소리는 백성, 대중들의 신명을 읽어 냈다. 음악 소리에 백성들의 몸은 자연스럽게 반응하여 팔과 다리를 흔들고 돌리며 춤을 추었다. 대중의 내면에는 신명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절대세계에 종속된 삶이 확대된 인간에게 종속되는 삶, 역으로 인간에게 군림하려는 심리도 있었다. 흔히, 영감할미과장은 처첩간의 갈등을 보여주어 봉건제적 사회를 비판한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영감할미과장은 봉건제적 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종속적인 태도를 가진 인간의 내면 심리를 그대로 보여줄 뿐이다. 종속적 내면은 절대세계를 구현하려는 인간의 오랜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인간에게는 종속을 통해 쾌감을 느끼는 태도와 군림과 지배를 통해 쾌감을 느끼는 상반된 두 개의 심리가 공존한다. 전자를 춘향이즘, 후자를 학도이즘이라고 칭하기도 하는데 이런두개의 상반된 심리가 인간 내면에 있고 오광대는 이런 내면을 영감할미과장을 통해 잘 잡아낸 것이다.

글. 심상교 (부산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사진.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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